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주유소 모습. 시민들은 주유소를 찾으며 기름값 상승세를 걱정했다. /사진=오석진 기자
#지난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 주유소를 찾은 최모씨(50)는 3만원어치 기름을 넣으려다 3만5000원어치를 넣었다. 박씨는 "지금도 기름값이 오르긴 했지만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한 푼이라도 값쌀 때 조금씩만 더 넣으려고 한다"고 했다. 조금이라도 싼 곳을 찾는 박씨는 "영등포 쪽은 기름값이 비싸지는 않은 편"이라고도 했다.
주유소를 찾는 시민들 시름이 깊다. 이미 기름값이 오르고 있는데 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국제유가 가격도 올랐기 때문이다.
21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평균 기름값은 휘발유 1ℓ당 △16일 1633원 △17일 1635원 △18일 1638원 △19일 1641원 △20일 1645원으로 계속 오르고 있다. 서울은 지난 16일 1ℓ당 1706원이었으나 20일 1724원으로 올랐다.
박씨는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기름값이 조금씩 계속 올라서 평소엔 체감을 못 하다가 어느 지점이 되면 갑자기 느껴진다"며 "출퇴근하려면 운전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걱정만 계속되고 뾰족한 수도 없다"고 했다.
기름을 넣던 임모씨(34)도 최근 오름세에 들어선 기름값이 걱정된다고 밝혔다. 임씨는 "가끔 친구들을 픽업하면 친구들이 고맙다며 아메리카노 한 잔씩 사는데 이젠 더 받아야 한다"고 농담했다.
최근 한 달 휘발유 가격 추이. /사진=한국석유공사 오피넷
영등포구의 한 주유소 사장 60대 A씨는 "최근엔 기름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며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것을 예상한 업자들이 너도나도 미리 사두려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A씨는 "고급 휘발유는 어제까지만 해도 한 번에 많이 사지 못하도록 출하량이 조절됐다"고 했다.
또 다른 점주 50대 B씨는 "일주일 전쯤 매출이 약 20% 올랐는데 기름값을 걱정하는 손님들이 몰렸었다"며 "가격이 많이 올라 원래 가득 넣던 손님들도 3만원, 2만원어치씩만 넣는다"고 말했다. B씨는 "인천에 있는 출하소에선 아예 고급 휘발유를 구할 수 없다"고 했다.
앞으로 기름값은 중동 불안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에스마일 코사리 이란 의회 안보위원회 소속 의원은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인도양과 페르시아만을 잇는 해상 통행로로,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20%가량이 수송된다. 해협이 봉쇄되면 국제 유가가 폭등할 수 있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다음주쯤이면 충돌 상황이 계속될지, 협상으로 나아갈지 윤곽이 드러날 것 같다"며 "시장의 불확실성도 그때쯤 해소될 가능성이 있고, 유가도 안정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도 있다고 하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그렇게 되면 이란도 수출하지 못하게 되는 등 양측에게 피해가 극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테헤란의 샤란 석유 저장고에서 16일(현지시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이 저장고를 공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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