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필의 미래창
솔라오비터, 17도 각도 아래서 포착
10월엔 태양 북극 사진도 확보 예정
2025년 3월23일 유럽우주국의 태양 극지 탐사선 ‘솔라 오비터’가 바라본 태양 남극. 적도 아래 17도 각도에서 촬영한 것이다. 유럽우주국 제공
그동안 우리가 본 태양 사진은 모두 태양의 적도를 중심에 두고 촬영된 것들이다. 지구가 황도(태양을 도는 궤도)라는 평평한 원반 안에서 태양을 공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선도 마찬가지로 이 궤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유럽우주국(ESA)의 태양 극지 탐사선 ‘솔라 오비터’가 이 궤도를 벗어나 새로운 각도에서 태양을 관측한 사진들이 공개됐다. 지난 3월 태양에서 약 5100만km 떨어진 거리에서 태양 적도 아래쪽으로 최대 17도까지 내려가 촬영한 이 사진엔 태양 남극이 선명히 드러나 있다. 유럽우주국의 캐럴 먼델 과학책임자는 “인류 최초로 찍은 태양 극지 사진”이라고 말했다. 과거 태양 극지의 일부가 드러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모습이 확연히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기존 태양 관측 우주선의 황도면 대비 기울기는 최대 7도였다.
태양 대기 상층부인 코로나에서 나오는 자외선을 포착하는 장비로 촬영한 사진이다. 유럽우주국 제공
남극과 북극 자기장 역전 진행 중
사진 촬영엔 가시광선으로 태양 표면을 관측하는 편광 및 태양진동 영상 장치(PHI), 자외선으로 태양 대기의 상층부인 코로나를 관측하는 극자외선 영상 장치(EUI), 그리고 태양 대기의 여러층을 드러내는 코로나 환경 분광 영상 장치(SPICE) 3가지 과학 장비가 동원됐다.
유럽우주국은 이번 관측을 통해 얻은 과학적 성과 중 하나는 현재 태양의 남극 자기장이 혼돈 상태에 있다는 걸 발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 자석은 북극과 남극이 뚜렷이 구분되지만 이번에 태양 자기장을 측정한 결과, 현재 태양의 남극에는 북극과 남극의 자기장이 모두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는 11년에 걸쳐 있는 태양 주기 중 태양 극대기에 태양 자기장이 역전되는 짧은 기간 동안만 발생한다. 이 기간이 지나면 서서히 중첩 상태가 해소되고, 5~6년 후 태양 극소기에 도달할 때쯤에는 자기장이 아주 질서정연한 상태가 된다.
현재 태양 활동은 주기 번호를 매긴 이래 25번째 태양 주기의 극대기를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3월16~17일 솔라 오비터가 태양 적도 아래 15도 각도에서 3가지 과학 장비로 촬영한 사진. 유럽우주국 제공
2027년, 2029년 더 높은 경사각에서 촬영
유럽우주국은 오는 10월에는 솔라 오비터가 찍은 태양 북극 사진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솔라 오비터는 앞으로 황도면에서 더 멀리 벗어나 2027년과 2029년에는 각각 24도, 33도로 더 높은 경사각에서 극지방을 더욱 자세히 관측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유럽우주국은 이와 함께 지난 5년간 분광기로 수소, 탄소, 산소, 네온, 마그네슘 등 특정 화학원소들의 측정 데이터를 이용해 태양 표면 물질의 이동 속도를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5억유로의 예산이 투입된 솔라 오비터는 2020년 발사됐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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