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강해인 기자] 배우 한채영이 8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왔다.
각종 기사로 쏟아지는 범죄들 앞에서 인류애를 믿는다는 게 부질없어 보일 때가 있다. 미디어에서 보도되는 사건·사고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일상에서 악인들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배우 현우성은 이런 악인들에게 쌓인 감정이 많았던 것 같다. 악인들을 향해 목소리를 내기 위해 영화까지 만들었다.
'악의 도시'는 선의를 믿고 타인에게 한 없이 다정한 유정(한채영 분)이 선희(현우성 분의 함정에 빠져 인생이 피폐해져 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선희는 유부녀인 유정을 차지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고 이후 유정의 약점을 잡아 정신 육체적으로 고통을 가한다. 유정을 아끼던 강수(장의수 분)가 이를 알게 되고 선희에게 맞서며 극의 갈등은 고조된다.
영화 공개와 함께 진행된 인터뷰에서 악인을 경계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한 현우성은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 절대악 선희를 직접 연기했다. 그는 젠틀한 사업가의 이미지부터 폭행을 일삼는 조직 폭력배의 모습까지 다양한 얼굴을 연기하며 악을 고발하는데 앞장섰다. 현우성의 열정으로 탄생한 선희라는 캐릭터 덕에 '악의 도시'는 100분이 넘는 러닝타임을 버티는 힘을 마련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선희는 매력적인 빌런까지는 되지 못했다. 이 캐릭터는 소시오패스적인 모습으로 관객의 분노를 끌어올린다. 하지만 어둠의 세계에서 이름을 날렸다는 캐릭터의 설정을 납득시킬만한 카리스마와 서사는 찾아볼 수 없다.
선희는 시종일관 욕망과 탐욕에 미쳐있는 일차원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때문에 악한 면보다는 지질함이 더 돋보였고, 그가 운영하는 조직 또한 허술해 보였다. 이처럼 빌런이 무게감을 갖지 못한 탓에 영화 전체의 긴장감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영화의 한 축을 이루는 유정이라는 캐릭터도 아쉽다. 스토킹, 협박, 폭력, 가스라이팅 등에 시달리며 고통받는 캐릭터의 심리가 잘 표현됐지만, 선희가 지질하게 표현된 탓에 유정 또한 답답하다는 인상을 준다. 결국, 유정은 여성의 고통을 전시하는 것 외에는 별 다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캐릭터였다. 2017년 '이웃집 스타' 이후 8년 만에 영화에 복귀한 한채영이 뭔가를 시도할 수 없던 캐릭터라 더 아쉽다.
'악의 도시'는 배우이자 감독 현우성의 집념이 잘 보였지만, 이를 채우는 캐릭터와 서사의 디테일이 아쉬워 탄탄하다는 인상을 주지 못했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영화 '악의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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