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한컴·네오플, 성과 비례한 보상 요구하며 파업 돌입
"수직적 조직문화 쇄신해야" IT 업계 공감대로 자리잡아
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공동성명'이 11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제2 사옥 1784에서 최인혁 네이버 테크비즈니스 부문 대표 복귀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2025.06.11. ⓒ 뉴스1 신은빈 기자
(서울=뉴스1) 신은빈 기자
정보기술(IT) 산업 경쟁력의 핵심은 사람입니다. 진정한 혁신은 구성원과의 투명한 소통과 논의에서 시작합니다.
국내 IT 산업의 중심지 판교에서 파업 선언과 집회가 잇따르고 있다. 11일 네이버(035420) 노동조합과 연대집회를 연 카카오(035720) 노조는 설립 후 첫 파업에 돌입한 뒤 이렇게 외쳤다.
다른 산업군에 비해 비교적 온건했던 IT 업계 노조가 최근 성과에 따른 보상과 구성원과의 소통을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강경한 투쟁 기조는 단순한 임금 협상 차원을 넘어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조직문화 쇄신 요구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15일 I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한글과컴퓨터(030520)·네오플(넥슨 자회사) 3사 노조는 지난달과 이달에 걸쳐 파업(쟁의행위)에 돌입했다. 세 회사의 노조 모두 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소속 IT 위원회에서 각 지회를 꾸리고 활동 중이다.
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언'은 연초부터 사측과 카카오모빌리티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진행했지만 최종 결렬되면서 11일부터 단계적 파업에 나섰다.
이정대 카카오지회 사무장은 네이버 노조와의 연대집회에서 "회사는 악착같이 노동자를 압박하며 성과를 얻어내지만 돌아오는 몫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그 와중 대표이사 연봉이 30~40% 오른 것은 경영진이 이익을 위해 독단과 불통을 선택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공동성명'이 11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제2 사옥 1784에서 최인혁 네이버 테크비즈니스 부문 대표 복귀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언' 제공)
한컴 노조 '행동주의' 역시 지난달 임금협상(임협)에서 사측과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조합원 투표 결과 90%의 찬성으로 같은 달 27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정균하 한글과컴퓨터지회 지회장은 "회사가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영업이익을 냈는데도 평년 6~7% 올려주던 임금을 4.3%만 인상해 준다고 한다"며 "IT 위원회가 요구한 '직원평가' 항목은 임금과 연동되는 부분이라 임협 때 논의하자고 했으나 사측이 거절하고 일방적인 성과 중심 인센티브 보상 체계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IT 위원회는 △대기발령 △분사 △직원평가 △직장내괴롭힘 등 네 가지 사항을 적시한 공동 요구안을 마련했다. 회사가 위 사항을 결정할 때 일방적으로 통보하지 말고 구성원과 수평적으로 소통해달라는 요구다.
한컴은 지난해 별도 기준 영업이익 497억 원으로 창사 이래 가장 높은 실적을 달성했다. 올해부터는 일률적 임금 인상보다 성과에 기반한 별도 인센티브 보상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한컴 측은 "성과와 보상이 명확히 연동되는 체계로 생산성을 높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노조 측은 "직원들 임금을 줄여서 발생한 차액으로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진행하는 격"이라고 맞섰다.
넥슨 노조 '스타팅 포인트'의 네오플분회는 사측의 성과급 제도에 항의하며 준법투쟁에 들어갔다. 회사가 지난해 역대 최고 매출액을 달성했지만 개발 인력의 보상은 축소 지급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 '공동성명'이 11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제2 사옥 1784에서 최인혁 네이버 테크비즈니스 부문 대표 복귀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2025.06.11. ⓒ 뉴스1 신은빈 기자
IT 업계 노조의 요구는 단순히 보상과 복지 확대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들 연대의 배경에는 일방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쇄신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자리 잡고 있다.
11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제2 사옥 1784에서 열린 네이버 노조 집회에는 카카오를 비롯해 NHN·엔씨소프트·SK하이닉스·스마일게이트 등 화섬식품노조 산하 산별 노조 20곳이 함께했다.
네이버 노조 '공동성명'은 2021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난 최인혁 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최근 테크비즈니스 부문 대표로 복귀하자 반대 집회를 열었다.
오세윤 네이버지회 지회장은 "최 대표는 구성원은 어떻게 되든 압박해서 성과만 내면 된다는 수직적이고 강압적인 조직문화를 상징하는 인물"이라며 "구성원의 99%가 복귀를 반대하는데 경영진은 이익을 위해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이정대 카카오지회 사무장은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이사는 교섭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교섭권을 위임받았다던 사측 대표는 의사결정을 조정회의 중 뒤집었다"며 "현재 판교에서 일어나는 투쟁의 배경에는 경영진의 독단과 불통이란 공통점이 있다"고 비판했다.
be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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