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8일 이재명 대통령(당시 대선후보)이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직능본부 민생정책 협약식에 박홍근(맨 왼쪽) 의원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뉴스1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이라는 위헌(違憲) 정당을 해산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당원인 대통령이 내란·외환 행위로 파면되거나 형이 확정된 때, 정부(법무부)가 지체 없이 소속 정당의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안’까지 발의하면서 압박 강도를 높이는 모양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11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파면 두 달 만에 치른 대선에서 국민은 정권 교체로 국민의힘을 심판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의힘 의원 다수가 윤석열 탄핵 반대 당론의 무효화조차 반대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이는)‘1호 당원’이었던 윤석열의 위헌·위법행위나 이를 옹호했던 잘못을 반성은커녕 인정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면서 “헌법을 우습게 여기고, 민심을 등지고, 상식을 한참 벗어난 국민의힘은 스스로 해산의 법정으로 달려가는 거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현정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시민 단체 기자회견에 참석해서 “민주당은 내란 정당 국민의힘을 해산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따르고, (관련한) 정당법 개정안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또 김 의원은 “내란 수괴 윤석열의 정당인 국민의힘 정당 해산 사유는 이미 차고 넘친다”며 “헌법을 우습게 여기고 민심을 배반하는 행태를 지속하는 정당은 해체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파기환송심을 사실상 무기한 연기한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열린 현장 의원총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5.06.11 /남강호 기자
국민의힘에서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앞선 5일 대선 캠프 해단식에서 김문수 전 대선 후보는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 특검법을 거론하며 “우리 당도 내란 세력으로 규정할 것이다. 그래서 위헌 정당으로 해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위헌 정당이라는 것은 악의적인 프레임”이라면서 “그것은 희한한 연좌제로 그런 법리 해석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오신환 전 의원은 민주당이 정당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데 대해 “정신이 나갔다”면서 “경쟁하는 1, 2당이 한 정당을 법을 바꿔 해산시키겠다고 하는 것이 다름 아닌 독재”라고 비판했다. 이어 오 전 의원은 “제거와 말살 대상으로 상대 정당을 몰아간다면 저항할 수밖에 없다. 싸워야 한다”고 했다.
지난 9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민주당의 정당해산 시도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내란 특검’에 대비해서 휴대전화를 교체하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를 개혁안으로 제시한 배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전날 원외 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 “탄핵 반대 당론을 무효화 해놓아야 민주당의 정당 해산 심판 시도에도 대항할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사실상 양당제인 대한민국에서 집권여당이 제1야당의 해산을 추진하는 자체가 독재시도”라는 의견이 많다. 정치권 관계자는 “위험정당해산심판 주체는 정부인데 집권초기에 제1야당 정당해산 심판시도로 역풍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야권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계엄옹호·탄핵 반대 노선을 유지하면서 국민 눈높이와 멀어진다면 집권세력의 정당해산심판 시도도 불가능한 얘기만은 아니다”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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