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인 검찰에서 첫 대면조사…탄핵 85일만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
尹 측 “공개 망신주기 불과…법적 의무 위반”
공수처 체포 저지·비화폰 기록 삭제 등 조사
윤석열 전 대통령이 28일 피의자 신분으로 내란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로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특검의 공개 소환 요구에 반발하던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결국 백기를 들고 검찰청사 포토라인에 섰다. 검찰이 비공개 출석시 ‘출석 불응’으로 간주한다고 통보한 만큼, 체포영장을 통한 강제 수사를 피하기 위한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에 20년 넘게 몸담았던 윤 전 대통령은 탄핵 85일 만에 친정이 검찰에서 첫 대면 조사를 받게 됐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한 내란·외환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검팀은 이날 오전 10시 14분부터 윤 전 대통령 조사를 시작했다고 언론에 공지했다. 윤 전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나와 피의자석에 앉은 것은 지난 1월 체포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조사를 받은 뒤 약 5달 만이다.
앞서 윤 전 대통령 측은 검찰 조사 방식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였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조사엔 응하겠지만 지하주차장을 통해 비공개 출석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특검이 윤 측의 주장에 대해 출석 불응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통보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55분께 차를 타고 서울고검 현관 앞에 도착해 조사에 입회할 송진호·채명성 변호사와 함께 서울 고검에 들어갔다.
이날 출석한 윤 전 대통령은 검은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를 입고 나타났다. 그는 출입문 앞 계단을 가득 메운 취재진을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다 이내 정면을 응시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취재인이 비공개 출석 주장, 특검 앞둔 심정 등을 질문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8일 피의자 신분으로 내란특검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로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날 윤 전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은 검찰이 공개 출석을 강요해 망신주기에 나섰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법률대리인단 측은 “변호인과의 사전 협의 없이 출석 일시를 일방적으로 언론에 공개하고, 포토라인과 유사한 공개 소환 방식을 강요한 것은 법적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특검은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우고 있으나, 국민이 알고자 하는 것은 진실일 뿐 특정인을 공개적으로 망신주기 위한 사진 한 장이 아니다”라면서 “특검이 형사소송법을 위반해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되고, 피의자의 소환 절차에 대한 법적 의무를 위반하는 것은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한 수사의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특검은 이날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체포 저지 및 비화폰 기록 삭제 혐의, 계엄 전후 국무회의 과정에 대해 중점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 시도 당시 대통령경호처에 자신에 대한 체포 저지를 지시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를 받고 있다. 또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선포 나흘 뒤인 작년 12월 7일 경호처에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등의 비화폰 관련 정보 삭제를 지시한 혐의(경호처법상 직권남용 교사)도 받는다.
아울러 검찰은 앞서 윤 전 대통령과 관련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 기소 과정에서 비상계엄이 법령에 따른 절차를 따르지 않은 ‘하자 있는’ 국무회의를 거쳐 선포됐다고 공소장에 명시한 만큼 이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방침이다.
김기덕 (kidu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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