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싱크탱크 ITIF “25% 세액공제 없으면 대미 반도체 투자 동력 잃어… 35%로 확대해야”
“보조금은 불투명… 예측 가능한 세금 혜택이 핵심”
삼성전자·SK하이닉스, 수조원대 보조금 계약했지만 트럼프 정부서 ‘재협상’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한 반도체지원법(CHIPS Act)의 보조금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의 주요 기술정책 싱크탱크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은 반도체법의 또 다른 핵심 축인 ‘투자세액공제’를 확대·연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직접 보조금 축소를 시사한 상황에서 ITIF는 오히려 세액공제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대미 투자를 이끈 ‘숨은 주역’이었다고 강조한 것이다.
지난 3월 미 워싱턴 DC 백악관 로즈룸에서 하워드 루트닉(가운데) 미 상무부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웨이저자 TSMC 회장과 함께 TSMC 투자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ITIF는 10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서 “직접 보조금에 대부분의 관심이 쏠려 있지만, 실제로 반도체법에서 훨씬 더 중요한 요소는 25%의 투자세액공제”라며, 올해 12월 31일 일몰 예정인 이 제도를 방치하면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를 담보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스티브 이젤 ITIF 글로벌 혁신 정책 담당 부사장은 “기업들은 미 정부 보조금 패키지를 얼마만큼 받을지, 실제 지급까지 얼마나 걸릴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25% 세액공제는 착공하는 즉시 청구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액공제는 훨씬 더 예측 가능하고 매력적인 인센티브”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 반도체법은 크게 직접 보조금 및 대출과 투자세액공제 두 갈래로 구성돼 있다. 직접 보조금은 미 상무부가 기업을 심사해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총 투자금의 10~15% 수준의 지원을 받기로 바이든 행정부와 계약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총 370억달러(약 51조원) 이상 투입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며, 미 상무부로부터 보조금 47억4500만달러(약 6조5000억원)를 받기로 계약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약 5조3000억원)를 투입해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기지를 건설하기로 하고, 최대 4억5800만달러(약 6300억원)의 보조금을 받기로 한 상태다.
하지만 보조금은 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기업이 상무부와 협의한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실제로 지급된다. 또 정부 정책 기조 변화에 따라 보조금 규모가 달라질 수 있고, 지급까지의 과정도 불확실성이 크다. 실제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지급하기로 한 보조금에 대해 재협상을 진행 중이다. 러트닉 상무장관은 최근 상원 청문회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보조금은 지나치게 관대했다”며 향후 직접 지원 규모를 총 투자액의 4~5% 수준으로 대폭 낮추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ITIF가 강조하는 투자세액공제는 반도체 생산설비 및 장비에 투자한 금액의 25%를 법인세에서 공제받을 수 있는 제도다. ITIF는 이 제도가 한국이나 대만 등 아시아 대비 최대 30% 이상 비싼 미국 내 제조 비용을 상쇄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젤 부사장은 “미국은 반도체법 통과 전인 2022년만 해도 10나노미터 미만 첨단 로직 반도체 생산에서 사실상 점유율이 0%였지만, 2032년까지 28%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세액공제 제도의 일몰 기한을 최소 2020년대 말까지 연장하고, 세액 공제율을 현행 25%에서 35%로 인상할 것을 제안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안은 현재 미 의회에 계류 중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오락가락할수록 예측 가능한 세액공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결국 의회가 세액공제 연장이라는 안정적인 당근을 제시해 주지 않는다면, ‘메이드 인 아메리카’ 반도체 전략은 추진 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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