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제공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이번 주 표지에 햇빛을 받은 식물 잎의 온도를 적외선 영상으로 포착한 이미지를 실었다. 호주 열대우림에 자생하는 나무의 잎들이 고온에 노출돼 표면 온도에 따라 다른 색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노란색은 더 뜨거운 부분을 보라색은 상대적으로 서늘한 부분이다. 식물이 열을 어떻게 흡수하고 견디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표지는 기후변화가 일으키는 '고온 스트레스'가 식물에 미치는 영향을 보여준다.
12일(현지시간) 발행된 사이언스 특집호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식물의 적응 메커니즘을 다뤘다. 세포부터 생태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위의 식물이 고온을 어떻게 감지하고 대응하는가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지구 평균 기온이 오르면서 자연 생태계는 물론 농경지의 식물들도 점점 더 심한 고온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다행히 식물은 세포 수준에서 열을 감지하고 열로 인한 손상을 복구하거나 스스로를 식히는 생리적 반응 체계를 갖고 있다. 개체군 수준에선 기후에 적응하거나 분포지를 이동시키며 더위에 대응한다. 식물의 이러한 반응은 생태계 전체의 생산성과 회복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로 이어진다.
이번 특집에 실린 연구들은 식물이 열을 감지하는 방식과 온도 신호를 생체 회로에 통합하는 메커니즘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열은 세포 내 반응 속도나 단백질 구조, 물질 분리 현상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세포 내부의 생화학적 균형을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다.
특히 광합성은 식물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를 흡수해 유기물로 전환하는 과정의 중심에 있다. 지구 전체 탄소 순환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고온에 매우 민감한 작용인 만큼 지구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다.
과학자들은 고온 환경에서도 식물이 생존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식물이 작물의 형태와 구조를 조절하고 물 이용 효율과 광합성 효율을 높이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기존에 알려진 식물의 내열 메커니즘 개선을 넘어 야생 식물 집단이 지닌 다양한 적응 전략에도 주목하고 있다. 식물 유전체 분석을 통해 이들 전략을 파악하고 재배 작물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사이언스는 특집호 소개문을 통해 "초원, 열대우림, 농경지 등 많은 생태계가 이미 극심한 온도 변화로 고통받고 있다"며 "식물이 고온에 어떻게 반응하고 적응하는지를 다양한 규모에서 이해하는 것은 앞으로의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핵심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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