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위메이드넥스트 오석주 최고기술책임자
위메이드 차기 대작 '미르5' 개발...엔비디아와
협력해 AI 보스 제작..."마치 플레이어처럼 행동"
"에이전트형 펫·AI NPC 등도 구상…활용 범위 무한"
오석주 위메이드넥스트 CTO(최고기술책임자)가 지난달 29일 성남시 분당구 판교에 위치한 위메이드 본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하고 있다.ⓒ위메이드
편집자주: AI가 전 산업계는 물론, 우리 생활 곳곳을 변화시키는 '게임체인저'로 부상했습니다. 기업은 AI 트렌드를 선점하기 위해 생존 경쟁을 벌이고, 개인도 AI 시대에 익숙해지기 위해 분주합니다. 국내 대표 IT 산업인 '게임'업계가 '게임체인저' 맞이에 뒤처질 리 없겠죠. 게임 개발 고도화는 물론, 새로운 재미 요소와 플레이 방식 구현, 더 나아가 사업화까지 AI 조련에 한창인 게임업체 'AI 도사'들을 만나봤습니다.
여느 날처럼 게임에 접속해 일일 퀘스트를 깨고, 루틴처럼 보스 몬스터 격파에 도전장을 내민다. 보스전 시작을 기다리고 있는데 난데없이 보스가 '매번 지는데 또 도전하러 왔냐'라며 날 도발한다. 곧이어 내 공격 패턴을 꿰고 있는 것처럼 능숙하게 날 다룬다. 이런 잔인하면서도 스릴 넘치는 상황이라니! 게임이 이렇게 진지할 일인가.
아직 현실화된 건 아니지만, 앞으로 게이머들을 이런 궁지로 몰아넣기 위해 위메이드넥스트는 미르5 개발에 자사 AI(인공지능) 기술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오석주 위메이드넥스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달 29일 성남시 분당구 판교에 위치한 위메이드 본사에서 데일리안과 만나 "AI를 통해 게임 내 보스를 한명의 플레이어처럼 행동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면서 "기존의 정형화된 플레이에서 벗어나 미르5는 이용자가 게임 세계관 속 구성원이 돼 개인 맞춤형 플레이를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CTO는 엔씨소프트의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아이온' 개발조직에서 근무하다가 15년 전 위메이드로 적을 옮겼다. 기술 직군으로 입사해 개발 자회사 위메이드넥스트가 탄생하며 이곳에서 CTO를 맡게 됐다. 위메이드넥스트의 기술적 방향을 설정하고 신기술을 탐색하며, 기존 작업물들의 기술적 문제점을 파악 및 해결해 제품화하는 것을 주도하고 있다.
위메이드넥스트가 개발하고 있는 미르5는 위메이드의 차기 대작으로 거론되는 작품이다. 위메이드가 장점을 갖는 오픈월드 PC MMORPG로, 엔비디아의 AI 기술 '엔비디아 에이스'를 게임 개발에 적용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업계 이목을 샀다. 위메이드표 AI 게임의 선봉장이자, 위메이드 기술력 최전선에 선 게임이다.
오 CTO는 "미르5에 AI를 접목하자는 시도는 AI 콘텐츠를 개발하자는 것보단 게임 플레이의 단순함을 극복하자는 의도에서 비롯됐다"며 "특히 대부분의 몬스터는 패턴이 다 정해져 있고, 몇 번 시도해보면 패턴이 다 파악돼 이용자들이 어느 순간부터 콘텐츠를 숙제처럼 플레이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AI 보스를 개발하자고 뜻이 모아졌다"고 했다.
오석주 위메이드넥스트 CTO(최고기술책임자)가 지난달 29일 성남시 분당구 판교에 위치한 위메이드 본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하고 있다.ⓒ위메이드
한 명의 사람 같은 AI 보스…5000회 이상 훈련 거듭
위메이드는 AI 보스 개발의 파트너로 엔비디아를 택했다. MMORPG 보스를 AI로 설계한다는 도전적인 과제에 흥미를 보였다는 전언이다.
현재 위메이드는 엔비디아의 소형 언어 모델(SLM)과 머신 러닝 기술을 활용해 보스의 지능형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추론 마이크로 서비스 기술로는 이용자의 전술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대응하도록 한다. 보스전을 거듭할수록 '나를 가장 잘 아는' 보스를 마주하게 되는 셈이다.
