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에 R&D 생태계 혁신 방안 보고
尹 정부 때 예산·과제 삭감 문제점 명시
“연구 자율성과 예측 가능성을 훼손” 인정
9월에 새 정부 과학기술 혁신안 발표 목표
2023년 11월 27일 이종호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석열 정부 R&D 혁신방안', '글로벌 R&D 추진전략' 발표를 하고 있다./뉴스1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8일 국정기획위원회에 업무보고를 진행했다. 인공지능(AI) 분야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연구개발(R&D) 생태계 복원을 위한 다양한 계획도 적지 않은 분량으로 담겼다.
특히 윤석열 정부에서 진행된 R&D 예산 삭감에 대한 과기정통부의 입장 변화가 눈에 띈다. 과학계의 비판에도 문제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던 과기정통부가 R&D 예산 삭감의 여러 부작용을 인정하고 빠른 개선을 약속했다. 과학계에서는 “이 정도면 반성문 수준”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우선 과기정통부는 연구 생태계 확충을 위해 기초연구 지원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초연구 과제 수가 2023년 1만4912개에서 올해 1만1829개로 줄어들고, 연구비가 일부 대형 과제에 집중된 것을 ‘과도한 선택과 집중’이라고 자아비판했다. 글로벌 R&D로의 일방적 전환과 계속과제 연구비 일괄 삭감에 대해서도 “연구 자율성과 예측 가능성을 훼손”했다고 인정했다.
1억원 미만 소액 과제 폐지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과기정통부는 보고서에 “풀뿌리형 과제 폐지로 학문 다양성을 저해하고, 초기 임용 교원과 지방 소재 연구자들의 연구안전망을 위협”했다고 적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과기정통부의 입장은 달랐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26일 배포한 보도 설명자료에서 “정부는 선도형 R&D 전환을 위해, 기존 소규모 과제(연 3000만~5000만원)는 변화된 연구환경 대응 등에 한계가 있어 2024년부터 폐지하고, 적정 규모(연 1억원 내외)의 다양한 신규과제를 확대해 왔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가 문을 닫은 이후에도 R&D 예산 삭감과 과제 수 감축의 필요성을 옹호했다.
하지만 이날 업무보고 자료에서는 180도 입장이 바뀌며 스스로 연구생태계를 훼손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과기정통부는 소액 과제 부활을 알렸다. 연구 안전망 확충을 위한 특단의 조치로 풀뿌리 연구 A~C형 신설 계획은 보고 자료에 담았다. 초기 연구자를 위해 3년 동안 연 5000만원을 지원하는 풀뿌리 연구 A형, 경력 단절 위기 연구자를 위해 3년 동안 연 5000만원을 지원하는 풀뿌리 연구 C형은 과기정통부가 불과 2년 전 필요 없다고 없앤 소액 개인기초연구 사업들이다.
과기정통부는 풀뿌리 기본연구 부활을 위해 750억원의 예산을 추가로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전임교원 기초연구 수혜율을 높이겠다는 약속도 했다. 전임교원 기초연구 수혜율은 2023년 54.9%에서 R&D 예산 삭감을 겪으며 올해는 43.7%까지 떨어졌다. 과기정통부는 내년에는 이 비율을 55%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R&D 생태계 복원 계획은 9월쯤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는 새 정부의 과학기술혁신 정책과 공약을 반영한 ‘과학기술 혁신전략’을 9월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R&D 투자 확대와 자율·참여 중심의 연구생태계 개선, 연구자 친화적인 R&D 시스템 개편 등의 방안이 담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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