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 대통령, 취임 후 첫 여론조사 성적표는>
노태우, 29%로 '최하위'... 대선 득표율 하회
김영삼·김대중 71% 이어 노무현도 60% 기록
이명박엔 '경제' 기대… 박근혜는 '뚝심' 호평
문재인 84% '최고'… 尹은 '용산 이전' 부정적
이재명 64% '4위'… "경제·민생·추진력 기대"

노태우(왼쪽 사진부터)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귀하는 요즘 ○○○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한국갤럽이 '대통령 직무수행평가' 시 조사 대상자에게 묻는 질문 내용의 일부.

1987년 헌법 개정으로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선출하는 '직선제'가 부활하고 제6공화국이 출범한 뒤, 모든 대통령은 여론조사 기관의 이 같은 문답 결과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직무수행 평가, 즉 지지율 측정 결과는 민심을 직관적으로 반영하는 성적표로 여겨졌다. 특히 '임기 첫해 첫 번째 여론조사' 결과는 국정운영 초반의 성패를 가늠하는 잣대 중 하나로 작용했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이른바 '87 체제'에서 취임을 맞은 대통령의 임기 첫 지지율 평균값은 58.5%. 기대감이 반영된 '컨벤션 효과'(정치적 이벤트 후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현상)가 일정 부분 있었지만, 그 강도는 제각각이었다. 최저치 29%에 머물렀던 노태우 전 대통령부터 최고치 84%를 찍은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의 첫 지지율'은 집권 초 국정 운영 동력과 부담을 보여 주는 상징적 수치였다. 이재명 대통령의 출발은 나쁘지 않다. 역대 네 번째로 높은 64%를 기록했다. 1988년부터 집계된 '대통령 취임 후 첫 직무수행 평가'(조사 종료일 기준) 데이터 및 역대 대통령들의 공개 발언 등을 토대로 그들이 받은 '첫 성적표'의 구체적 내용과 이유를 살펴봤다.

4자 대선·여소야대에 갇힌 노태우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7년 12월 16일, 대통령 직선제 부활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대선에서 당선됐으나 '첫 성적표'는 처참했다. 이듬해 2월 25일 취임 이후 다음 달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그의 지지율은 29%였다. 다자 경쟁 및 지역 대결이었던 대선 구도 탓이 컸다. 직선제 개헌 후 야권 후보 단일화는 실패했고, 1987년 대선 주요 후보는 모두 4명(민주정의당 노태우, 통일민주당 김영삼, 민주평화당 김대중, 신민주공화당 김종필)이나 됐다. 그들은 각각 대구·경북, 부산·경남, 광주·호남, 대전·충청을 자신의 표밭으로 삼았다. 여당 후보 1명(노태우)과 야권 후보 3명의 '4자 대결'이었다. 결국 노태우 후보는 역대 최저 득표율(36.64%)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그런데 3개월 뒤, 이보다도 낮은 임기 첫 지지율이 나온 셈이다.

1987년 민주정의당 전당대회에서 차기 대통령 선거 후보로 지명된 노태우(기립해 있는 두 명 중 왼쪽) 민정당 대표가 전두환(오른쪽) 당시 대통령과 손을 맞잡고 대의원들 환호에 답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노태우 전 대통령은 취임 두 달 만에 커다란 시험대에 서야 했다. 1988년 4월 26일로 예정된 총선이었다. 문제는 대선에서 패배한 '3김'이 여전히 야권 맹주였던 터라, 여소야대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다는 점이다. 노 전 대통령은 여러 공식 석상에서 집권당 지지세 확장 필요성을 역설했다. 취임 첫 지지율 조사가 종료된 1988년 3월 19일, 민정당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공천장을 수여하며 "13대 국회에서 우리 당은 안정된 의석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총선에서 민정당은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고, 여소야대 정국은 1990년 민정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을 거쳐 '민주자유당'이 탄생하기 전까지 이어졌다.

1990년 1월 22일 민정당 소속이었던 노태우(가운데) 당시 대통령이 김영삼(왼쪽) 통일민주당 총재,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총재와 청와대에서 긴급 3자 회동을 연 뒤, 3당 합당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컨벤션 효과' 톡톡히 본 김영삼·김대중·노무현

노태우 정권 이후는 달랐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첫 성적표에는 모두 국민의 높은 기대감이 반영돼 있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첫 여론조사에서 똑같은 수치인 71%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대통령 김영삼'에 대한 첫 번째 지지율 조사를 끝낸 건 1993년 3월 21일이었다. 그해 2월 25일 취임사에서 '신(新)한국 창조'를 강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틀 뒤 '공직자 재산공개'의 시동을 걸며 본인 재산도 공표했다. 같은 해 3월 19일엔 규제 개혁 등을 골자로 한 '신경제 100일 계획'도 내놓는 등 발 빠른 개혁 조치로 여론 지지를 받았다. 1998년 2월 취임한 김대중 전 대통령도 다르지 않다. 외환위기 극복 가능성에 대한 사회적 기대감이 커진 덕분에 그해 3월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율을 기록할 수 있었다.

