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러닝메이트’ 주연 4인 인터뷰
영진고 학생회장단 선거 후보 연기
“정치 아닌 10대들의 성장과정 봐주길”
티빙 오리지널 ‘러닝메이트’ 주연 4인방. 좌측부터 이정식, 윤현수, 홍화연, 최우성 [티빙 제공]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온리원! 온리유! 기호 1번 곽상현!”/“당연히 2번! 무조건 2번! 언제나 2번 양원대!”
고등학교 학생회 선거에 무슨 응원가까지 만드나 싶었는데 어느새 흥얼대며 입안을 맴돈다. 그럴듯한 포스터와 공약, 응원 도구까지 더하면 더했지 ‘어른들의 선거’ 못지않다. 그보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학생들이다. 유세 현장에서 신나게 율동하고, 콘서트에 온 마냥 기타를 메고 선거송을 부르는 이들의 모습에서 10대만이 가진 싱그러운 생동감이 피어난다. 언젠가는 추억으로 돌아보게 될 10대의 한 페이지 속 고딩들의 ‘선거전’,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러닝메이트’다.
“보시는 분들이 자신의 10대나 유년 시절 떠올리며 많이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러닝메이트’는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10대들이 본인들의 자아나 주도적인 꿈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봐주시길 바랍니다.”(이정식)
배우 윤현수 [티빙 제공]
‘러닝메이트’의 주인공은 총 9명이다. 양 캠프의 회장과 남녀 부회장 후보, 그리고 각 캠프의 조력자들 모두가 주인공이라는 게 연출을 맡은 한진원 감독의 설명이다. 이들 중 회장단 후보를 연기한 배우 4인방 윤현수, 이정식, 최우성, 홍화연을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모두가 신인배우다. 그리고 모두가 오디션을 통해 러닝메이트에 합류했다. 홍화연은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쓴 작품이라는 점이 새로웠다”고 했고, 최우성은 “기생충 각본가인 한진원이 썼다는 것만으로도 호기심이 생겨 꼭 같이 작업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드라마는 주인공 세훈(윤현수 분)의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사연에서 시작한다. 등굣길 버스 안에서 벌어진 불상사로 하루아침에 ‘발기남’으로 낙인찍힌 세훈. ‘영진고’의 웃음거리가 돼 버린 그는 함께 학생회 선거에 나가자는 2학년 선배 양원대(최우성 분)의 뜻밖의 제안에, 민망한 꼬리표를 떼어낼 기회라고 생각한다.
배우 이정식 [티빙 제공]
“지금은 네가 좀 묻혀있어도, 송곳은 결국 주머니를 뚫고 나오게 돼 있어.”
원대의 말처럼 세훈은 ‘낭중지추’로 거듭나기로 하지만, 이윽고 자신이 원대의 1순위가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에게 손 내미는 또 한 명의 회장 후보 ‘교내 핵인싸’ 곽상현(이정식 분). 배신감에 가득 찬 세훈은 원대의 ‘기호품’이 되기보다 상현의 ‘필수품’이 되기로 마음먹는다. ‘트렌드’와 ‘혁신’을 내세운 기호 1번 곽상현 캠프와 ‘전통’과 ‘단합’을 내세운 기호 2번 양원대 캠프의 물러설 수 없는 치열한 선거전이 시작된다.
달라도 너무 다른 두 후보의 전쟁이다. 곽상현은 화려한 비주얼과 친화력을 지녔지만 알고보면 가식적인 인물이고, 학생회 부회장 출신 양원대는 리더십과 뚝심을 고루 갖췄지만 속으로는 야망이 가득하다. 각각의 배역을 맡은 이정식과 최우성은 자신들의 진짜 모습을 숨긴 채 회장 선거에 나선 두 캐릭터를 현실감 있게 연기했다.
