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퀀텀코리아 2025' 양자산업 주제로 개막
국산 양자컴 냉각기, 양자보안 시스템 공개
한국 양자기술 세계 12위... 소부장 집중을
"빅테크 공급망서 수익 낼 핵심기술 키워야"
양자컴퓨터 스타트업 SDT의 윤지원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퀀텀코리아 2025’ 전시에 참여해 자체 개발한 양자컴퓨터용 냉각기 '크라이오랙'을 소개하고 있다. 유닛 하나로 50큐비트급 양자컴퓨터를 가동할 수 있고, 여러 유닛을 연결해 성능이 더 높은 양자컴퓨터 냉각에도 활용할 수 있다. 신혜정 기자
“양자컴퓨터 냉각기를 직접 설계하고 제조한 건 국내는 물론 동아시아에서도 처음일 겁니다.”
24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퀀텀코리아 2025’에서 만난 윤지원 SDT 대표가 양자컴퓨터용 극저온 냉각기 ‘크라이오랙’을 소개했다. SDT는 글로벌 기업 애니온테크놀러지스의 핵심 냉각 기술 지식재산권을 이전받고 국산 부품으로 냉각기를 자체 개발했다. 내달 정식 출시를 앞두고 유럽 기업과 수출 계약 협상이 진행 중이다.
양자컴퓨터 제조업체인 SDT는 냉각기 외에도 큐비트제어장치(QCU)나 동시계수기(CCU) 등 안정적 양자컴퓨팅 구현을 위한 다양한 하드웨어를 개발하고 있다. 윤 대표는 “독자 양자컴 개발 뿐만 아니라 그 성능을 높이는 전자장비를 만드는 것도 매우 어렵고 중요하다”며 “이 같은 핵심 장비 개발은 제조업이 발달한 우리가 특히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올해 3회째인 양자연구·산업 전시회 퀀텀코리아는 ‘100년의 양자, 산업을 깨우다’를 주제로 이날 개막했다. 양자과학 시작 100년이 된 올해를 기점으로, 양자기술이 실험실에서 나와 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지난해까지는 정부출연연구기관과 IBM 같은 해외 기업들이 주로 부스를 채웠지만, 올해는 국내 양자 스타트업들의 참여도 늘었다.
24일 오전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퀀텀코리아 2025’의 위드웨이브 부스에 양자컴퓨터용 부품이 전시돼 있다. 신혜정 기자
국내 스타트업들은 양자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집중하고 있다. 전파기술 기업 위드웨이브는 이날 양자컴퓨터 부품인 극저온 세미리지드 동축케이블과 IR필터, 저잡음 증폭기 등을 전시했다. 이들 부품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양자컴퓨터 개발에 활용됐고, 최근 글로벌 기업들과도 공급 논의가 진행 중이다. 약 2년 전부터 양자 연구개발(R&D) 인력을 충원하고 투자한 결과다. 위드웨이브 관계자는 “양자 산업이 아직은 초기라 세계 시장에도 부품 업체가 많지 않다”며 “블루오션 진출을 위해 가격과 성능을 모두 갖추려 한다”고 말했다.
한국퀀텀컴퓨팅(KQC)은 자체 개발한 양자내성암호(PQC) 기반 하드웨어 보안모듈과 보안키를 공개했다. 양자컴퓨터가 발전하면 기존 공개키 암호 알고리즘은 순식간에 무력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업이 데이터 보호를 준비할 수 있는 양자 기반 시스템을 선보인 것이다. 오상근 KQC 부사장은 “양자내성을 갖는 하드웨어 보안키를 개발한 것은 사실상 처음이며, 9월부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라며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서조차 160억 개 비밀번호가 유출되는 사고가 났는데, 향후 양자보안 시스템으로 전환하면 이 같은 사이버 공격에서 안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24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퀀텀코리아 2025’에 참가한 한국퀀텀컴퓨팅(KQC)이 선보인 양자내성암호(PQC) 기반 하드웨어 보안모듈과 보안키. 신혜정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양자기술 수준은 세계 12위다. 이에 정부는 올 3월 양자경제 활성화 과제를 발표하면서 ‘양자 소부장 강화’를 현실적인 목표로 제시했다. 핵심 소부장 기술을 확보해 빅테크 기업들이 중심이 되고 있는 양자 공급망의 핵심 고리에 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만난 기업들은 정책 방향에 공감하면서도 "정부가 모든 걸 주관하기보다 민간의 투자와 사업화를 촉진하는 데 힘써달라"고 입을 모았다. 윤지원 대표는 “해외 기업의 화려한 기술을 쫓기만 할 게 아니라, 다른 나라가 잘 하지 않는 중요 기술을 선점하고 궁극적으로 수익을 내는 데 초점을 두는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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