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 신재근 기자]
<앵커> 서울 아파트값이 심상치 않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달아오르기 시작하더니,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고는 강남권에서 시작한 불길이 서울 전체로 번지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집값이 달아올랐던 2017년을 떠올리고 있습니다. 서울 집주인들, 팔려던 집을 서둘러 다시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부동산부 신재근 기자 나왔습니다.
<기자> 서울 아파트값이 19주 연속 올랐고, 상승폭은 9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주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 나온 집값 통계라 관심이 컸는데, 상승폭이 더 커졌습니다.
특히 강남 3구의 상승률은 놀랍습니다. 송파는 이번주 0.71% 올랐는데, 이걸 연간으로 환산하면 35% 올랐다는 뜻입니다
강남에서 번진 불길은 한강 벨트를 타고 마포, 용산, 성동을 비롯해 강동구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강동구도 일주일 새 0.5% 올랐는데 6년 9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입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이제 노원과 도봉구 등 그동안 가격 오름폭이 적었던 주변 지역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또 경기도 아파트값도 반등을 시작했습니다. 6개월 만에 상승 전환했습니다. 과천이나 성남 분당, 용인 수지 등의 아파트값 오름폭이 커졌습니다.
<앵커> 직접 강남 부동산 시장 둘러보고 왔는데, 매물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던데 무슨 얘기입니까.
<기자> 강남구 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 일대를 둘러봤는데, 공통적으로 지금 집을 사고 싶어도 매물이 없다고 합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이후 실거주로만 집을 살 수 있게 된 데다, 집주인들이 새 정부 출범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치동 대장아파트로 평가받는 래미안대치팰리스는 전체 1,600여 세대 대형 단지인데, 현재 나와 있는 매물아 5개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이렇다 보니 집주인이 팔고 싶은 가격에 거래가 되고 있는 거죠.
잠시 들어보시겠습니다.
[신용수 / 대치 우방공인중개사무소 대표: 거래가 안 되면서 호가가 많이 올랐어요. 새 정부가 탄생하면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를 거다 해서 매물을 많이 들여놨고, (집주인들이) 새 정부 탄생하고 나서 한 3억, 5억씩 가격을 올려놓고 있어요.]
<앵커> 토허제로 묶여 있으니 분명 지금은 실수요자들이 강남 아파트를 사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매물이 줄어드는 게 강남 만의 상황입니까?
<기자> 아닙니다. 서울시 전반적으로 매물이 줄고 있는데 시점의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강남 3구는 3월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이후 매물이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고점과 비교해 많게는 40%, 적게는 20% 넘게 매물이 줄었습니다.
강남의 상승세 번지자, 다른 주변 지역들도 매물이 줄고 있는데, 대선을 앞두고 확연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대선 한 달 전인 5월 초와 현재 매물을 비교해 보면요. 한강 벨트를 따라서 성동구가 20% 넘게 감소했고, 광진, 동작, 용산 등 집값 상승세가 가파른 지역 위주로 매물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앵커> 매물을 거둬들인다는 건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란 기대가 크다는 얘기입니다. 과거 문재인 정부 당시를 떠올리는 분들 많으시던데, 분명 그런 학습효과가 작용하고 있는 겁니까?
<기자> 맞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에, 공급이 거의 없는 서울 주요 지역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크다는 점이 상승의 주된 원인입니다.
그렇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밝힌 점과 진보 정부가 정권을 잡으면 집값이 올라간다는 학습 효과가 반영됐다는 것도 분명 하나의 요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모두 집권 기간 집값이 두 자릿수 넘게 오르면서 매도자 입장에선 나중에 파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본 겁니다. 집을 사야하는 사람은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현장의 분위기 들어보시겠습니다.
[잠실 A공인중개사무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으면서 물건 수가 적어지고, 거래량은 많지도 않으면서 가격만 자꾸 올라가는 그런 현상이 된 거죠.]
<앵커> 그런데 상황이 조금 애매합니다. 보통 이렇게 서울 집값이 뛰면 정부가 투기 단속한다고 나서는 게 일반적인데, 지금은 집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이 DSR 규제에 따라 소득 대비 받을 수 있는 만큼만 대출을 받아서, 토허제 지역의 경우 구청 승인까지 받아서 집을 사는 상황 아닙니까? 규제할 만한 명분이 없는데 어떻습니까?
<기자> 시장에선 앞서 언급한 대로 이재명 정부가 세금 같은 규제로 집값을 잡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과거 세금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대책이 먹히지 않고 오히려 집값을 더 자극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입니다.
또 어제죠. 이 대통령은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주식을 부동산에 버금가는 투자수단이 되게 하겠다"고 말했는데, 부동산은 부동산대로 주식은 주식대로 투자 수단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집값 상승을 무작정 투기로 몰면서 금기시했던 과거 정부와는 다른 실질적인 접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당장은 새 정부가 공급 대책을 내놓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보통 새 정부가 등장하면 1~2개월 내에 공급 계획을 내놓곤 했는데, 획기적인 안이 등장할지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별 규제도 예상됩니다. 상승률 등 기준에 따라 지정하는 조정대상지역 같은 일반적인 규제는 예상됩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가능성도 있는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오세훈 서울시장에겐 쉽지 않은 결정일 수 있습니다.
<앵커> 결국 당장 집값 잡을 수 있는 대책 나오긴 쉽지 않겠네요?
<기자> 금융당국이 은행을 조여서 대출을 어렵게 만드는 방식 정도가 가능한데, 사실 강남은 대출을 안 받고 현금으로 집을 사는 사람도 많습니다. 오히려 중저가 아파트 사는 사람들이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당분간 서울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그 분위기가 수도권 주요 지역으로도 번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중론입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부동산부 신재근 기자였습니다.
영상취재: 이성근 영상편집: 김정은
신재근 기자 jkluv@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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