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구장 재건축 점검 <2> 두 번의 재건축 용역 두 번의 다른 결과# 2018년 마스트플랜 용역
- 돔 구장 1안·개방형 2안 제시
- 서병수 시장 돔 야구장 발표
- 석 달 뒤 오거돈 시장 당선
- 市 ‘북항 개방형’ 추진 보고
# 2023년 기본계획 용역
- 입지 관련 용역·공청회 미실시
- 시민 의견 돔 지지 60% 넘어
- 추후 보정 개방형으로 결정
- 과업지시서 추정공사비 2000억
- 용역서 개방형 외 결정 어려워
사직구장 노후화로 새로운 야구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2010년부터 구체화됐다. 부산시는 2018년과 2023년 두 차례 용역으로 새 구장 밑그림을 완성했다. 두 번째 용역 결과가 현재 사직구장 재건축 사업의 밑바탕이 됐다. 문제는 두 번째 용역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 의구심이 지워지지 않는 부분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설계·시공 과정에서 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온다.지난해 11월 부산시가 사직구장 재건축 계획을 담은 비전을 발표하면서 공개한 새로운 사직구장 투시도. 부산시 제공
▮왜 입지 선정 용역 빠졌나?
시는 새로운 야구장을 짓기 위해 두 차례 용역을 시행했다. 2018년 ‘종합운동장 야구장 중장기 발전 마스트플랜 수립 용역’(마스트플랜 용역)과 2023년 ‘사직야구장 재건축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기본계획 용역)이다.
마스트플랜 용역은 입지 선정 용역을 권고했다. 돔 또는 개방형 등 경기장 형태 결정에 앞서 입지 선정 용역을 실시해 현 부지가 나은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스트플랜 용역은 사직구장뿐만 아니라 ▷서구 구덕운동장 ▷강서구 강서체육공원 ▷동구 북항 일대에 대한 기초적인 입지 특성을 분석했다. 기초 입지 분석은 시가 용역을 맡은 동서대 산학협력단에 요청해 이뤄졌다. 하지만 전문적인 입지 선정 용역은 당시 부산시장이 선거로 바뀌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이뤄지지 않았다. 용역을 수행했던 동서대 김성겸 스포츠 레저학과 교수는 “시가 먼저 경기장 입지를 들여다봐 달라고 했다. 당시 북항으로 가자는 여론이 강했다”며 “시가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입지 분석을 마친 뒤 결론을 도출했다면 새 구장 부지를 두고 갈등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용역을 하면서도 시는 입지 분석 용역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국가 기관이 지역으로 이전하는 등의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입지 분석·선정이 불필요했다”고 말했다.
▮왜 돔구장 대신 개방형을 택했나?사직구장을 공중에서 촬영한 모습. 국제신문DB
마스트플랜 용역은 2만8000석 규모의 개폐형 돔구장을 1안으로 제안했다. ‘야도 부산’을 대표하는 랜드 마크가 될 수 있고, 우천을 포함한 여러 환경 제약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사업비는 3500억 원으로 추산했다. 2안으로는 기존 사직구장과 같은 개방형 야구장을 제시했다. 마스트플랜 용역을 토대로 2018년 3월 28일 당시 서병수 시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개폐형 돔 형태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위치는 입지 용역으로 확정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불과 3개월도 안 돼 2018년 6월 22일 시는 제7회 지방선거(6월 13일)에서 당선된 오거돈 시장의 인수위원회에 오 시장의 공약에 따라 북항 재개발 예정지에 개방형 야구장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업무보고를 했다. 야구장 형태가 완전히 바뀌었고, 입지 선정도 용역 없이 결정됐다. 그 뒤 오 시장은 불미스러운 일로 낙마했고 사직구장 재건축도 진전이 없었다.
박형준 시장이 취임한 뒤 2023년 이뤄진 기본계획 용역은 2만1000석 규모의 개방형 야구장을 제안했다. 시 관계자는 “경기장 규모와 형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제시해 기본계획 용역 결과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합리적 판단이란 ▷건립비 ▷운영비 ▷시민·전문가 조사를 종합한 것을 말한다.
기본계획 용역은 크게 개방형과 돔(폐쇄형, 개폐형)으로 나눠 조사를 수행했다. 개방형 구장 건립에는 1500~2000억 원이 필요하고 돔은 3600~6000억 원이 들 것으로 전망했다.
시는 사직구장 부지에 2만1000석 규모의 새 야구장을 짓겠다는 결정을 했다. 근거는 기본계획 용역이다. 하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국제신문은 2022년 4월 시가 기본계획 용역 발주를 위해 제시한 과업 지시서를 입수해 살펴봤다. 과업 지시서는 시가 용역사에 전하는 일종의 지침이다. 과업 지시서를 보면 관람석 규모를 2만5000석 이내로 제한했고 개방형 또는 돔을 건립 형태로 제시했다. 문제는 추정 공사비를 2000억 원으로 정했다는 점이다. 공사비에는 기존 야구장 철거비, 대체 구장 조성비가 포함됐다. 추정 공사비에 맞추려면 사실상 결론은 개방형뿐이다.
▮왜 시민 의견 그대로 반영 안 됐나?
새 야구장을 지을 때 시민 의견 수렴이 무척 중요하다. 기본계획 용역에서 실시한 시민 의견 수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형식과 내용에서 일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시민 의견 수렴 과정이 전문가들도 이해하기 어렵게 이뤄졌다는 것이다.
인터넷 조사 문항 11~13번은 경기장 건립 형태에 관해 질문했다. 11번은 개방형, 폐쇄형·개폐형 돔 중 어느 것을 선호하는지 물었다. 개폐형 돔 지지율이 61.42%에 달했다. 이어진 12번 질문은 돔 형태를 선택한 이들에게 한정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설문 참여자 전부에게 질문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설문 참여자는 돔 형태를 강하게 지지했다. 12번 문항은 돔으로 건설하면 사업비와 유지 관리비가 많이 들고 사업이 2~3년이 늦어질 수 있다는 어려움을 설명한 뒤 그래도 돔을 지지하는지 물었다. 설문 참여자의 69.88%가 “예”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용역사는 자체적인 보정 작업을 거쳐 개방형 지지가 가장 높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결론에 도달했다. 부산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이슬기 교수는 “추후 보정을 하는 건 굉장히 예민한 문제다. 보정을 했다면 왜 보정을 해야 했는지, 보정은 어떻게 이뤄졌는지 알기 쉽게 설명해야 한다”며 “용역 보고서에는 그런 부분이 생략돼 있다. 조사와 보정의 정당성을 인정받으려면 보정 값을 만드는 과정을 공개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시는 당시 용역 준공이 이뤄진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과업 지시서를 살펴보면 지역 주민 의견 반영을 세부 과업 내용으로 넣었다. 구체적인 조사 방법은 시와 사전 협의 후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는 용역을 마치기 전 공청회를 열 수도 있었다. 앞서 마스트플랜 용역은 결과를 도출하기 전 공청회를 열어 결과를 시민에게 우선적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공청회는 열리지 않았다. 시 관계자는 “공청회는 법정 의무 사항이 아니다. 용역사 재량인지 제가 말할 건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기본계획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학계는 부산시의회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아대 행정학과 김형민 교수는 “그동안 사직구장 재건축 사업에서 시는 일관성이 없었다”며 “시의회는 특별위원회를 꾸려 기본계획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 공청회나 시민설명회를 열어 시민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새 야구장 건설 문제를 두고 지역 내 갈등이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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