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법 수사” vs “관련 범죄”… ‘수사 개시 적법성’ 정면충돌
● 재판부, 검찰의 ‘반으로 줄어든 공소장’ 변경 허가
● 변호인단, ‘범죄 인지서’ 제출 요구
● 8월 25일 첫 정식 재판 시작
어제(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의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 제3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검찰은 봉 기자를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 보도로 대통령 윤석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 등으로 2024년 8월 기소했다. 이날 재판에 검사측은 이건웅, 조재학, 김기왕 검사가 출석했다. 지난 4월 28일 2차 준비기일에 참석했던 조도준 검사는 불출석했다. 이건웅 검사는 한상진 뉴스타파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한 검사이며, 조재학·김기왕 검사는 김용진, 한상진 기자 재판의 공판 검사다.
이날 재판부는 검찰이 대폭 수정한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했다. 변호인 측은 검찰 수사의 절차적 정당성 자체를 문제 삼으며 ‘수사 개시 위법성’을 지난 준비기일에 이어 또다시 재기했다. 첫 본재판은 오는 8월 25일 열린다. 봉지욱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2년 만이다.
검찰 ‘공소장 일본주의’ 지적에… 공소장 절반 삭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 심리로 열린 3차 공판준비기일의 핵심 쟁점은 검찰의 공소장 변경 허가였다. 앞서 재판부는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 공소장 변경을 요청했다. 공소장에 범죄 사실과 무관한 내용이 과도하게 포함돼 있다고 했다.
재판부의 거듭된 지적에 검찰은 결국 기존 67쪽이던 공소장을 30여 쪽으로 절반 가량 줄인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를 6월 30일 제출했다. 이날 법정에서 조재학 검사는 “김만배가 날조한 ‘윤석열의 조우형 수사 무마’ 프레임이 피고인들에게 전파된 경위, 범행 동기, 비방 목적 등은 범죄 사실과 관련이 있기에 내용은 유지하되 압축적으로 정리했다”며 공소 내용 유지의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피고인들의 공동 혐의가 보다 명확히 드러나는 방향으로 정리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뉴스타파 v. 윤석열’ 사건 봉지욱 기자 공소장변경 허가 신청서 첫 장과 변경 내용 중 일부 화면 캡처.
하지만 변호인 측은 여전히 공소 내용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봉지욱 기자 변호인 장종오 변호사는 “변경 허가 자체에 다른 의견은 없지만,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에 대한 부분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자료를 설명하는 듯한 취지의 기재들은 형사소송 원칙에 반한다”고 말했다. 공동 피고인(송평수·허재현)들의 변호인들 역시 "공모 관계가 없는 피고인의 행위가 하나의 ‘공통 사실’로 묶여 방어권 행사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했다.
백대현 재판장은 “검사의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을 허가한다. 재판부는 검사가 기소한, 그리고 이번에 허가 신청을 통해 변경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을 기준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일단 검찰의 변경된 공소장을 받아들이고, 변호인단이 제기한 문제점들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충분히 심리하겠다는 것이다.
변호인단 ‘범죄 인지서’ 제출 요구
공소장 문제가 일단락되자, 변호인단은 곧바로 검찰의 ‘수사권 개시’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다. 현행법상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는 부패·경제 범죄 등으로 제한되고, 명예훼손 혐의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수사 자체가 위법하게 개시됐으므로 공소가 기각돼야 한다는 것이 변호인 측의 핵심 주장이다.
장종오 변호사는 이 문제를 먼저 심리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이 수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근거가 담긴 ‘범죄 인지서’를 법정에 제출할 것을 검찰에 요구했다.
이 사건 증거 목록을 보면 2011년도 범죄(부산저축은행 사건) 인지서는 증거로 나와 있는데, 정작 지금 피고인들이 궁금해하는 (이번 사건의) 범죄 인지서는 빠져 있습니다. 김만배·신학림의 인지서와 각 피고인들에 대한 범죄 인지서를 확인하면, 어떤 구체적인 경위에서 실제로 이 사건을 직접 관련 있는 범죄로 보게 되는 것인지 그 부분에 대해서 저희로서는 다툼의 기회를 재판장님께서 좀 부여해 주셨으면 합니다.
- 장종오 변호사 (봉지욱 기자 변호인)
장 변호사는 만약 검찰이 ‘김만배·신학림 금전 거래’를 근거로 피고인들 역시 돈을 받았을 것이라 의심해 수사를 시작했다면, 2년 전 압수수색 당시 금전 거래 관련 증거가 나오지 않은 이상 수사를 중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그런 허구적 구상이 맞기 때문에 직접 관련성이 있다고 해석하기 시작하면, 결국 검찰이 생각하는 허구의 범위가 클수록 수사권의 범위가 커진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며 검찰의 자의적인 법해석을 지적했다.
이에 조재학 검사는 김만배·신학림의 배임수증재 혐의(부패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이번 명예훼손 혐의를 인지했기 때문에 ‘직접 관련성’이 인정된다는 기존 논리를 되풀이했다. 조 검사는 수사 ‘결과’가 아니라 수사 ‘개시 당시’의 의혹을 기준으로 적법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만배 씨와 신학림 사이에 금전 거래가 확인되었기 때문에 이 허위 보도에 대해서 수사 착수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을 했고, 김만배가 창작한 허위 프레임이 뉴스타파에만 전달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언론사들의 보도도 유사하게 연관이 있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수사를 개시했다는 것입니다. 수사 결과가 개시 당시 저희가 착안했던 것과 다르면 애초에 그 수사가 진정성을 잃어버리는 겁니까? 그런 건 아니지 않습니까?
- 조재학 검사
백대현 재판장은 양측 주장에 대해 검찰에 입증 책임이 있다고 정리했다. 재판장은 “검찰 측에 이 수사 개시의 적법성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를 충분히 제출하고 그 부분을 입증해야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죄 인지서 제출 여부에 대해서는 “피고인 측에서 요구하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나머지 증거만으로 입증이 충분하다고 판단하시면 검찰에서는 그렇게 하시는 것이고, 입증이 충분한지 부족한지는 재판부에서 판단할 몫”이라며 증거 제출은 검찰의 선택이며 증거 입증은 재판부가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8월 25일 압수수색 이후 2년 만에 첫 정식 재판
재판부는 이날을 끝으로 공판준비기일을 종결하고, 8월 25일 첫 정식 재판을 하기로 했다. 검찰이 봉지욱 기자 자택을 압수수색한지 2년 만이다. 백대현 재판장은 첫 정식 재판 전까지 변호인단에는 증거 의견을, 검찰에는 재판부가 요청한 증거 목록을 제출하라고 했다.
뉴스타파는 ‘뉴스타파 v. 윤석열’ 사건, 이른바 ‘윤석열 명예훼손’ 사건을 기록한 특별페이지를 지난 4월 제작·공개했다. 권력이 정치 검찰을 동원해 비판 언론을 탄압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압살하는 행태를 폭로하고, 언론이 권력과 정치탄압에 굴복하지 않고 ‘이기는 역사를 쓰는’ 과정의 기록이다. 특별페이지에서는 재판 중 주요 발언, 관련 기사, 공소장 변경 내용, 주요 일정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뉴스타파 v. 윤석열’ 사건, 압수수색: 내란의 시작
https://pages.newstapa.org/2025/crackdown/
‘뉴스타파 v. 윤석열’ 사건 기록 특별페이지 첫 화면
뉴스타파 최윤원 soulabe@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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