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조민행 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장, 윤태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한기림 IBS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연구원. IBS 제공
국내 연구팀이 차세대 태양전지 소재로 주목받는 페로브스카이트가 빛과 반응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조민행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장과 윤태현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공동연구팀이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의 변화를 정밀하게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고 12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공개됐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빛 흡수율과 에너지 변환 효율이 높아 태양전지와 발광다이오드(LED) 등 광전소자 분야에서 '꿈의 소재'로 평가된다.
물질의 특성을 분석하는 기존 분광 기술은 측정을 위해 조사된 빛 자체가 시료 특성을 변형시키기 때문에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이 빛과 반응할 때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비동기 간섭 계측형 순간 흡수 분광법(AI-TA)'을 적용해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이 빛을 받을 때 일어나는 물리화학적 반응을 이전보다 정확하게 관찰했다. 2개의 정밀 레이저를 이용해 펨토초(fs, 1fs=100조분의 1초)부터 수십 분까지 다양한 시간 범위에서 변화 과정을 실시간으로 정밀 측정했다.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 빛과 반응하며 일어나는 반응 2가지. 연구팀은 나노결정 내부의 브롬(Br)이 염소(Cl)로 치환되는 과정(위)과 얇은 판 모양의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이 빛을 받아 응집하는 과정(아래)을 정밀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IBS 제공
연구팀은 먼저 페로브스카이트가 염소(Cl)가 함유된 용매인 클로로포름, 빛과 반응하는 광유도 과정을 분석했다. 결정 내부에 있는 브롬(Br)이 줄어들고 염소(Cl)가 늘어나는 과정이다.
분석 결과 염소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전자의 움직임을 좌우하는 밴드갭이 넓어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밴드갭은 전자가 자유전자가 되기 위해 뛰어넘어야 하는 에너지 범위를 말한다. 밴드갭이 넓으면 전자가 이동하기 어려워 전도성이 낮아지는 등 소재 특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같은 방법으로 용액에 분산된 얇은 판 형태의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이 빛을 받아 서로 뭉치고 응집하는 과정도 분석했다. 나노결정이 점차 뭉치면서 전하의 움직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정밀하게 분석하는 데 성공해 물질의 구조와 광학 반응 사이의 상관관계를 밝혀냈다.
조 단장은 "이제는 물질이 빛을 받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가'뿐만 아니라 '반응 도중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동시에 볼 수 있게 됐다"며 "복잡한 나노 세계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해석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라고 말했다.
제1저자인 한기림 IBS 연구원은 "AI-TA는 빛을 포함한 여러 요소에 의해 변질될 수 있는 신소재 물질 및 다양한 화학물질의 동역학을 탐구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이라며 "앞으로 차세대 광전소자, 양자소자 개발 및 여러 화학 반응에 적용될 응용 연구가 더욱 기대된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038/s41467-025-60313-3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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