위메이드는 단순히 AI로 공격 패턴 등을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보스 자체를 한 명의 플레이어처럼 만들고 있다. 현재 상황을 인식하고, 상대의 행동을 분석해 전략적으로 반응하며 마치 인간과 대전하는 것과 같은 상호작용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오 CTO는 "보스도 한정적인 자원을 가지고 플레이어와 동일한 상황에서 행동하도록 한다. AI가 보스를 사람처럼 조작하는 형태"라며 "보스가 유저를 알아보는 형태까지 고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용자가 보스전에서 자주 패배한 경험이 있다면, '매번 지면서 왜 또 왔냐'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를 통해 게임이 개인 맞춤형으로 설계됐다는 느낌을 이용자에게 선사하고 싶다"며 "출시 시점에 모든 몬스터를 AI로 돌리진 못할 것 같고, 랜드마크적 성격을 띄는 상징적인 몬스터나 월드 보스 위주로 3마리 정도에 AI를 탑재할 예정이다. 추후 여력이 닿는대로 이를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엔비디아는 수많은 학습용 데이터를 모델링화하는 데 크게 도움을 줬다. 보스전인 만큼 승패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점수 모델을 만들어야 했는데, MMORPG 특성상 데미지와 연관되는 데이터가 많아 모델 파인튜닝에 관여하는 데이터량이 상당했다고.
오 CTO는 "예컨대 캐릭터 스탯에 따라 버프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등 데미지를 측정하는 데 고려해야 할 조건이 많아서 모델링이 어려웠다. 혼자 했다면 모델링화를 해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현재 보스와 플레이어를 AI로 만들어서 이들끼리 싸우도록 시키는 형태를 거듭하며 데이터셋을 만들고, 모델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오 CTO는 현 시점에서의 AI 보스 성능 수준을 100점 만점에 50점으로 자평했다. 현재까지 약 5000회 이상의 훈련을 거듭하며 고도화 작업을 진행했고, 앞으로는 AI가 보스를 세세하게 컨트롤하는 데 집중해 완성도를 높일 예정이다.
그는 "계속 훈련시키고 있는데 매번 다르게 이용자를 상대해주니 개발진들도 개발하면서 덜 지루하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 강력한 장점"이라며 "현재 방식은 AI에게 재료를 주고 알아서 플레이해보라는 식인데,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에러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AI 보스전 승리 조건이 20분을 버티는 것인데 보스가 20분간 도망만 다니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어서 이를 최대한 필터링하고 있다. 결국엔 AI 보스가 스스로 난이도를 조절하는 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석주 위메이드넥스트 CTO(최고기술책임자)가 지난달 29일 성남시 분당구 판교에 위치한 위메이드 본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하고 있다.ⓒ위메이드
NPC·펫 등 AI 활용 범위 무궁무진…차기작에도 활용
오 CTO는 게임 내 펫, NPC(Non-Player Character)까지 AI 적용 범위를 확장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 아직 비용 측면의 한계로 모든 인게임 콘텐츠에 AI를 적용하는 것엔 무리가 있으나 추후 비용 문제가 해결될 경우 AI의 적용 분야는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CTO는 "MMORPG가 알아야 할 룰도 많고 장벽이 높은 장르인 만큼, 옆에서 상황이나 룰을 설명해주는 게임 어시스턴트 형태의 AI 펫도 구상하고 있다"면서 "NPC에도 AI를 접목해 이들과 친밀도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려야 퀘스트를 준다거나 NPC들끼리도 소통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비용인데, 현재로서는 비용 부담이 커서 구상만 하고 있는 단계다. 추후에 AI 활용이 대중화되면 비용은 당연히 떨어질 것으로, 저희는 그때를 노리고 있다"고 했다.
현재 위메이드는 미르5 외에 신작 FPS 게임 '블랙 벌처스: 프레이 오브 그리드' 개발에도 AI를 적용하고 있다. 게임 내 전투 분석 장비 '바이퍼'에 엔비디아의 음성 및 대화 기반 AI 기술 '엔비디아 에이스'를 적용해 공동 개발 중이다. 실시간으로 전쟁 상황을 분석하고, 적의 위치와 위험 요소, 최적의 이동 경로 등 전투 정보를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식이다. 이외에도 내부 프로젝트에 AI를 접목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오 CTO는 "나중에는 AI가 여러 콘텐츠를 조합해 만들어 낸 신규 콘텐츠를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아직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 등의 문제로 인해 사람이 개발에 개입해야 하긴 하지만 AI 기술이 더 고도화하고, 비용 문제가 해결될 경우 플레이어를 제외한 모든 게 AI로 돌아가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