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안 클라인 CEO,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주장
“LLM은 범용화, 미국식 인프라 경쟁과 달라야”
AI솔루션을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로 파는 자사 사업구조도 영향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글로벌 전사적자원관리(ERP) 소프트웨어 업체인 SAP의 크리스티안 클라인(Christian Klein) 대표이사(CEO)가 “유럽은 미국처럼 AI 인프라를 대규모로 확장할 필요가 없다”며, AI 기술의 실용적 응용에 집중하는 전략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최근 블룸버그 등 외신 인터뷰에서 “유럽이 정말 5개의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고 고성능 칩을 대거 투입해야 하느냐는 데 의문이 든다”며,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AI 기가팩토리’ 프로젝트에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3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거대언어모델(LLM)은 점차 범용화되고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보다 이를 산업에 어떻게 적용하느냐”라고 말했다.
크리스티안 클라인 SAP CEO. (사진=링크드인)
미국式 인프라 경쟁 아닌 유럽式 AI 응용 전략
클라인은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사례를 언급하며, 막대한 인프라 없이도 고성능 오픈소스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사례를 주목했다.
그는 “수십조 원의 인프라 투자보다 제조업·화학·물류 등 기존 유럽 산업군에 AI를 접목하는 방식이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훨씬 경쟁력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은 엔비디아가 이끄는 ‘스타게이트(Stargate)’ 계획을 통해 최대 5000억 달러(약 680조 원) 규모의 AI 인프라 투자를 시사하고 있으나, 유럽은 200억 유로(약 29조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클라인은 이 투자 격차를 “현실적인 판단의 결과”로 해석하며, 유럽형 전략은 응용 중심 AI 모델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SAP의 비즈니스 구조와도 일치하는 전략
그런데 이 같은 언급은 자사의 사업 구조와도 관련 있다는 평가다.
SAP의 핵심 비즈니스는 전통적인 ERP 소프트웨어에서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및 산업별 AI 솔루션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실제로 SAP는 2024년부터 자동차, 유통, 에너지, 생명과학 등 25개 산업군에 최적화된 AI 기반 SaaS를 전략적으로 확대해왔다.
클라인의 발언은 SAP 내부 전략과 정합성이 높다. 대규모 LLM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거나 AI 인프라를 자체 구축하는 대신, 오픈소스 모델을 내재화한 뒤 이를 SAP의 산업별 고객사에 맞춤 적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고정비 부담을 줄이면서도 고객 맞춤형 AI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구조다.
클라인의 ‘AI 실용화’ 중심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제언이 아닌, SAP의 제품 전략 및 수익모델과도 직결된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클라인은 이번 발언에서도 유럽이 자국 데이터센터나 클라우드를 통해 미국 기업에 대항하겠다는 전략을 “비효율적이고 현실성 없다”고 재차 비판했다.
그는 유럽의 높은 에너지 비용과 인프라 구축비용을 언급하며, 디지털 주권이 단순한 인프라 확보가 아닌 실질적 데이터 통제권과 산업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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