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왼쪽부터) POSTECH 기계공학과 교수, 김준형, 김승범 기계공학과 통합과정.[POSTECH 제공]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기계공학과 김석 교수 연구팀이 가천대, 전북대, 미국 코네티컷대와 함께 머리카락보다 작은 전자부품부터 일상용품까지 손쉽게 붙였다가 떼어낼 수 있는 새로운 접착 기술을 개발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인 ‘마이크로 LED’는 기존 화면보다 밝고 오래 사용할 수 있고, 구부러지거나 투명한 화면 구현이 가능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머리카락 굵기보다 훨씬 작은 LED 칩들을 정확한 위치에 붙이거나 필요할 때 깔끔하게 떼어내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까다로운 일이었다. 기존에는 액체 접착제나 특수 필름을 사용했지만, 공정이 복잡하고 정밀도가 떨어지며 잔여물이 남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오랫동안 ‘접착 역설(Adhesion Paradox)’이라는 난제에도 직면해 있었다. 이는 이론적으로 원자 단위에서 물체들이 강하게 붙어야 하지만, 실제 물체 표면이 울퉁불퉁해서 접촉 면적이 좁아 접착력이 약해지는 현상이다. 잘 붙어야 하지만 잘 안 붙는, 말 그대로 ‘역설’적인 상황이다.
연구팀은 이 ‘접착 역설’을 오히려 활용하는 기발한 해결책을 찾아냈다. 핵심은 ‘형상기억분자(Shape memory polymer, SMP)’라는 특별한 재료와 그 위에 나노 크기의 뾰족한 돌기들을 정밀하게 만드는 것이다. 평상시에는 표면이 거칠어서 접착력이 약하지만, 열을 가하고 압력을 가한 후 식히면 표면이 다림질한 것처럼 평평해져 접착력이 급격히 강해진다. 반대로 다시 열을 가하면 원래 거친 상태로 돌아가면서 접착력이 약해져 쉽게 떨어진다. 붙일 땐 ‘꾹’ 달라붙고, 뗄 땐 ‘톡’ 하고 떨어지는 건식 접착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로봇을 이용한 픽앤플레이스 등 매크로 스케일 활용(위), 마이크로 LED 전사 등 마이크로 스케일 활용(아래).[POSTECH 제공]
이 기술은 붙일 때 약 15기압의 강한 힘을 내고, 떼어낼 때는 별도의 힘 없이 저절로 떨어지는 ‘셀프 릴리즈’ 기능도 갖췄다. 붙일 때와 뗄 때 접착력 차이는 무려 1,000배 이상으로, 기존 기술보다 훨씬 뛰어나다. 이 기술로 연구팀은 로봇을 이용해 마이크로 LED 칩을 디스플레이 기판에 정확히 붙이고 깔끔하게 떼어내는 데 성공했으며, 종이나 천 같은 재료도 안정적으로 다룰 수 있음을 입증했다.
김석 교수는 “이 기술은 접착제 없이도 정밀하게 소자를 다룰 수 있어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며 “거의 모든 산업 분야의 접착 공정에 활용할 수 있고, 스마트 제조 기술과 결합하면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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