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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그냥 늦게 크는 줄 알았는데”
또래보다 유독 더딘 성장. 부모들의 흔한 고민 중 하나지만, 그저 대수롭지 않게 넘길 문제는 아니다.
바로 선천성 희귀 유전질환인 ‘뮤코다당증’의 대표적인 증상이기 때문. 여기다 어린 시기에 흔히 나타나는 중이염, 배꼽 탈장 등도 뮤코다당증 증상에 포함된다.
하지만 10만명 중 1명꼴로 발병하는 ‘희귀병’인 탓에 일반 병원에서의 진료로 발견하기도 쉽지 않다. 병원을 전전하거나 오진을 겪는 경우도 다수.
가장 큰 문제는 조기 진단 시기를 놓쳐, 병을 키우고 최적의 치료 타이밍을 놓치는 사례가 흔히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소아희귀병 뮤코다당증 전문센터장을 맡고 있는 조성윤 소아청소년과 교수.[생명보험재단 제공]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소아희귀병 뮤코다당증 전문센터장을 맡고 있는 조성윤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성장 지연, 중이염 등 가능성이 보일 경우, 뮤코다당증 가능성을 의심하고 전문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뮤코다당증은 특성 효소 결핍으로 체내 노폐물이 제대로 분해되지 않아, 장기손상을 유발하는 희귀난치성 유전질환이다. 환자들은 또래에 비해 성장이 늦어지고, 이목구비가 굵어지는 등 신체적 특성이 나타난다. 일부 유형에서는 지적 장애나 행동장애까지 나타난다.
지난달 26일 인천 미추홀구 아인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생아들을 보살피고 있다.[연합]
통상 생후 1년까지는 특별한 증세를 보이지 않았다가, 이후 증상이 발현된다. 문제는 정확한 진단을 받기 어려워 병을 키우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것. 특히 늦은 성장, 잦은 중이염, 배꼽 탈장 등의 경우 일반적인 소아에서도 보일 수 있다. 이에 증상 발현부터 확진까지 10년가량이 소요되기도 한다.
조 교수는 “조기에 발견하지 못할 경우 환자와 가족들이 ‘진단방랑(병원을 전전하며 진단을 받지 못하는 현상)’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치료제가 있는 유형의 경우 조기 진단과 치료가 환자의 예후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신속한 진단이 더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진행된 2025 뮤코다당증 환자의 날 행사에서 뮤코다당증 센터장 조성윤 교수가 축사를 하고 있다.[생명보험재단 제공]
뮤코다당증 외 대부분 희귀질환은 치료제가 없어, 병명을 진단하더라도 치료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뮤코다당증 또한 완치가 어렵다. 하지만 부족한 효소를 맞는 형식의 효소 대체요법이 도입되는 등 진단과 치료가 가능해, 조기 발견이 유독 중요하다.
조 교수는 “기존 치료제가 뇌, 뼈 같은 특정 부위로 충분히 도달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지만, 최근 뇌혈관 장벽을 극복할 수 있는 약제들이 개발됐고, 우리나라에서도 뇌실(뇌 속의 액체 공간)로 직접 약을 투여하는 임상 시험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초여름 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연합]
가장 효율적인 진단 방법은 신생아 선별검사(NBS)다. 생후 48~72시간 이내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미리 유전성 희귀질환을 확인하는 것이다. 하지만 검사할 수 있는 유형은 일부에 불과하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에서는 2형인 ‘헌터증후군’이 가장 흔하다. 하지만 신생아 선별검사에 도입된 유형은 1형뿐이다.
조 교수는 “뮤코다당증은 조기 치료를 통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등 신생아 선별검사 대상으로서 적합한 질환”이라며 “1형뿐 아니라 다른 아형의 뮤코다당증을 (신생아 선별검사에) 포함하는 게 필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서울 한 대학병원 응급실 모습.[연합]
진단방랑을 막기 위한 여타 기반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조기 진단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대표적 예다. 조 교수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한 희귀질환 교육, 환자 등록 관리 시스템 등이 보완돼야 조기 진단과 치료 연계가 원활해질 수 있다”며 “전문 의료진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적으로 맞게 국가적 차원에서 지원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희귀질환 치료 촉진을 위한 민간 측면의 관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민간 기관들 또한 환자 지원, 인식 개선 캠페인, 진단 보조 기술 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공공은 제도적 틀을 제공하고, 민간은 현장 중심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형태로 협력한다면, 희귀질환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진행된 2025 뮤코다당증 환자의 날 행사에서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생명보험재단 제공]
마지막으로 조 교수는 뮤코다당증 등 희귀질환 극복을 위한 ‘통합 시스템’ 구축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그는 “단순한 치료를 넘어, 환자와 가족이 삶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진단, 치료, 재활, 신약 개발 등을 아우르는 통합적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서울병원 뮤코다당증센터는 생명보험재단의 지원으로 2016년 설립됐다. 이후 9년간 총 6464명의 뮤코다당증 및 의심환자를 지원해 왔다. 생명보험재단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진단비, 비급여 의료비, 주사치료실 운영 등을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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