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비닛 규모로 현장 수요에 맞춤 설계
보안, 비용, 물리적 제약에 자유로워
ROI 낮은 대규모 센터보다 효율성 ↑
AI 주권, 생태계 강화, 지역 균형 기대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지역 산업 현장에 적합한 인공지능(AI) 서비스를 실현할 생태계 조성을 위해 소규모 데이터센터 설립을 추진한다. 수도권에 쏠린 AI 인프라를 지방으로 분산하려는 시도로도 해석된다.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산 AI 반도체 기반 마이크로데이터센터(MDC) 사업 공고가 이날 마감됐다. 총 273억 원을 들여 비수도권에 저비용 AI 연산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산 AI 기술의 실증 환경을 구축하는 이 사업에 기업·대학·연구기관 컨소시엄 3곳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는 그 중 한 곳을 선정해 다음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MDC는 캐비닛 한두 대 크기의 초소형 데이터센터로, 병원, 공장, 지자체 등 중소 규모의 산업 현장에 설치될 수 있는 규모다. 보안이나 비용, 물리적 제약 때문에 클라우드 활용이 어려운 환경에서 추론 중심의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적합하다. 특정 장소에 고정되지 않아 유연하게 배치·확산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 수만 장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한 대형 데이터센터에 비해 연산 능력은 떨어지지만, 모델 학습보다 추론에 중점을 둔 분산형 AI 인프라로서 강점을 갖는다.
이번 사업은 AI 주권 확보를 내세운 이재명 정부의 기조와 맞닿아 있다. 향후 국내 기술 기반의 독자 '소버린 AI' 모델이 개발되면, 클라우드를 이용하지 않고 전국 산업이나 교육 현장에 확산하는 기반이 될 수 있어서다. MDC에 국산 AI 반도체를 탑재하고 상업화 가능한 제품으로 개발해 누구나 구매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AI 생태계의 자립성 강화도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MDC가 AI 인프라의 효율성과 활용성을 높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화한 데이터 기반 모델을 운영하는 데는 MDC가 대형 데이터센터보다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제조나 의료 등 한국이 강점을 지닌 분야의 전문 데이터를 활용해 추론 중심 인프라를 설계하면 '한국형 AI 생태계' 구축에 디딤돌이 될 수 있다. 이주석 연세대 AI반도체학부 교수는 "대형 데이터센터는 투자수익률(ROI)이 낮을 수 있다"며 "MDC는 특정 지역과 산업에서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시각이 많다. AI 인프라가 부족한 지방에 첨단 AI 기술을 도입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인프라를 쓸 때보다 데이터 전송 거리가 줄어 응답 시간이 단축되는 장점도 있다. 이재성 중앙대 AI학과 교수는 "지방 산업이나 공공 부문의 AI 인프라는 열악한 상황"이라며 "MDC는 비수도권에서 데이터 활용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풀뿌리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연 기자 ty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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