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경 칼럼 (11)
최근 성남시의 공모전 계획이 게임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성남시가 주최한 ‘AI를 활용한 중독예방 콘텐츠 제작 공모전’에서 게임을 중독 예방 대상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성남시의 명분은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활동의 일환으로 게임 과몰입자를 상담하고 치료하겠다는 것이라고 한다. 당연히 게임계와 이용자들의 거센 비판이 일어났다.
그러자 성남시는 어떠한 공식적인 사과나 명확한 해명도 없이 인터넷 공지로 슬그머니 사업 내용을 변경했다. 더불어 성남시는 이러한 계획이 ‘보건복지부의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설치·운영 사업 안내 지침에 따른 것’이었다고 핑계만 댔다. 자신들이 마치 상위 기관의 지시를 따랐을 뿐인 ‘피해자’인 양 코스프레하는 데 급급한 것이다.
게임 이용자들의 정당한 비판과 우려에 대해 행정의 책임을 인정하고 소통하려는 노력 대신, 무책임하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이다. 시민과의 소통을 경시하는 오만한 행태다. 게임 산업이 중요한 국가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성남시의 이러한 일방적이고 시대착오적인 접근 방식은 행정의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자충수다. 더불어 게임이 가진 긍정적인 측면, 즉 교육적 기능, 문화적 가치, 사회적 소통의 장으로서의 역할을 간과한 것이다.
더 큰 책임은 보건복지부에 있다. 어쩌면 이 모든 혼란의 원인 제공자라고 볼 수도 있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1월 발간한 ‘정신건강사업안내’의 내용을 살펴보자. 이 안내서에는 ‘중독자 재활시설’의 대상에 알코올, 약물 중독과 더불어 ‘게임 중독’이 명시되어 있었다. 이러면서도 정작 ‘도박 중독’은 빠져 있었다. 게임을 도박과 같은 중독 물질과 동일시, 아니 더 큰 위험물로 취급하며 게임을 모독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이 있다. 2023년 발간된 동일한 안내서에는 ‘게임’이라는 단어조차 없다는 점이다. 불과 2년 사이에 게임이 ‘중독’의 범주에 포함된 것은 어떠한 의도가 명백하게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대체 게임 중독의 재활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그 기준과 근거는 무엇인가. 애초에 게임과 재활이라는 단어가 한 곳에 쓰인다는 게 말이 된단 말인가.
과학적 근거 없는 분류는 게임 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더불어 일부 이용자의 과몰입 사례를 일반화하여 전체 게임 이용자를 잠재적 중독자로 간주하는 것은 부당한 일반화의 오류이자, 게임의 순기능을 외면하는 처사이다. 게임 이용자들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게임을 향한 부정적인 사회적 편견을 심화시킬 뿐이다. 우리는 게임을 즐기는 수많은 사람의 권리를 보호하고, 게임이 가진 긍정적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
지난 대선 기간, 더불어민주당 게임특위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유보를 제안하며 게임계의 우려와 목소리를 반영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이는 게임 산업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지를 보여준 긍정적인 신호였다.
이제 새 정부는 이러한 논란과 잡음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명확하고 일관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 게임을 특정 프레임에 가두어 질병시하는 구시대적인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게임을 미래 성장 동력이자 문화 콘텐츠의 중요한 부분으로 인식해야 한다.
게임 산업의 건강한 발전은 물론, 게임을 통해 즐거움을 얻고 소통하는 수많은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는 게임계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불필요한 논란과 사회적 갈등을 종식하고, 게임이 진정으로 국가 경제와 문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상식에 기반을 둔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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