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 가능성 제시
꼬리가 잘려나가도 재생하는 '초회복' 능력을 가진 생물 도마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잘려나간 꼬리를 되살리는 도마뱀, 절단된 척수를 복구하는 제브라피쉬와 같이 일부 생물들이 지닌 '초회복' 능력이 인간의 조직 회복 치료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2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학계에선 손상된 신체 부위를 회복하는 능력을 가진 생물의 세포 반응 메커니즘을 인간 세포에 적용하는 실험이 실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홍콩에서 개최된 국제줄기세포학회(ISSCR)에선 제브라피쉬의 척수 재생 능력을 인간 세포에 도입한 연구 결과가 소개됐다. 제브라피쉬는 척수가 절단된 후 약 8주 만에 정상적인 운동 능력을 회복하는 재생 능력이 있다.
메이사 모칼레드 미국 워싱턴대 교수 연구팀은 척수 손상을 회복하는 제브라피쉬의 신경 재생 세포가 인간 성상세포와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팀이 제브라피쉬의 재생 유도 분자를 인간 성상세포에 주입한 결과 세포의 형태와 반응이 제프라피쉬의 세포와 유사하게 변화했다. 손상 보호 효과는 유지하면서도 회복을 방해하는 반응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과 유전적으로 가까운 초재생 동물 도마뱀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알버트 알마다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 연구팀은 도마뱀의 꼬리 재생 과정에 작용하는 근육 줄기세포에 주목했다. 도마뱀의 근육 줄기세포는 손상 없이도 새로운 근육 조직을 자체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쥐나 인간의 근육 줄기세포에서는 관찰되지 않는 특징이다.
알마다 교수는 "도마뱀은 인간과 유사한 유전적 구성요소를 많이 공유하고 있으며 꼬리를 통째로 재생할 수 있는 가장 진화적으로 가까운 동물"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도마뱀의 이러한 능력이 퇴행성 근육 질환, 노인성 근감소증, 외상성 근육 손상 등에서 근육 재생을 유도하는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도마뱀 줄기세포의 발현 유전자를 분석해 인간 세포에서 동일 경로를 모사하는 실험을 진행 중다. 초기 결과에서 세포 재생 마커가 활성화되는 경향이 관찰됐다.
해양 생물 중에서는 갯지렁이의 재생 능력이 집중 분석 대상이 되고 있다. 플로리안 라이블 오스트리아 빈대 교수는 갯지렁이가 청년기에는 탁월한 재생 능력을 보이지만 생식 호르몬이 분비되는 시점부터 재생 능력이 급격히 감소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갯지렁이의 호르몬 조절과 재생 능력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는 연구를 실시했다. 갯지렁이의 몸통 일부를 절단한 후 상처 주변 세포들이 줄기세포로 전환되며 신경세포까지 포함한 조직을 재구성하는 과정을 관찰했다.
그 결과 인간의 '야마나카 인자'에 해당하는 유전자가 자연적으로 발현되는 사실이 확인됐다. 야마나카 인자는 성체 세포를 역분화시켜 다능성 줄기세포로 전환하는 데 사용되는 전사인자로 재생의학의 핵심 기술 중 하나다.
라이블 교수는 "성체에서도 손상된 세포가 자연스럽게 줄기세포로 되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며 "갯지렁이는 노화로 인해 재생 능력이 저하되는 원인과 극복 방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생물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년 내에 퇴행성 질환 치료나 조직 재건 분야에서 이러한 '생물 모사 재생의학'이 새로운 치료 접근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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