1998년 1월 12일 김대중(오른쪽) 당시 대통령 당선자가 경기 고양시 자택에서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악수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취임 2개월 후인 2003년 4월 하순 첫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60%를 얻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보다는 낮았어도 나쁘지 않은 수치였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는 2022년 '한국의 정치 갈등' 보고서를 통해 "노무현은 '반(反)엘리트' 정치 정서와 대중 참여 열망을 등에 업고 등장한 상징적 인물"이라며 "개혁 성향 유권자들의 광범위한 참여가 그의 집권 초반 높은 지지율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가운데) 민주당 후보가 강원 원주시장에서 열린 거리 유세에 참석해 지지자들 환호에 화답하고 있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노사모) 회원들이 노란 풍선을 흔들며 노 후보 옆을 지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명박, 대선 득표율과 비슷한 52%… 박근혜는 44%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일(2008년 2월 25일)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첫 여론조사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해당 조사는 그해 3월 2일 종료됐는데, 당시 '대통령 이명박'의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 비율은 52%에 그쳤다. 2007년 12월 대선 득표율(48.67%)과 큰 차이가 없었다. 유권자들이 그에게 바랐던 것은 무엇일까. 당시 한국갤럽이 대선 직후 실시한 투표자 여론조사를 보면, '한나라당 후보 이명박'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의 절반(49.4%)은 '경제 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꼽았다.

2013년 2월 25일 제18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박근혜(왼쪽) 당시 대통령이 서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열린 취임식을 마친 뒤 전임자인 이명박 전 대통령과 함께 걸어 나가고 있다. 고영권기자

2013년 2월 취임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첫 여론조사는 같은 해 3월 21일 마무리됐다. 취임 약 3주 만에 기록된 '대통령 박근혜'의 지지율은 44%였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지지자 중 최소 31%는 '박근혜의 뚝심 있는 행보'를 선호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를 지지했던 응답자 가운데 12%는 '주관과 소신이 있고 여론에 끌려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10%는 '약속을 지킨다', 9%는 '신뢰·믿음이 간다'를 지지 이유로 각각 꼽았다.

문재인, 소통 행보·적폐 청산에 '최고점'

국정농단 사태·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을 거쳐 2017년 5월 10일 취임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임기 첫 지지율은 무려 84%를 기록했다. 6공화국 대통령 9명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해당 여론조사 결과는 취임 한 달 만인 그해 6월 나왔다. 문 전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 청와대 수석비서관들과 '커피 산책'을 하는 등 파격적인 소통 방식으로 관심을 끌었다. 다음 날(5월 12일)에는 '우편향·역사 왜곡' 논란이 일었던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폐지를 지시하며 '적폐 청산'에도 속도를 냈다. 이러한 행보는 여론조사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대통령 문재인'의 지지자 중 18%가 '소통 행보'를 높게 평가했고, '적폐 청산'을 지지 이유로 든 응답률도 6%에 달했다.

2017년 5월 11일 취임 이틀째를 맞은 문재인(왼쪽 세 번째)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참모들과 함께 산책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2년 5월 10일 취임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경우, 이틀 뒤 종료된 첫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52%를 얻었다. 대선 득표율(48.56%)과 비슷한 흐름을 보인 셈이다. 오히려 눈에 띄는 건 다른 대목이다. '대통령 윤석열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률도 37%에 달했다. 6공화국의 대통령들이 취임 후 첫 여론조사에서 받은 부정적 평가 중 노태우 전 대통령(4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시민들의 거부감이 상당했다는 뜻이다. 당시 '대통령 지지 안 함'의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힌 건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이었는데, 반대 여론의 30%를 차지했다.

"이재명, 60%대 유지 가능성... 자신감 과도 경계"

한국갤럽이 지난달 26일 종료한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첫 지지율은 64%였다. 6공화국 역대 대통령 중 4위에 해당한다. 이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이들 중 14%는 그 이유를 '경제·민생' 때문이라고 밝혔다. '추진·실행력 및 속도감이 마음에 든다'는 답변도 13%를 차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을 하며 출입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통령은 임기 첫해 내내 이 정도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전문가와 주변 인사들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하지만 과도한 자신감은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통령 임기 첫해가 끝날 때까지 60%대 지지율이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 뒤, "대통령에게는 '지지율'이 전부다. 특히 임기 초 지지율이 낮으면 집권 말에 회복될 가능성도 적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대책 등 경제 정책과 남북 관계 유화 조치 등의 기조가 계속 이어져야 지지율 유지도 가능할 것"이라고 짚었다.

6.3 대선 때 보수 진영에 속하면서도 이재명 캠프에 참여한 윤여준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총괄선거대책위원장 견해도 다르지 않다. 윤 전 위원장은 지난 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재명 정부 첫 30일의 점수는 90점"이라고 호평하면서도 "자신감이 지나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하라"고 당부했다.

참고자료 
※본보는 선거여론조사기준 (공직선거법 18조 '다수의 선거여론조사 분석결과의 공표·보도')에 따라, 기사에서 인용한 각 여론조사의 △분석대상 △분석방법 등을 아래와 같이 기재합니다. 
※분석 의뢰자의 경우 공통적으로 '한국갤럽 자체 조사'입니다.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626호 
-조사기간: 2025년 6월 24~26일 
-조사대상: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 
-표본추출: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RDD) 무작위 추출 
-표본오차: ±3.1%포인트(95% 신뢰 수준) 
-응답률: 13.4%(총 통화 7,473명 중 1,004명 응답 완료)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495호 
-조사기간: 2022년 5월 10~12일 
-조사대상: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표본추출: 무선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표본오차: ±3.1%포인트(95% 신뢰 수준) 
-응답률: 10.3%(총 통화 9,668명 중 1,000명 응답 완료)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261호 
-조사기간: 2017년 5월 30일~6월 1일 
-조사대상: 전국 성인 1,004명 
-표본추출: 휴대전화 RDD 조사 
-표본오차: ±3.1%포인트(95% 신뢰 수준) 
-응답률: 19%(총 통화 5,223명 중 1,004명 응답 완료)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 60호 
-조사기간: 2013년 3월 25~28일 
-조사대상: 전국 성인 1,218명 
-표본추출: 휴대전화 RDD 조사 
-표본오차: ±2.8%포인트(95% 신뢰 수준) 
-응답률: 17%

윤현종 기자 bell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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