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9단, 판세 넘어갔던 대국에서 기사회생
양카이원 9단, 경험 부족으로 그르친 판세
우승컵은 23일 열릴 최종 3국에서 결판박정환(왼쪽) 9단이 22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제15회 춘란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우승상금 15만 달러, 한화 약 2억 400만 원) 결승 2국에서 앙카이원 9단에게 285수 만에 승리한 직후 복기를 진행하고 있다. 바둑TV 유튜브 캡처
K바둑계 간판스타 박정환(32) 9단이 세계 메이저 기전인 ‘제15회 춘란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우승상금 15만 달러, 한화 약 2억400만 원) 결승 2국에서 중국 앙카이원(28) 9단에게 신승했다.
박 9단은 22일 중국 선전에서 열린 ‘제15회 춘란배’ 결승 2국에서 양카이원(28) 9단을 285수 만에 제압했다. 지난 20일 1국을 내줬던 박 9단이 2국에서 반격에 성공, 3번기(3판2승제)로 진행 중인 이번 ‘춘란배’ 우승컵의 향방은 23일 벌어질 최종 3국에서 판가름 나게 됐다.
이날 6시간 이상 전개된 2국 혈투는 초반부터 일진일퇴의 공방으로 이어졌다. 철저하게 선(先)실리(집) 및 후(後)타개 전술을 들고 나온 박 9단과 두터운 세력에 기댄 양카이원 9단의 작전이 충돌하면서다. 승부처는 종반 무렵, 끝내기 부문에서 찾아왔다. 하변과 우변 접전 도중 불거진 박 9단의 형세 판단 착오로 인해 주도권이 양카이원 9단에게 급격하게 넘어가면서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대역전 드라마는 이 때부터 쓰여졌다. 우세함을 인지한 양카이원 9단이 박 9단의 우변 대마 공격과 좌상귀 마무리 부문에서 느슨한 착점으로 일관한 것. 그 사이 반상(盤上) 최대였던 상변 끝내기 수순은 박 9단에게 돌아갔다. 결국, 세계 메이저 기전 결승에 처음으로 진출한 양카이원 9단의 경험 부족이 치명적인 실수를 가져오면서 다잡았던 대어까지 놓친 모양새였다.‘제15회 춘란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 결승에 진출한 한국 박정환 9단과 중국 양카이원 9단 주요 프로필. 박 9단이 22일 열린 이 대회 결승 2국에서 승리하면서 상대전적에선 2승 1패로 앞서게 됐다. 바둑TV 유튜브 캡처
사실 이번 춘란배 결승에 앞서 긍정적인 전망은 박 9단에게 쏠렸다. 근거는 그동안 보여줬던 객관적인 성적표에 있다. 박 9단은 지난 2013년 12월~18년 9월까지 국내 월간 바둑 랭킹 연속(59개월) 1위를 고수했다. 만약 이 부문 기록을 넘어선 신진서(25·지난해 12월 기준, 60개월 연속 1위) 9단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박 9단의 K바둑계 지배 기간은 10년 이상 이어졌을 것이란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실제 박 9단은 이달 기준, 국내 월간 바둑 랭킹에서 여전히 2위를 유지하고 있다. 박 9단은 지난해 말 ‘제47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우승상금 7,000만 원)에서 생애 첫 우승,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박 9단은 입단(2006년) 이후, 지금까지 국내·외 기전에서 통산 36개(메이저 기전 5개 포함)의 우승컵을 적립, 일찌감치 초일류 기사 반열에 오른 베테랑이다.
이에 비해 앙카이원 9단의 존재감은 약했다. 자국내 랭킹 21위(6월 기준)인 앙카이원 9단이 현재까지 가져간 우승컵도 1개에 그쳤다. 이번 춘란배 결승 진출 과정에서 세계 랭킹 1위인 신진서 9단을 비롯해 전기 대회 우승 및 준우승자였던 한국 변상일(28) 9단과 중국 리쉬안하오(30) 9단에게 승리한 전적이 눈에 띌 정도였다.
바둑TV에서 이날 결승 2국을 해설한 박정상 9단은 “오늘 대국은 치열하게 이어졌지만 결국 마지막 승부처에서 조금 더 정교했던 박정환 9단에게 승리가 돌아갔다”며 “경직됐던 결승 1국과 달리 날렵한 행마와 함께 가져간 박정환 9단의 이번 결승 2국 승리는 한 판 이상의 값어치가 있는 결과여서 23일 열릴 최종 3국에서도 기대가 된다”고 내다봤다.‘제15회 춘란배 세계프로바둑선수권대회’ 개요 바둑TV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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