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미국 메릴랜드주(州)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공군 장교와 함께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트럼프는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했다고 깜짝 발표했고, 이날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네덜란드로 이동했다./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스라엘과 이란이 완전한 휴전에 합의했다”면서 25일 0시를 기점으로 전쟁이 종식된다고 발표했다(미 동부 시각 기준). 트럼프의 말대로 휴전이 이행되면,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핵 시설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이란의 전쟁이 12일 만에 멈추게 된다. 미국이 이란 핵 시설 3곳을 직접 타격한 후 이틀 만의 휴전 발표, 4일 만의 전쟁 종결이다.
트럼프는 이날 오후 6시쯤 “축하합니다 여러분”으로 시작한 글에서 “지금부터 6시간 동안 양측이 마지막 임무를 수행한 뒤 이란이 먼저 12시간 동안 휴전하고, 이어 이스라엘이 12시간 휴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총 24시간이 지나면 ’12일 전쟁’의 공식 종료(Official End)를 전 세계가 축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정전 발표는 이란이 카타르에 있는 미군 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 14발을 발사한 직후 나왔다. 이틀 전 미 공군이 이란 핵 시설 3곳에 벙커버스터(지하 관통 폭탄) 14대를 투하한 데 대한 이란의 보복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이날 “14발 중 13발을 격추했고, 나머지 1발은 위협이 되지 않아 그대로 뒀다. (미사일 공격을) 사전 공지해준 이란에 고맙다. 덕분에 사상자가 없었다”고 밝혔다. ‘약속 대련’ 성격의 작전으로 이란은 보복 조치를 취했다는 내부 명분을 쌓고, 미국은 이를 용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전격적인 이란 폭격, 뒤이은 전격적인 정전 발표로 트럼프가 ‘힘을 통한 평화’를 구현하고, 미국의 리더십을 재확인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실제 24일 오전 이스라엘이 “이란이 휴전 발효 시점(24일 0시) 이후에도 미사일을 발사해 협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이란은 부인하는 갈등 상황이 이어졌다.
23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방공 시설로 사용되는 지하 주차장에서 한 남녀가 포옹하고 있다. 옆에는 이란과의 무력 충돌에 따른 사상자를 추모하는 꽃이 로켓 모양의 용기에 담겨 놓여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이란이 카타르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는 소식이 나온 뒤 갑작스럽게 나온 트럼프의 휴전 발표, 그리고 휴전이 실제 이행되기 직전 6시간 동안 이어진 이스라엘·이란의 막바지 공습까지 약 36시간 동안 중동 정세는 긴박하게 요동쳤다.
미 동부 시각 기준으로 23일 낮 1시쯤, 이란이 카타르에 있는 알 우데이드 미군 기지를 보복 공습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란은 ‘승리의 기쁜 소식 작전(Operation Glad Tidings of Victory)’이라는 코드명 아래 총 14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14발은 이틀 전 트럼프가 B-2 폭격기를 이용해 이란의 핵 시설에 초대형 관통 폭탄 ‘벙커버스터’ 14발을 투하한 것과 같은 숫자다. 미국을 직접 겨냥한 이란의 대규모 미사일 공격은 이번이 처음으로, 미군 기지 내에서 인명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미국의 보복이 이어지면서 전면전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트럼프가 3시간 후 “이란이 미리 알려줘 사상자가 없었다”고 밝혀 사전 약속된, 형식적인 보복 조치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제로 이날 미 민간 위성 업체 플래닛랩스가 공개한 위성사진을 보면, 평소에 1만명 이상이 주둔하는 알 우데이드 기지는 이란 공습이 있기 전에 군인과 항공기 등 전력이 전부 철수한 모습이었다. 이란 국영 언론도 “미국 측에 민간 피해를 피하도록 공격 좌표를 미리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레드라인’은 넘지 않겠다는 메시지였다.
그로부터 2시간 뒤 트럼프가 “양국이 휴전에 합의했다”는 깜짝 발표를 내놨다. 하지만 트럼프가 언급한 ‘마지막 임무’를 수행해도 되는 6시간 동안 실제 이란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어져 사상자가 발생했다. AP 등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에선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최소 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도 이란 서부 미사일 발사대를 겨냥해 공습을 벌였다. 이로 인해 북부 길란주에서 9명이 사망했다고 이란 타스님통신이 보도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24일 오전 1시 10분쯤 트루스소셜에 “휴전은 이제 발효됐다. 위반하지 마라! 도널드 J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고 적었다. 자신이 밝힌 휴전 개시 시간을 한 시간 남짓 넘긴 시각이었다. 이날 이란의 공격에 잠시 영공을 폐쇄했던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글을 올린 이후 하늘길을 다시 열기로 하고 항공기 운항 재개에 나섰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우리 군의 (이스라엘에 대한) 미사일 공격 종료와 함께 휴전이 발효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휴전 발효 5시간 후쯤,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은 “이란이 휴전 발효 후에 미사일 2기를 발사해 요격했다”며 “군에 테헤란 공습 등 강력 대응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이에 “(휴전 발효 후)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트럼프가 말한 ’24시간의 휴전’이 지속돼야 완전한 정전이 이뤄지지만, 이 과정에서 조마조마한 상황이 지속된 것이다.
양측의 이러한 공방이 당장 휴전 파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스라엘과의 교전에서 예상보다 취약한 모습을 노출한 이란은 휴전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 출구 전략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스라엘도 트럼프의 휴전 선언을 정면으로 치받기에는 부담이 크다. 네타냐후 총리는 내각 회의에서 “이란에 대한 ‘일어서는 사자’ 군사 작전의 모든 목표를 달성하고 그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만약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재개하는 움직임이 포착될 경우 양측은 휴전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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