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이온트랩 기반 양자연구단장으로 IBS 합류
“양자 패권 경쟁 속 한국에 기여하기 위해 귀국 결심”
김기환 중국 칭화대 교수./송복규 기자
2011년부터 중국에서 연구하던 양자컴퓨터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김기환 칭화대 교수가 한국으로 연구 거점을 옮긴다. 김 교수는 이르면 오는 10월 기초과학연구원(IBS)에 합류해 신설 예정인 ‘이온트랩 기반 양자정보과학연구단(가칭)’의 초대 단장을 맡을 예정이다.
김 교수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해온 연구의 연장선에서 양자컴퓨터를 실현할 기반을 한국에서 구축하고 싶다”며 “이온 트랩(덫)을 활용한 양자정보과학 연구는 가장 오래 집중해 온 분야로, 앞으로도 이 길을 흔들림 없이 이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기존 컴퓨터는 전자가 없거나 있는 것을 0과 1, 즉 1비트(bit) 단위로 표현한다. 이에 비해 양자 컴퓨터의 단위는 0과 1 상태가 중첩된 큐비트(qubit)이다. 미시세계에 통하는 양자역학에서는 물질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가지 중첩된 상태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계산 능력이 획기적으로 늘어난다.
김 교수가 연구하는 이온 트랩은 양(+)전하를 가지는 이온을 진공 상태에서 붙잡고 레이저를 가해 양자 정보가 중첩된 상태를 만드는 방식이다. 초전도, 중성원자, 광자, 반도체양자점 등과 함께 양자컴퓨터 구현을 위한 유망기술로 꼽힌다.
김 교수는 한국행을 결심한 배경에 대해 “최근 양자 분야가 전략 기술로 부상하면서, 주변에서 한국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고민해 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며 “IBS 단장직이 관리 업무에 집중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독립적으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올 가을 IBS에 합류하기로 하고 칭화대와 협의 중이라고 했다. 그는 “IBS 측이 초기 2년간 타 기관과의 겸직을 허용해 현재 중국에서 맡고 있는 연구 프로젝트도 무리 없이 끝낼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에서는 장비 세팅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그 기간에 칭화대 연구를 병행해 정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칭화대와의 조율이 마무리되는 대로 연구 인력을 모집하며 본격적인 연구단 구성에 나설 예정이다. 김 교수는 “연구단이 IBS 대전 본원에 자리를 잡을 예정인데, 현재로서는 대학원생을 직접 받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부족하다”며 “당분간은 학생 없이 시니어(경력직) 연구자 중심으로 연구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IBS도 이런 상황을 잘 인지하고 있고 해결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IBS는 기존 양자 관련 연구단에 김 교수가 이끄는 양자정보과학연구단을 합해 양자정보연구 클러스터(집적지)를 구성하고, 장기적으로는 양자 전문 연구소로 발전시킬 계획이다.이러한 구상이 실현되려면 국내외에서 우수한 연구자들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이들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반도체 집적회로 분야의 석학인 이우근 칭화대 교수 역시 올해 하반기에 국내 대학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2019년에는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정홍식 교수가 칭화대에서 울산과학기술원(UNIST)으로 이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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