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조만간 다시 소환해 추가조사”
윤석열 전 대통령이 28일 오전 대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내란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12·3 비상계엄 선포 사건을 수사하는 내란 특별검사팀이 28일 오후 9시 50분경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첫 대면조사를 마쳤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같은 날 오전 10시 14분에 시작된지 약 11시간 35분 만이다. 하지만 특검이 언론 공지 등을 통해 알린 휴식 시간과 조사를 거부한 시간을 제외하면 순수하게 조사받은 시간은 약 4시간 40분에 불과하다.
윤 전 대통령은 신문 종료 후 3시간 넘게 신문 조서를 열람하고 29일 오전 1시 경 귀가했다. 이 과정에서도 윤 전 대통령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특검은 조사가 마무리되지 않았다고 보고 조만간 추가 소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8일 오전 대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내란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6.28/뉴스1
● 오후 한때 조사 거부…조사자 경찰→검사
특검은 이날 오전 10시 14분부터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올해 1월 경찰과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라고 대통령경호처에 지시한 혐의에 대해 캐물었다. 조사는 파견 경찰인 박창환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장(총경)이 맡았다. 특검은 오후 1시 30분부터 조사를 재개하려고 했으나, 윤 전 대통령 측은 “박 총경은 불법 체포를 지휘한 사람으로 고발돼 있다”고 문제 제기를 하며 조사를 거부했다. 특검 측은 이에 “수사 받는 사람이 수사 하는 사람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냐”며 “허위 사실로 수사 진행을 방해하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맞받았다.
3시간 넘게 기싸움을 벌이던 양측은 특검이 체포영장 집행 저지 혐의 조사를 중단하고 부장검사가 주도하는 혐의 조사로 넘어가면서 윤 전 대통령 측도 이에 응했다. 윤 전 대통령은 오후 4시 45분부터 오후 7시까지 김정국·조재철 부장검사로부터 비상계엄 전후 국무회의 의결 과정 및 외환 혐의 등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윤 전 대통령의 동의에 따라 심야 조사는 저녁식사를 진행한 뒤 오후 8시 25분부터 이뤄졌다. 특검은 약 1시간 25분 후인 오후 9시 50분경 윤 전 대통령이 신문을 마친 뒤 조서를 열람 중이라고 전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8일 오전 대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내란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호칭은 ‘대통령님’…조사 전 ‘티타임’ 없었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전 대통령이 친정인 검찰 청사에서 조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윤 전 대통령 측은 지하주차장을 통한 비공개 출석을 요구했으나 특검은 공개 출석하지 않으면 출석 불응으로 간주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이 주차장으로 진입할 것에 대비해 바리케이드로 출입까지 통제해 놨다. 이에 윤 전 대통령 측은 주차장 출입을 시도하지 않고 곧바로 고검 정문에 설치된 포토라인 앞에 차를 세웠다. 차량에서 내린 윤 전 대통령은 기자들에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윤 전 대통령의 조사는 고검 6층에 마련된 조사실에서 진행됐다. 공간은 일반 검사실 구조와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통상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이뤄진 특검과 윤 전 대통령의 ‘티타임’도 없었다. 조사실에는 영상 녹화 장비 등이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동의하지 않으면서 조사 과정에 대한 영상녹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특검은 조사실에서 윤 전 대통령을 ‘대통령님’으로 부르며 예우했다고 한다. 다만 조서 상에는 ‘피의자’로 기록된다. 점심과 저녁식사는 경호처가 외부 식당에서 직접 수령해온 음식을 먹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8일 오전 대면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 마련된 내란특검 사무실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 특검 vs 尹측, 하루종일 신경전 벌여
특검과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조사 시작부터 신경전을 이어갔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날 특검에 출석한 뒤 입장문을 내고 공개 출석 방침을 고수한 내란 특검을 겨냥해 “법령과 적법절차를 위반해 폭주하는 특검은 법위의 존재이냐“며 “피의자의 인권에 대한 존중이 전혀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윤 전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소환 요구에 포토라인에 선 채 공개 출석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이어 대통령령을 언급하며 “출석요구를 할 때는 피의자와 조사 일시·장소를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특검은 이 규정을 모두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자 거부 때도 강하게 충돌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박 총경을 배제해달라는 윤 전 대통령 측에 “박 총경은 1차 체포영장 집행 당시 현장에 있지도 않았다”며 “허위 사실로 수사를 방해하는 것이 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특검은 또 윤 전 대통령 측의 수사 방해에 대해 변협에 징계를 통보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박 총경 주도로 이뤄진 오전 신문 조서에는 서명하지 않았다. 조사를 마친 뒤 피의자가 조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향후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 다만 박 특검보는 “조사 자체로 의미 있고, 일부 활용될 곳이 있다”고 했다.
윤 전 대통령 측 송진호 변호사는 이 같은 수사 지연 과정에 대해 “우리(윤 전 대통령 측)는 공무집행(윤 전 대통령의 체포 과정)이 위법하다고 보고 있고, 경찰은 당시 경호처의 대응이 불법이라고 보고 있는 대치관계”라며 “이해충돌 상황이 있는 당사자인 경찰이 조사에 참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고 이에 대한 조율을 하느라 조사가 중단된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송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이) 성심성의껏 답변했고 충실하게 조사 받았다”며 적법한 추가 소환에는 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혜선 기자 hs87cho@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