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메모리 덮치는 마이크론]
삼성보다 빨리 차세대 HBM4 샘플 출하
미국 보이시 공장 등 생산량 증대 박차
'팀 아메리카' 급부상…韓 특단 대책 필요
[이데일리 김정남 조민정 기자] ‘팀 아메리카’가 K메모리를 덮치고 있다. ‘엔비디아 공급망’에 들어간 미국 메모리업체 마이크론이 D램 점유율을 확 높이는 와중에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4 샘플까지 출하했다. 미국 중심의 반도체 생태계가 공고해지는 만큼 한국도 특단의 대응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최근 36기가바이트(GB) 용량의 12단 HBM4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공급했다. 주요 고객사는 인공지능(AI) 가속기를 만들고 있는 엔비디아, AMD 등으로 추정된다. 모두 미국 회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HBM4는 내년부터 AI 반도체에 본격 탑재될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제품이다. HBM 경쟁력에 따라 D램 업계 판도가 출렁이고 있는 만큼 현재 가장 중요한 메모리 제품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 하반기에는 HBM4가 5세대 HBM3E를 제치고 주류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HBM4 시장을 이끄는 회사는 SK하이닉스(000660)다. 이미 올해 3월 엔비디아에 샘플을 제공했다. 다만 마이크론의 HBM4 개발 속도가 삼성전자보다는 더 빠르다.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의 5세대 HBM3E 퀄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 업계 한 고위인사는 “국내 S급 반도체 엔지니어들이 미국 이직을 선호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그중에서도 마이크론에 대한 호감도가 가장 높은 편”이라고 했다.
마이크론은 생산량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마이크론이 최근 공개한 미국 아이다호주 보이시 메모리 팹 공사 현장 사진을 보면, 미국 반도체 부활을 알리듯 미국 국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마이크론의 매머드급 보이시 공장은 내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의 약진을 두고 팀 아메리카 전략을 주목하고 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메모리 등 미국 반도체 회사들끼리 서로 밀어주는 기류가 만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규복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마이크론은 미국 정부의 보조금 등을 볼 때 트럼프 행정부에서 상당히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약한 반도체 제조 분야의 경우 대만 TSMC와 협업을 강화하는 식으로 풀고 있다. 특히 HBM4는 HBM의 두뇌 역할을 하는 로직 다이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을 적용하는 만큼 미국과 대만의 ‘공급망 연대’가 더 짙어질 게 유력하다.
신현철 광운대 반도체시스템공학부 교수(반도체공학회장)는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부터 시작해서 마이크론을 키우고 있다”며 “한국 역시 새 정부가 반도체특별법 등을 신속하게 실행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마이크론)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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