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감염병 매개체 중장기 계획 수립
인공지능 기반한 모기 감시 시스템 확대
기후변화 큰 제주엔 '집중감시센터' 설치
"근거 중심 방제, 2029년까지 50%로 확대"
[서울=뉴시스] 일본뇌염주의보 발령일 및 활순털진드기분포지역 확대 관련 그래프 (자료=질병관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청주=뉴시스]정유선 기자 = 기후변화에 따라 감염병을 옮기는 모기와 진드기의 활동 기간 및 영역이 확대하면서, 방역당국이 과학적 감시·방제 전략을 담은 중장기 대책을 마련했다.
질병관리청은 '감염병 매개체 감시·방제 중장기 계획(2025~2029)'을 수립했다고 11일 밝혔다.
감염병 매개체는 바이러스와 세균 같은 감염병 병원체를 보유해 숙주에게 전파하는 모기, 참진드기, 털진드기 등을 일컫는다.
매개체 전파 감염병으로는 일본뇌염, 말라리아, 쯔쯔가무시증,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등이 있다.
최근 기온 상승 등 기후 위기 영향으로 감염병 매개체의 서식지가 넓어지고 활동기간도 늘면서 이러한 감염병 위험이 커지고 있다.
실제 지난 10년간 평균기온은 약 1.4도 상승했는데, 이 기간 일본뇌염 주의보 발령 시기는 약 16일 빨라지고 경보는 11일 가량 앞당겨졌다.
모기와 진드기의 활동기간도 봄부터 늦가을까지 확장되는 추세다.
국내 쯔쯔가무시증 주요 매개체인 활순털진드기는 2020년대 들어 분포지역이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이에 더해 오로푸치열(등에모기 매개), 오즈바이러스(참진드기매개) 등 해외 신·변종 병원체와 뎅기열 등 해외 감염병이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질병청은 ▲국가 매개체 감시체계 고도화 ▲기후변화 대응 매개체 감시 강화 ▲매개체 감시·방제 인프라 확충 ▲감시와 방제의 연계 등의 전략을 담은 중장기 계획을 마련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권역별 매개체 감시 거점을 기존 16개에서 30개 이상으로 확대한다.
이와 관련해 질병청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모기 감시장비(AI-DMS)와 밀도 자동 계측 장비(DMS)가 현재 감시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청주=뉴시스] 청주시 오송읍 환호공원에 설치된 인공지능 기반 모기 감시장비(AI-DMS). 2025. 6.11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전국 5곳에 설치된 AI-DMS는 매개모기 채집을 넘어 실시간으로 종을 분석해 당국에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감시 소요기간이 기존 7일 대비 24시간 이내로 단축된다.
이러한 기술은 올해 아프리카 남수단에도 적용하고, 2029년까지 동남아시아 3개국으로 확대하기 위해 해외 협력을 추진한다.
해외 유입 매개체 조기 탐지를 위해선 제주 등 기후변화의 영향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감시센터'를 설치하고 공항·항만 지역 중심의 감시를 강화한다.
이희일 질병청 매개체분석과장은 "기후변화가 지속되면 뎅기열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가 국내에 상륙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며 "집중감시센터를 설치해 조기에 모니터링하고 방제하면 우리나라에 토착화되는 시간을 최대한 늦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질병청은 매개체 감시정보 플랫폼을 구축해 국민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매개체 자원은행도 만들어 학계 및 산업계에서 연구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 감시 결과를 기반으로 방제의 필요성과 시점을 판단하는 과학적 방식의 '근거 중심 매개체 방제'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근거 중심 방제는 쉽게 말해 모기 발생량이 많으면 방제를 하고 적으면 하지 않는 방식을 말한다.
이 과장은 "현재 전체 보건소의 10% 정도가 근거 중심 방제를 위한 컨설팅을 받고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2029년까지 50%로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이번 중장기 계획을 통해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매개체 전파의 감염병 발생 위험을 줄이고 지역사회와 함께 매개체 전파 감염병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ram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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