이정식은 “초반에 상현의 본모습이 드러나게 되면 너무 뻔하고 아쉬울 것 같아서 섬세한 빌드업 과정에 집중했다”면서 “조금 더 표현하거나 욕심을 부리지 않는 선에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배우 최우성 [티빙 제공]
최우성은 “양원대는 처음 보면 굉장히 강하고 오빠 같은 사람”이라면서 “동시에 학생만이 품을 수 있는 야망이 있는 사람이고, 그 야망에서 느끼는 힘듦을 캐릭터에 녹여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너무 다른 건 기호 1번 곽상현의 ‘러닝메이트’인 노세훈과 윤정희도 마찬가지다. 정희는 할 말은 정확히 하는 전교 1등 ‘똑순이’ 그 자체다. 윤정희 역의 홍화연은 “학생으로서 본분을 다하는 정희를 연기하기 위해 일부러 안경도 쓰고 머리도 자르고 주근깨도 뿌렸다”면서 “할 말은 꼭 하는 정희의 성격은 나와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반면 극 중 세훈은 소심하고 여기저기 휩쓸려 다니며 본의 아니게 민폐만 끼치는 안티히어로(Anti-Hero, 영웅상이 결핍된 캐릭터) 마냥 비친다. 한진원 감독은 “세훈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이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세훈은 당선을 위해 점점 더 과열되는 선거전 속에서 격한 감정의 변화를 겪는다. 양 캠프의 비방전에 친한 친구마저 잃는다. 터져 나오는 분노를 참다가 눈시울이 붉어지고, 그것이 쏟아져 나오며 소리치는 모습이 마치 절규하는 듯하다. 하지만 작품 말미에 세훈은 함께 당선된 곽상현의 진짜 모습을 폭로하고, 스스로 학교를 떠나는 용기 있고 주도적인 모습을 보인다. 점차 거칠어지는 선거전 속에서 세훈이란 캐릭터가 조금씩 쌓아 올린 성장 서사다.
배우 홍화연 [티빙 제공]
윤현수는 “몬스터의 마지막 장면처럼 괴물이 되어보자란 마음으로 연기했다. 감정 기복이 심하고, 그것을 분출하는 장면을 표현하려 차에서 소리도 질러보고 연습을 많이 했다”며 “현장에서 감독님이 나를 믿어줬고, 그렇게에 스스로도 어느 순간 내가 정말 ‘노세훈’이 되고 있구나를 느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모두가 고등학생 시절을 훌쩍 지나 20대 중후반, 30대를 지나고 있다. 오랜만에 교복을 입은 만큼 각 캐릭터에는 ‘학생’만이 낼 수 있는 에너지를 표현하기 위한 노력들이 있었다. 홍화연은 “(연기를 하면서) 교복을 처음 입어봐서 설렜다”면서 “학생의 신분이기 때문에 메이크업 없이 촬영했고, 외모를 신경 쓰지 않고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최우성은 “학생 때의 마음으로 돌아가려고 신경을 썼다”면서 “학생들이 가진 불안감과 욕심, 이런 것들을 잘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배우 모두가 애정을 한껏 쏟아 열정을 쏟아낸 작품이다. 2023년의 여름은 모두가 영진고의 학생이었고, 그렇기에 이들에게 ‘러닝메이트’ 촬영은 10대의 어느 순간을 떠올릴 만큼 찬란하게 빛나는 시간이었다. 그렇기에 세훈의 자퇴로 끝나는 엔딩은 모두의 가슴에 특별한 의미로 남았다.
티빙 오리지널 ‘러닝메이트’ 주연 4인방과 한진원 감독 [티빙 제공]
홍화연은 “세훈이가 학교를 떠날 때 다 같이 서서 인사하는 장면을 찍는데, 정말 세훈이의 마지막을 보는 것 같았다. 실제로도 펑펑 울고 말았다”면서 “정희로서는 떠나보내기 싫은 마음으로 촬영했다. 그것이 학생으로서 정희가 가진 순수한 마음이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현수는 “학교를 떠나서 성장한 세훈이가 ‘어떤 꿈을 가지게 될까‘란 생각으로 엔딩을 찍었다. 잠깐이었지만 성장한 세훈이를 보게 돼 뿌듯했다”면서 “러닝메이트는 앞으로 잊지 못할 작품이고, 2023년은 뜨거웠던 시절로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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