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를 나타내는 그림.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미디어에 나오는 이른바 '가짜뉴스' 또는 '허위 정보'는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소셜네트워킹서비스에 초점을 맞춘 해결책에 대한 과학자들의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이유다. 한국과 미국 과학자들이 언론 등 미디어가 독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경쟁을 벌이다가 편파적인 가짜 뉴스를 퍼뜨릴 수 있다는 점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밝혀냈다.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이유가 단순한 실수나 악의적 의도가 아니라 경쟁 구조에 따른 전략적 선택의 결과로 설명된다는 결론이다. 시스템적으로 가짜 뉴스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주 서울대 인공지능신뢰성연구센터소장(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과 미국 오스틴 텍사스대 연구팀이 게임 이론을 이용해 미디어가 어떤 뉴스 방향을 선택하고 여론이 어떻게 변하는지 모델을 만들어 수학적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미디어가 가짜정보를 선택하게 되는 구조를 입증하고 1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가상의 미디어 10개, 가상 독자 500명을 설정하고 미디어가 주기적으로 사실이 확인된 뉴스와 가짜 뉴스를 선택하는 모델을 만들고 '제로섬 게임'을 적용했다. 제로섬 게임이란 한쪽의 이득이 다른 쪽의 손해와 정확히 같아 총합이 0이 되는 상황을 가리키는 수학적 용어다. 경쟁을 벌여 누군가 이득을 얻으면 누군가는 반드시 잃는다는 개념이다.
연구팀은 또 미디어가 '확률적 반응 균형'에 따른 선택을 할 것으로 가정했다. 비합리적인 행동을 수학적으로 계산해 설명하는 개념인 확률적 반응 균형은 '사람은 장기적으로 단점이 있더라도 단기적으로 보상이 많다고 생각하는 전략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모델에서 미디어가 자체 신뢰도, 가짜뉴스에 대한 독자의 수용성, 기사내용의 진실성 등을 변수로 사시이 확인된 뉴스와 가짜뉴스를 선택하도록 했다.
모델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 제로섬 게임으로 인해 사회에 가짜뉴스가 만연해졌다. 한 미디어가 가짜 뉴스로 독자의 관심을 끌기 시작하면 다른 미디어도 독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똑같이 가짜 뉴스를 선택해 보도하게 된다. 가짜 뉴스 확산 속도가 가속화되고 '군비경쟁'과 유사한 양상이 발생한다. 군비경쟁이란 국가들이 상대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해 군사력을 확장하는 데 극단적으로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되는 딜레마를 뜻한다.
특히 특정 성향의 미디어가 가짜 뉴스를 보도하기 시작하면 반대 성향의 미디어도 경쟁 때문에 가짜 뉴스를 기사로 쓰는 양상이 두드러진다. 연구팀은 "시간이 흐를수록 가짜 뉴스의 비중이 높아지고 사실이 확인된 뉴스의 비중은 점점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가짜 뉴스가 사회 전체의 의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분석했다. 시뮬레이션 초기에 독자의 여론은 비교적 중앙에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고 독자가 자신의 성향과 유사한 미디어가 실은 기사에 더 많이 노출되면서 여론은 극단으로 분열됐다.
연구팀은 "가짜 뉴스를 선택한 미디어는 단기적으로 더 많은 독자의 주목을 받고 동시에 신뢰도는 꾸준히 하락하지만 진실된 기사를 선택한 미디어는 신뢰도는 높지만 주목을 덜 받게 되는 딜레마가 발생한다"며 "이 같은 구조가 미디어에게 신뢰를 얻을 것인가, 독자의 주목을 받을 것인가에 대한 선택을 요구하게게 된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미디어가 가짜 뉴스를 선택하는 이유가 경쟁 구조에 따른 전략적 선택의 결과라고 분석했다는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단순히 가짜 뉴스 문제를 일부 미디어의 일탈로 보고 비난하는 것이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 신뢰도 높은 미디어에 제공하는 보상을 늘리거나 뉴스를 수용하는 독자를 대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는 식의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연구결과는 정보 소비자들의 분별력을 높이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뉴스 출처의 공신력을 반영하는 플랫폼 알고리즘 설계, 뉴스 출처의 책임성 강화 등 다층적인 정책 개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며 "특히 허위정보 확산을 통한 대중의 관심 확보라는 단기적 이익이 신뢰도 하락이라는 장기적 비용보다 클 경우 사실 중심의 정보 생태계를 만들기 어렵다는 점에서 허위정보로 인한 단기 이득을 줄이거나 신뢰도 하락의 대가를 높이는 정책 조정이 핵심임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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