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방송·문화]
‘뛰는 좀비’ 공식 깨고 다양한 감염자 선보여
아이폰 촬영, 시적 연출로 몰입감 높여
3부작 시동… 2편서 킬리언 머피 복귀 예고
영화 ‘28년 후’에서 스파이크(알피 윌리엄스)가 아버지와 함께 감염자의 추적을 피해 달아나는 장면. 영화는 전작 ‘28일 후’와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개별적인 이야기를 다뤄 전작을 보지 않은 관객이 관람하기에도 무리가 없다. 소니 픽쳐스 제공
영국 생물학 무기 연구소의 실험체 침팬지에게 생겨난 ‘분노 바이러스’. 그 침팬지가 사람을 물고, 물린 이가 다른 이들을 공격하면서 바이러스는 삽시간에 퍼진다. 불과 28일 만에 도시는 초토화된다. 소수의 생존자들은 섬으로 들어가 격리된 채 살아간다. 그렇게 28년이 흐르고, 문명이 붕괴된 본토에는 감염자들만이 득실댄다.
좀비물 명작으로 손꼽히는 영화 ‘28일 후’(2002)의 후속 이야기가 공개됐다. 19일 개봉된 영화 ‘28년 후’는 제목 그대로 전작의 28년 뒤 상황을 펼쳐낸다. 전작을 만든 대니 보일 감독과 각본가 알렉스 가랜드가 다시 합류해 기대를 모은다.
‘뛰는 좀비’를 처음 등장시킨 전작은 현대 좀비의 전형을 구축해내며 이른바 ‘좀비 블록버스터’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새벽의 저주’(2004) ‘월드 워 Z’(2013) ‘부산행’(2016) 등이 영향을 받았다. 보일 감독은 “전작 이후 수많은 좀비 영화가 쏟아져 나온 터라 이번엔 더 독창적으로 만들고자 하는 열망이 있었다”고 했다.
작품의 배경은 홀리 아일랜드, 생존자들이 공동체를 이뤄 살아가는 영국 북동부의 작은 섬이다. 마치 농경사회와 같은 섬에서 나고 자란 소년 스파이크(알피 윌리엄스)는 어려서부터 전투 기술을 배우고, 12세가 되자 아버지 제이미(애런 존슨)를 따라 난생처음 섬을 나선다. 썰물 때만 드러나는 둑길을 통해 다다른 본토는 풀과 나무가 무성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바이러스가 휩쓸고 간 뒤 황폐화된 세상이 어딘지 낯설지 않다. 보일 감독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 모두 텅 빈 거리를 보지 않았느냐”며 “극 중 장면들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감염자의 등장과 함께 고요는 깨진다. 고막이 찢어질 듯 불편한 음향이 더해지면서 긴장을 고조시킨다. 이때의 편집이 매우 이질적인데, 화살로 감염자에 맞서는 스파이크 부자와 영국 보어전쟁 당시 군인의 모습이 교차되는 화면에 190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러디어드 키플링의 시 ‘부츠’를 낭독하는 음성이 흐른다. 전부 파괴된 세계가 과거로 퇴보해버린 듯한 암울한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영화는 바이러스가 사멸하지 않고 28년간 감염자들을 진화시켰다고 가정한다. 기존의 좀비물에서 감염자는 빠르고 폭력적인 획일화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선 일부는 퉁퉁한 몸집으로 느리게 기어다니고 일부는 무리 지어 리더의 지휘에 따라 사냥한다. 예측이 어려워지니 공포감은 더 커진다. 이런 설정은 향후 좀비물의 또 다른 이정표가 될지도 모르겠다.
독특한 촬영 방식이 돋보인다. 일부 장면은 아이폰 15프로 맥스로 촬영했다고 한다. 전작과 시각적 연결성을 가지면서 감염자의 폭력성을 독창적으로 포착하고자 했다는 게 감독의 설명이다. 와이드 스크린을 사용하는 2.76대 1 화면비는 광활한 배경을 담는 동시에 어디서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불안감을 한층 고조시킨다.
의문의 병을 앓는 스파이크의 어머니 아일라(조디 코머)를 통해 영화는 삶과 죽음,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으로 나아간다. 보일 감독은 “극한 상황에서 무엇이 인간성을 지속시키는가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했다. 또 다른 당부는 ‘큰 스크린’으로 관람하라는 것. “무시무시하고 스릴 넘치는 경험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영화관에서만 가능한 경험일 겁니다.”
‘28년 후’는 총 3부작으로 기획됐다. 전작의 주인공 킬리언 머피는 내년 개봉 예정인 2편 말미에 등장해 3편에선 중심 인물로 활약할 예정이다. 보일 감독은 “1편이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면 2편은 악의 본질을 다룬다”고 귀띔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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