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LM 등장으로 게임 업계 ‘미연시’ 이목 쏠려
대화 기반 AI로 게임 내 세계관 무한대 확장
스토리 과금 경로 다양…수익성 한계 해소
웹툰 등 콘텐츠 업계도 ‘AI 캐릭터챗’ 흥행
연애 프로그램 ‘솔로지옥’의 출연진(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게임 업계에서도 AI를 활용한 연애 관련 콘텐츠가 다수 생산되고 있다. [티빙 유튜브 채널 캡처]
“한물간 줄 알았는데…이 게임으로 제게도 봄날이 오네요.”
AI 미연시 게임 ‘모에라이브’ 사용 후기 中
[헤럴드경제=차민주 기자]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기술로 거대언어모델(LLM)이 지목되면서, 게임 장르 ‘미연시’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미연시는 ‘미소녀·미소년 연애 시뮬레이션’의 줄임말로, 이용자가 게임 캐릭터와 ‘대화’하면서 호감도를 얻어 연애하는 게임을 일컫는다.
텍스트에 기반한 정통성 있는 게임 장르로 유행이 지났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챗GPT 등 대화 기반 AI인 LLM이 등장하면서 다시금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단순 미연시가 아닌, ‘AI 미연시’로 탈바꿈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13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생성형 AI 기반 스타트업 ‘비비던트’는 지난 1월 150만달러(한화 약 20억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했다. 비비던트는 미연시에 AI 기술을 결합한 시뮬레이션 게임 ‘모에라이브’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그뿐만 아니라 AI 미연시 게임 ‘러브 앤 딥스페이스’는 지난해 1월 출시 이후 1년 만에 전 세계 50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실제 전 세계 AI 미연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2월 센서타워에 따르면 AI 미연시가 포함된 전체 챗봇 엔터테인먼트 앱 매출은 9300만달러(약 1351억원)에 달했다. 지난 2019년 매출이 60만달러(약 8억원)에 그친 것에 비하면 급증한 수치다.
[게티이미지뱅크]
‘대화 게임’ 미연시, LLM 기술 최적화…“세계관 확장, 수익성 해결”
업계는 AI의 등장으로 기존 미연시의 한계가 해소됐다고 해석한다. 미연시는 이용자와 캐릭터가 대화로서 서사를 만들어 나가는 스토리 기반 게임이다. 기존 미연시는 이 같은 스토리를 확장하기 어렵다는 한계를 지닌다. 개발사가 사전에 만든 대화를 따라 게임이 진행돼, 스토리 분기점이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스토리를 전부 경험하면 게임에 체류할 까닭이 없어,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게다가 새로운 스토리를 추가하려면 개발사가 다시 스크립트를 작성해야 해, 게임사의 대표 과금 방식인 DLC(다운로드 콘텐츠) 확장도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대다수의 미연시는 리메이크나 속편 중심으로 유지돼 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연시는 사전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이라, 발생 수익이 제작 비용보다 낮아지는 시점이 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AI 미연시 게임 ‘모에라이브’ 소개 이미지 [모에라이브 엑스(X·옛 트위터) 캡처]
AI 시대 핵심 기술로 꼽히는 LLM이 등장하면서, 미연시가 새롭게 진화하고 있다. LLM은 이용자와의 대화를 학습, 개인화된 답변을 무한대로 만들어내는 언어 기반 AI 기술이다. 이로써 미연시의 스토리 또한 이용자와의 대화 데이터를 기반으로 무한대로 확장이 가능해졌다. 즉 폐쇄형 스토리 게임이 개방형 스토리 게임으로 변모하면서 수익성이 높아졌단 평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LLM은 미연시와 같은 1대1 대화 기반 게임에 최적화된 AI 기술”이라며 “사전 제작된 스토리 뿐만 아니라, 개인화된 스토리 전개로 세계관이 확장되면서 과금 경로 또한 다양해졌다”고 했다.
게임 넘어 ‘AI 캐릭터챗’ 확장…“낮은 개발 초기 비용으로 사용자 확보”
게임을 넘어, 웹툰 등 각종 콘텐츠 업계에서도 LLM 기술을 활용해 ‘AI 미연시’와 유사한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바로 ‘AI 캐릭터챗’이다. AI 캐릭터챗은 성격과 설정이 주어진 가상 캐릭터가 이용자와 대화하며 상호작용하는 AI 챗봇이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6월 ‘캐릭터챗’을 출시했다. 웹툰 캐릭터의 말투, 성향, 작품 정보를 학습한 AI 챗봇과 대화를 나누는 서비스로, 마치 웹툰 세계관에 들어온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캐릭터챗 이용자 수는 335만명, 메시지 수는 7000만건을 돌파했다.
배우 박정민과 유튜버 침착맨이 AI 캐릭터챗을 즐기고 있는 모습 [침착맨 유튜브 채널 캡처]
AI 콘텐츠 플랫폼 ‘제타’의 인기 또한 거세다. 제타는 생성형 AI 스타트업 스캐터랩이 개발한 플랫폼으로, 이용자가 개인 취향에 맞는 AI 캐릭터를 만들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스캐터랩은 지난해 10월 출시 6개월 만에 제타의 누적 이용자가 100만명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 외 생성형 AI 스타트업 뤼튼도 AI 캐릭터챗 서비스로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업계는 ‘스토리 확장’이라는 LLM의 특징이 콘텐츠 업계의 고민과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고 해석한다. 아울러 별도의 인프라가 필요 없어 개발 초기 비용이 낮은 탓에 콘텐츠 업계가 접근하기 쉽다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 캐릭터챗은 오픈AI·클로드 등 LLM의 API(응용 프로그램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활용해 캐릭터 설정을 추가하면 돼, 초기 개발 비용이 낮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생성형 AI 시장 트렌드는 성능이 아닌 사용성으로 변화하는 추세”라며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콘텐츠 플랫폼 시장의 전략으로써 활용하는 추세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잡한 IT 뉴스, 에라잇! 권제인·차민주 기자가 시원하게 풀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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