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병원 전경.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 = 김상수 기자] “장례식장, 주차장, 기부금으로 버텼다.”
소위 ‘빅5’라 불리는 서울 주요 대학병원들이 직면한 현실이다. 의정갈등 여파와 전공의 이탈 등으로 의료 부문에서 작년 한 해에만 수천억원 규모의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적자 폭을 줄일 수 있었던 건 장례식장 사업, 주차장 운영, 기부금 등 의료외수익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국내 의료계를 대표하는 주요 병원들이 의료가 아닌 장례식장이나 주차장 사업 등으로 적자를 버텨야 하는, 의정갈등 여파가 몰고 온 의료 현장의 참담한 현실이다.
한지아 국민의원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삼성서울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서울아산병원 등 서울 ‘빅5’ 병원은 작년에 의료 부문에서 5685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했다.
이미 2023년에도 이들 병원은 의료 부문에서 569억원 적자를 기록했었다. 여기에 의정갈등은 직격탄이 됐다. 천문학적으로 적자가 증가, 1년 만에 적자 규모가 5115억원이나 급증했다.
빅5 중 서울대병원이 2178억원으로 가장 적자가 컸고, 그 뒤로 삼성서울병원(1494억원), 세브란스병원(889억원), 서울성모병원(564억원), 서울아산병원(560억원) 순이었다.
빅5 모두 의료 부문에서 한 해에만 500억원 이상 적자를 면치 못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나마 적자 폭을 줄일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의료외수익’이었다. 이들 병원의 의료외수익은 말 그대로 의료사업 외에 부대사업으로 얻는 수익이다. 장례식장, 주차장, 기부금 등이 이에 해당한다.
2023년엔 빅5 병원의 총 의료외수익이 9512억원이었으나 작년엔 1조1747억원으로 2234억원 증가했다. 작년 기준으로 의료외수익은 서울대병원이 302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로 아산병원(2962억원), 삼성서울병원(2646억원), 세브란스병원(2272억원), 서울성모병원(844억원) 순이었다.
전년 대비 증가 폭으론 세브란스병원이 573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그 뒤로 서울아산병원(571억원), 삼성서울병원(529억원), 서울성모병원(379억원), 서울대병원(182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장례식장이나 주차장은 크게 수익을 늘리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가장 중요한 게 결국 기부금 유치”라며 “워낙 의료 부문 적자가 심각하다보니 병원마다 기부금 확보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실제 연세의료원 결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신촌장례식장 매출은 184억원으로 전년 대비 7억원가량 증가했다. 용인장례식장은 오히려 전년보다 매출 규모가 줄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기부금이다. 연세의료원은 작년에 총 536억원을 모금, 처음으로 500억원대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년 대비 61억원이나 급증했다.
의정갈등 해소로 전공의 이탈이 정상화되고 수술 건수 등이 회복되기 전까진 결국 병원도 의료외수익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의료 부문의 적자 폭을 줄이는 데엔 한계가 뚜렷한 만큼, 부대사업이나 기부금 등을 강화해야만 경영난을 버틸 수 있는 구조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 앞 복도의 모습 [연합]
그나마 최근 새 정부 출범 이후 의정갈등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는 건 희망적이다. 사직 전공의 문제를 이끄는 대한전공의협의회는 27일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한성존 서울아산병원 전공의 대표를 선출했다.
새롭게 위원장이 선출되면서 사직 전공의들이 정부와 어떤 협상에 돌입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과 수련 연속성 보장 등이 관건이다. 입대 사직 전공의 정원 보장, 전문의 추가시험 시행 등이 주요 현안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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