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그 모바일 인디아’로 인도 국민 게임 반열
14억 인구 거대 시장이지만 아직 게임 초창기
“시장 매년 15%이상 성장...중장기로 노력”
건당 투자 규모 키워 현지 기업 적극 발굴
게임사 외에도 핀테크·로컬 앱 등으로 확장
손현일 크래프톤 인도법인 대표가 서울 강남구 크래프톤 사무실에서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이충우 기자]
대표작 ‘배틀그라운드’가 인도 국민 게임으로 불릴만큼 흥행몰이에 성공하면서 제2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크래프톤이 인도 시장에서 인수합병(M&A)을 통해 또 한번의 성장 모멘텀을 게임 발굴에 나선다. 그동안은 소규모 스타트업 중심으로 투자를 이어왔지만, 이제는 덩치 큰 기업들로 눈을 돌리면서 유의미한 시너지와 실적 상승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크래프톤의 인도 사업을 이끌고 있는 손현일 인도법인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매년 50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해 인도에서 전략적인 시너지가 있을 만한 기업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는 인구 14억명의 거대 시장이지만 게임 산업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다. PC나 콘솔 이용이 많지 않아 대부분의 게이머들이 모바일 게임을 즐기며, 시장 매출 규모도 아직 한국보다 작다. 인도 게임 플랫폼 윈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인도의 온라인 게임 시장 규모는 약 37억 달러(약 5조원)로 한국(74억 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BGMI)’ [출처 = 크래프톤]
그럼에도 크래프톤이 2021년 인도에 특화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BGMI)’를 출시하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데에는 인도의 성장성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손 대표는 “인도는 성장이 정체된 한국이나 중국, 미국과 달리 매년 15~20% 성장하는 시장”이라며 “인도의 스마트폰 보급률이 상승하고,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게임 시장도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고 말했다.
BGMI 출시 이전 크래프톤은 텐센트와 협력해 2018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인도에 먼저 출시했었다. 중국과 인도의 국경 분쟁 여파로 텐센트가 참여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인도에서 금지되자, 크래프톤은 자체 개발한 BGMI를 들고 2021년 다시 인도의 문을 두드렸다. 현재는 인도인 2억명 이상이 즐기는 인도 대표 게임으로 성장했다.
손 대표는 BGMI의 성공에 대해 “앞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인기를 끌면서 우리 게임이 배틀 로얄장르의 정통 IP(지적재산권)라는 인식이 형성됐던 덕분”이라며 “또한 글로벌 게임사 중에서 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 인력을 가장 많이 두면서 현지화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IP 파워와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이 출시 3년이 지났음에도 꾸준히 실적이 우상향하는 비결이라는 게 손 대표 설명이다.
크래프톤은 인도 스포츠 선수나 발리우드 스타 등과 적극 협업하는 것은 물론 올해 초에는 인도 자동차 기업 ‘마힌드라’와도 파트너십을 맺는 등 현지 브랜드와 다양한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며 이용자의 수요에 맞는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또한 게임 내에서 음성 대화를 돕는 ‘보이스 챗’ 기능이 현지 이용자들에게 지인과의 소통을 위한 플랫폼처럼 활용되면서, BGMI에서 만나 실제로 결혼하는 인도 게이머들까지 탄생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게임에서 만나 부부가 된 게이머들을 위해 BGMI 안에서 인게임 결혼식을 열어주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손현일 크래프톤 인도법인 대표가 서울 강남구 크래프톤 사무실에서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 이충우 기자]
크래프톤의 고민은 ‘넥스트 배틀그라운드’를 찾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현지 스타트업 생태계에 약 2억달러를 투자했다. 올해 3월에는 인도의 인기 스포츠인 크리켓 게임을 개발하는 노틸러스 모바일을 약 203억원에 인수하며 경영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손 대표는 “노틸러스 모바일이 개발한 ‘리얼 크리켓’은 이용자 규모가 BGMI 대비 20~25% 수준으로 시장이 크다고 볼 수는 없지만 스포츠 게임이 이용자 확장에 유리한 장르라고 판단했다”며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BGMI만큼 성공하는 게임을 다시 발굴하고 출시하는 것은 쉽지 않다”라며 “BGMI의 20%, 30%만큼이라도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게임을 출시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어 “인도 이용자들의 경우 유료 결제 등에 처음부터 적극적이진 않지만, 한번 자리 잡으면 오래 이용하는 특성이 있다면서 ”중장기적으로 바라보며 차곡차곡 성과를 쌓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지난 2017년 펍지(배틀그라운드 개발사)에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합류한 후 2020년 크래프톤과의 합병 이후에는 투자본부장직을 맡았다. 이후 2021년부터 크래프톤 인도법인의 초대 대표로 선임된 후 지금까지 인도에서 신화를 쓴 주역이다.
크래프톤이 인도에서 게임사에만 투자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월에는 인도 핀테크 기업인 캐시프리 페이먼츠에 투자했으며 지난달에는 한국의 ‘당근’같은 인도의 로컬 커뮤니티 플랫폼 ‘슈루’에도 투자를 진행했다. 손 대표는 “게임 외에도 게임 관련 분야,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에 대해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현지 생태계와의 동반 성장 기조를 이어가면서 내재화를 통한 시너지 극대화도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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