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06월17일 08시10분에 팜이데일리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리브스메드의 다관절 수술 기구는 세계 1위이자 시가총액 250조원의 수술용 로봇 기업 인튜이티브 서지컬 기술을 연상케 한다. ‘다빈치 로봇 수술’로 널리 알려진 인튜이티브 서지컬은 하나의 로봇팔에 다관절 손목 기능을 갖춘 카메라와 세 개의 수술 기구를 장착하는 기술로 최소침습 수술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정원 특허법인 더웨이브 파트너 변리사.(제공= 더웨이브)
이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다관절 수술 기구가 인튜이티브 서지컬 구조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실제 시장에서 인슐린 펌프를 제조, 판매한 국내 바이오벤처가 글로벌 대형 의료기기 기업과 900억원 규모 특허 소송에 휘말린 사례도 있다.
리브스메드는 이러한 리스크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철저한 특허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표 제품인 ‘아티센셜(Artisential)’을 포함해 현재까지 모두 700여 건의 지식재산권(IP)을 출원했으며, 이 중 기술 관련 특허만 469건에 달한다.
특허에 진심인 만큼 리브스메드는 사내에 3명의 변리사를, 외부로는 총 3곳의 특허법인과 협업하고 있다.
이 가운데 기술 특허를 중점적으로 담당하는 곳이 특허법인 ‘더웨이브’다. 더웨이브의 윤정원 공동 창업자 및 파트너 변리사는 물리학을 전공한 IP 전문가로, 현재 변리사 경력 11년 차다.
윤 변리사는 리브스메드의 아티센셜 특허 전략을 초기부터 함께 설계해온 핵심 인물이다. 그를 만나 리브스메드의 특허 전략과 리스크 등을 자세히 물었다.
△리브스메드 제품은 인튜이티브 서지컬의 다빈치와 유사한 개념인 것 같다.
=외부에서 봤을 땐 다관절이라는 점에선 비슷한 개념으로 보일 것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관절을 구현하는 방식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 두 기술의 공통점을 찾을 수 없다.
△구현하는 방식은 달라도 ‘다관절’이라는 컨셉 자체가 유사하다며 소송을 걸 가능성도 있지 않나.
=다관절 개념 자체에 대한 초기 특허들은 만료됐으며 다관절이라는 컨셉만으로 넓은 권리범위를 확보할 수는 없다. 다관절이라면 어떤 다관절인지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이 근거로 나와줘야 한다. 막연히 개념에 대한 소송은 걸 수 없다.
△리브스메드가 보유한 특허가 469건에 달한다. 업계 평균으로 봤을 때 많은 편인가.
=그렇다. 다른 의료기기 회사들을 보면 평균 100개 정도거나 그 이하다. 벤처 입장에서는 비용도 걸림돌이다. 국내의 경우 특허 하나를 등록하려면 건당 400만~500만원이 든다. 미국은 훨씬 비싼 2000만원 수준이다. 여기다 2~3년마다 ‘유지비’ 개념으로 권리를 유지할 수 있는 중간 비용이 추가로 나간다. 이 때문에 보통은 특허를 많이 내고 싶어도 잘 못한다. 이런 점에서 리브스메드는 확실히 특허가 많다.
△왜 이렇게 특허가 많은 건가.
=리브스메드는 기술을 ‘카피’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특허도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 또 분할 특허를 계속해서 내기 때문이기도 하다. 분할특허는 한 기술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권리범위를 나누고, 이미 등록된 권리를 피해 새로운 범위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말한다. 틈새를 노린 타사의 회피 설계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방향에서 ‘새끼’ 특허들을 계속 쌓아가는 것을 말한다.
리브스메드는 특히 분할 특허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기술 하나에 6건 이상 분할출원한 사례도 있다. 향후 출시될 제품뿐 아니라 기존 경쟁사까지 포괄하는 방어벽을 치기 위한 전략이다.
△리브스메드 특허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등록돼 있나.
=그렇다. 여타 기업들과는 달리 국내보다 해외 출원 비중이 더 높으며 그 중에서도 미국 출원이 전체의 약 25%를 차지할 만큼 많다.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글로벌 진출에 도전하는 기업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의 다관절 특허는 이미 모두 만료된 것으로 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기존 경쟁사를 겨냥한 특허를 쌓는 이유는.
=리브스메드의 원천기술은 이제 시작점이고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확장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 목표를 달성하는 것으로 안다. 그런 점에서 리브스메드는 앞으로도 특허 활동을 활발히 해나갈 것으로 예상한다.
△특허가 많으면 좋은 점은 무엇인가.
=리브스메드와 같은 기술 기반의 회사에게는 제품 자체 뿐만 아니라 특허 또한 큰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즉, 상품화할 기술에 대한 특허 뿐만 아니라, 주변 변형 기술에 대한 방어를 통해 유사품까지도 방어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특허는 당연히 질적인 측면에서 양질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양적인 측면에서도 세분화된 영역에서 촘촘하게 다수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 또한 경쟁사에게 강력한 진입장벽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전략적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석지헌 (cake@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