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나노입자연구단
수소를 나타내는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버려지던 플라스틱이 햇빛을 통해 수소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김대형 나노입자 연구단 부연구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과 현택환 나노입자 연구단 연구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 김민호 경희대 응용화학과 조교수 공동연구팀이 햇빛만으로 폐페트병에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친환경 고효율 광촉매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수소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청정 에너지원이다. 현재 수소 생산 방식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메테인 수증기 개질' 방식은 메테인(CH4)을 수증기(H2O)와 반응시켜 수소를 생산한다. 메테인 수증기 개질은 고온·고압 조건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한다는 한계가 있다.
또 다른 수소 생산 방식인 광촉매 기반 수소 생산 기술은 무한한 에너지원인 태양에너지를 사용하고 온실가스의 배출이 적지만 고효율 광촉매 반응의 경우 극한 반응 조건에서 촉매의 안정성과 수명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의 핵심은 광촉매를 고분자 하이드로겔로 감싸 안정화시키는 시스템이다. 기존 기술 대비 내구성이 4배 이상 향상됐다. 현장 적용성과 확장성도 높다. 하이드로겔은 10% 이상의 물을 함유하고 있는 3차원 구조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수용성 고분자다. 수상 환경에서 용해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으며 생체적합성이 좋아 현재 센서, 에너지 저장장치, 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은 광촉매를 하이드로겔로 안정화한 뒤 반응을 물-공기 경계면에서 유도하는 새로운 전략을 제안했다. 개발한 전략을 광촉매 수소 생산 공정에 적용했더니 기존 분말 촉매의 손실이나 반응 저하 없이 수소 생산성과 내구성이 확보됐다. 강알칼리 조건에서도 두 달 이상 성능을 유지했다.
또 바닷물, 수돗물 등 다양한 수질 환경에서 개발한 전략을 작동시킬 수 있어 실용성과 확장성 측면에서도 매우 우수함을 입증했다. 실용성과 산업 현장에서의 적용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폐페트병을 원료로 자연광을 기반으로 1㎡의 대면적 조건에서 실험을 진행해 수소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10~100㎡ 규모에서도 전략 시뮬레이션을 진행하고 경제성 분석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 없이 저비용으로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는 사실도 증명했다.
연구결과에 대해 김 부연구단장은 “폐플라스틱을 에너지 자원으로 전환하는 기술로 환경 문제 해결과 청정에너지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으며 재료 설계부터 반응 환경까지 통합적으로 접근함으로써 친환경 촉매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한층 앞당긴 성과다”고 평가했다.
현 연구단장은 “자연광과 폐기물, 다양한 수질 환경 등 실제 조건에서도 고효율, 고내구성을 유지할 수 있음을 입증한 매우 드문 사례다"며 "기초과학 기반의 혁신 기술이 산업적 확장성과 사회적 파급력을 동시에 갖춘 단계로 발전한 만큼 수소 기반 탄소중립 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연구의 공동 제1저자인 이왕희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원 “연구는 실험실의 정제된 조건을 넘어 실제 환경에서도 장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고안정성 광촉매 시스템을 설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11일 나노기술 분야 국제 학술지인 ‘네이쳐 나노테크놀로지’ 온라인 판에 실렸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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