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기업은 삼성, 그룹 합산은 현대차 1위
현대차·기아·모비스, 경제기여액 모두 톱5
수출부터 고용·세수까지 실물경제 영향 확대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현대차그룹이 국내 주요 그룹 가운데 경제기여 총액 1위를 기록했다. 개별 기업 기준으로는 삼성전자에 밀렸지만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다계열사 산업구조가 수출·고용·세수 등 실물경제 전반에 미친 파급력이 그룹 단위 성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수직계열의 힘'
국내 주요 그룹별 경제기여액 변화./그래픽=비즈워치
26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현대차그룹 9개 주요 계열사의 지난해 경제기여액은 총 359조4384억원으로 집계됐다. 현대자동차(115조), 기아(86조), 현대모비스(52조)를 비롯해 현대건설(30조), 현대글로비스(25조), 현대제철(15조) 등으로 구성되며 이는 국내 주요 그룹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경제기여액은 기업이 협력사, 임직원, 정부, 주주, 사회 등에 지급한 거래대금·급여·세금·배당·기부금 등을 합산한 지표다. 이는 기업의 실물경제 영향력을 계량화하는 데 사용된다.
현대차그룹의 경제기여액은 구체적으로 △협력사(거래대금) 306조6295억원 △임직원(급여 등) 34조595억원 △정부(세금 등) 9조2613억원 △주주(배당 등) 7조5808억원 △채권자(이자) 1조 5994억원 △사회(기부금) 3078억원 등이다.
개별 기업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가 여전히 가장 많은 경제기여액을 창출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경제기여액은 157조5376억원으로, 단일 기업 중 1위를 기록했다. 이는 현대자동차(115조), 기아(86조)보다 각각 42조원, 70조원 이상 많다.
개별 기업 순위 상위 5개사 가운데 3곳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였다. 현대차가 2위, 기아가 3위, 현대모비스가 5위를 차지했으며 나머지 한 자리는 LG전자(4위)가 올랐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둔화로 일부 제조업의 성장세가 주춤한 가운데 자동차 산업은 수요 강세와 부품 공급 안정화 등에 힘입어 전방위 기여도가 확대된 결과다.
현대차그룹은 자동차를 중심으로 부품, 물류, 철강, 건설 등 다양한 산업이 맞물려 움직이는 구조를 갖고 있다. 계열사 간 역할이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수출, 생산, 고용, 세금, 지역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파급 효과를 만들어낸다. 산업 생태계 전체가 함께 작동하는 구조는 현대차그룹만의 경쟁력이자 경제 기여도 확대의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수출부터 고용까지…숫자로 드러난 실물 기여
현대차 협력사 채용박람회./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자동차산업이 실물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은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완성차 생산에서 시작해 부품 조달, 철강 가공, 물류 운송까지 연결되는 구조는 단일 산업을 넘어 다른 분야에도 영향을 준다. 자동차 한 대가 수출되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내 생산 활동과 고용, 지역 투자까지 경제 전반이 함께 움직이게 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산업 수출에 따른 생산유발액은 2365억 달러(한화 약 321조원)로, 국내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3년 연속 1위였다.
수출이 국내 생산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를 나타내는 '수출의 생산유발효과' 지표에서 자동차는 반도체, 기계 등 다른 산업보다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자동차산업이 전체 수출 생산유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3.8%에서 2023년 18.2%로 커졌다. 실물경제에서 차지하는 무게감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무역수지 측면에서도 자동차 산업의 기여도는 컸다. 지난해 완성차 수출은 708억 달러(약 96조원), 부품을 포함한 자동차 전체 수출은 933억 달러(약 126조원)로 집계돼 2년 연속 900억 달러대를 유지했다. 무역흑자 또한 727억 달러(약 98조원)로, 우리나라 전체 무역흑자 규모보다 큰 수준이었다. 수출액 대비 무역흑자율도 78%로, 반도체(49%), 기계(40%)보다 높았다.
또 자동차산업은 전 산업을 통틀어 가장 많은 직·간접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산업의 직·간접 고용인원은 약 150만명에 달해 철강(41만명), 반도체(28만명)보다 월등히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일자리의 질에서도 우위를 보였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산업 종사자의 평균 연봉은 6091만원으로, 전체 제조업 평균(5377만원)보다 약 13% 높았다.
또한 자동차 생산시설은 전국에 고르게 분포돼 있는 점도 특징이다. 통계청 산업통계에 따르면 자동차산업의 지역별 생산 비중은 △동남권 35% △수도권 29% △충청권 16% △호남권 11% △대구경북권 9% 등으로, 반도체(수도권 82%)나 조선(동남권 80%)에 비해 지역 분산도가 높다. 이는 청년 인구의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각 지역의 소득 기반 확충과 장기적인 자립경제 형성에 기여하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자동차산업은 제조업 전체 생산의 14.5%, 부가가치의 12.1%를 차지하고 있으며 세수 기여액도 연간 42조원에 달한다. 이는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의 1.4배 수준으로, 산업 자체의 파급력과 함께 재정 기여도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강남훈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 회장은 "자동차산업은 전후방 산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산업의 산업'으로 우리 경제의 핵심 축"이라며 "지금과 같은 전환기에는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곧 국가 제조업 전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도다솔 (did0903@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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