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인덱스 97.61까지 떨어져
"여름철 추가 매도 압력 가능성도"
보복성세금안 통과시 더 하락할 가능성↑
유럽계 투자자, 달러 위험회피 강화
[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미국 달러화 가치가 12일(현지시간)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월가에서는 달러가치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장중 한때 97.61까지 떨어지며 202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4월 저점을 하회한 것으로, 시장에서는 달러가 ‘기술적 붕괴(breakdown)’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날 소비자물가(CPI)에 이어 생산자물가(PPI)까지 예상보다 둔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달러 하방 압력을 가했다. 미국의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보다 0.1% 오르며 시장 예상치에 못 미쳤다. 이는 블룸버그가 집시장 전망치(0.2%)를 하회한 수치다.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도 0.1% 오르는 데 그쳤으며, 근원 상품 가격은 0.2% 근원 서비스 가격도 각각 0.1%씩 상승했다. 트럼프 관세에도 물가 상승세는 여전히 억제된 수준이다.
물가상승이 억제된 것은 세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기업들이 4월 2일 관세 발표 전에 수입품을 사전에 상당량을 비축했다는 점, 두번째로는 관세가 실물경제에 반영되려면 어느정도 시차가 걸린다는 점, 마지막으로 소비가 빠르게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관세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등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물가가 예상보다 둔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연준의 9월 금리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9월 기준금리가 인하될 확률은 76.3%로, 전날(69.6%)보다 상향됐다.
월가에서는 달러가치 하락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NDR)의 팀 헤이즈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보고서에서 “달러 하락세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여름철 추가 매도 압력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역대 통계를 보면 미국 대통령의 첫 임기 중 첫해 하반기에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며 계절적 요인도 언급했다. 실제로 6~7월은 엔화, 유로화, 파운드화가 통상 강세를 보이는 시기이기도 하다.
올해 들어 달러지수는 약 10% 하락하며 사상 최악의 연초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달러가 고평가된 상태라는 점을 지적한다. 헤이즈 전략가는 “달러가 저평가 구간에 진입하려면 지금보다 추가로 10%는 더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하원 공화당이 추진 중인 예산안에 포함된 ‘보복성 세금(revenge tax)’ 조항도 달러 약세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는 미국 기업이나 투자자에게 불리한 세금 정책을 시행하는 외국 정부에 대해 대응 조치를 취하는 내용이다. 이 조항이 현실화될 경우, 달러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외국 투자자들이 미국 세제 리스크를 우려해 달러 자산을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국가 국채 대비 미국 국채의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는 달러의 반등 요인이 될 수 있다. 투자자들이 금에서 국채로 이동할 경우 달러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프랑스 BNP파리바는 유럽계 투자자들이 최근 달러에 대한 헤지(위험 회피)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덴마크 연기금은 올해 들어 370억 달러 규모의 달러 익스포저를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BNP의 G10 통화 전략 책임자인 알렉스 예코프는 “아직 달러에 대한 익스포저 조정은 초기 단계이며, 더 큰 흐름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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