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물류비 영향 촉각…중동 사태 장기화 시 항공 운임 비상
지난 14일 이스라엘의 드론(무인기) 공격으로 이란 남부 걸프 해역의 사우스파르스 가스전 14광구 정제시설에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우스 파르스 천연가스 정유소. ⓒ AP/뉴시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에 미국까지 개입하면서 확전 위험이 고조되고 있다. 이란이 원유 수송 경로인 호르무즈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들면서, 국내 산업계도 긴장 수위를 높이는 모습이다.
항공 운송 비중이 큰 모바일 업계는 당장의 직접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하면서도, 갈등 장기화로 인한 유가 상승→항공 운임 인상→물류비 증가에 따른 조달 비용 부담 가중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23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이란 의회(마즐리스)는 2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미국의 자국 핵시설 폭격에 대응하는 차원이다.
최종 결정 권한은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SNSC)에 있으나, 이란이 보복조치에 강경한 입장을 밝히고 있어 실제 전면 봉쇄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길이 약 160km, 폭이 좁은 곳은 50km에 불과한 수로로, 페르시아만을 대양으로 이어주는 유일한 해상 통로다. 이 해협을 통한 석유 운송량은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2000만 배럴로, 전 세계 석유 소비량의 20%에 달한다. 액화천연가스(LNG)의 경우 전 세계 해상 운송량의 5분의 1이 이 해협을 통과한다.
중동 지역의 일촉즉발 상황 속 환율, 유가, 운송비가 널뛰기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당장 유가가 반응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뉴욕상품거래소에서 22일(현지시간) 오후 7시 50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2.56% 오른 배럴당 75.73 달러를 기록했다. 개장 직후엔 78.40 달러까지 치솟았다. 브렌트유 선물도 2.29% 오른 78.77 달러에 거래됐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70%가 중동산이며 이 중 99%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
모바일 업계는 주로 항공기를 통해 스마트폰과 IT 제품을 운송하기 때문에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사태 장기화 시 유가 상승에 따른 항공 운임 급등, 물류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 모바일, IT 제품 등은 선박 보다는 항공기를 통해 출하·조달하고 있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유가·환율·물류비 인상 등 연쇄 효과에 따른 간접 부담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동 지역에서 삼성 스마트폰 비중은 높은 편이다. 해외 IT 매체 샘모바일(SamMobile)은 중동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올해 1분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1170만대를 기록했으나, 600 달러 이상 고가 모델은 17%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삼성의 중동 지역 스마트폰 출하량은 이 기간 37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9% 늘었다. 시장 점유율은 32%로 애플 출하량(130만대)를 크게 앞선다.
올해 초 갤럭시 S25 시리즈에 초슬림폰 '엣지'를 내놓은 데 이어 폴더블폰 '폴드·플립7' 출시를 앞둔 삼성으로서는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비싼 항공 운임을 치러야 한다. 삼성 뿐 아니라 완제품을 생산하는 대다수 기업들이 항공 운송 수요에 몰리기 때문이다.
중동 정세가 장기화되면 삼성전자 실적에도 일부 타격이 예상된다. 이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제품 가격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중동 갈등까지 더해지며 공급망 리스크를 아예 다시 짜야 하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갤럭시 S25 엣지 이미지ⓒKT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모바일 경험)사업부는 갤럭시 S25시리즈 판매 호조에 힘입어 1분기 4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전체 이익의 64.3%를 차지했다.
그러나 2분기부터는 신제품 효과 둔화, 관세 여파 등으로 기여도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물류비, 원자재, 환율이 일제히 상승할 경우 고정비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대신증권은 삼성전자의 2분기 스마트폰 출하량이 5500만대로 전분기 대비 10%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평균판매가격(ASP)도 288 달러로 12%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삼성전자를 포함해 주요 국내 기업은 이스라엘 주재원을 인접국 요르단으로 대피시켰다. 현지 직원들은 전원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이들 기업은 직원 안전을 위해 모니터링과 비상 연락망을 가동중이다. 삼성전자는 이스라엘에 판매법인(SEIL)과 반도체 연구소(SIRC)를 두고 있다.
또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열린 삼성 글로벌 전략회의에서는 중동발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하반기 전략 재점검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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