[TV리포트=양원모 기자] 집착이 부른 비극이었다.
8일 밤 KBS 2TV '스모킹 건'에서는 2005년 발생한 대구 내연남 살인 사건의 전말이 공개됐다.
사건은 2005년 10월 26일 대구 한 외딴 배수로 옆에서 검은색 여행 가방이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가방에는 남성의 상반신 시신이 들어있었다. 얼굴과 머리에는 둔기로 수십 차례 가격한 흔적이 선명했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안재경 전 달성경찰서 강력팀장은 "형사 생활 수십 년 만에 그렇게 끔찍한 시신은 처음이었다"고 떠올렸다.
신원 확인 결과, 피해자는 57세 개인택시 기사 김상돈(가명)씨로 밝혀졌다. 경찰은 주변 인물을 중심으로 수사하던 중 "여자 관계가 상당히 복잡했다"라는 공통된 증언을 확보했다. 아내, 내연녀 등 용의 선상에 오른 인물만 무려 여섯 명에 달했다.
범인은 김씨의 과거 내연녀 박씨(가명)였다. 김씨 친구의 아내였던 박씨는 40대 중반이던 2003년 딸과 함께 도시로 나와 식당에서 일하며 여러 남성과 내연 관계를 맺었다. 김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헤어진 뒤에도 박씨에게 계속 성관계를 요구하는 등 집착적 행동을 보였다. 이에 분노한 박씨가 김씨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정연경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범인 박씨는 즉흥적이고 불안한 대인관계와 자기 중심적인 행동 양식, 공감 능력이 부족한 B군 성격 장애 특성을 일부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씨가 마치 남편처럼 보이며 자신을 통제하려고 했고, 불륜 사실을 남편에게 폭로할까 두려움에서 죽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더 충격적인 건 범인 박씨가 김씨 시신을 유기하는 데 딸을 끌어들였다는 점. 박씨는 정육점에서 쓰는 골절기를 동원, 시신을 끔찍하게 훼손한 뒤 해당 절단기를 사촌에게 주는 잔인한 면모까지 보였다.
이지혜는 "범인이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인물이라 충격적"이라며 "왜 그를 이렇게 잔인하게 살해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유를 듣고 보니 더 씁쓸하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안현모는 "피해자 주변에도 정상적인 인간관계가 하나도 없는 것 같다"며 "원초적 욕망을 따르면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 보여주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스모킹 건'은 교묘하게 진화하는 범죄 현장 속 숨겨진 진실을 찾아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고 과학 수사의 중요성을 알리는 프로그램이다. 매주 화요일 밤 9시 45분 KBS 2TV에서 방송된다.
양원모 기자 ywm@tvreport.co.kr / 사진=KBS 2TV '스모킹 건'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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