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서 추방된 스웨덴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 사진=이스라엘 외무부 엑스 캡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구호품을 전달하겠다고 항해 중이던 선박을 나포한 가운데, 스웨덴 출신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추방했다고 10일(현지 시각) 밝혔다.
전날 자유선단연합 구호선 매들린호는 가자 해안에서 200여 km 떨어진 국제 해역에서 이스라엘 해군 특수부대에 나포됐다. 이 배에는 툰베리를 포함해 활동가 12명이 탑승해 있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 낸 성명에서 “툰베리가 방금 프랑스를 경유하는 스웨덴행 항공편을 통해 출국했다”며 “'셀카용 요트' 탑승자들이 이스라엘에서 자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으로 갔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은 나포 당시부터 매들린호에 구호품이 매우 적게 실려 있었으며, 활동가들이 셀카를 찍기 위해 가자지구로 향하는 것이라는 뜻으로 구호선을 '셀카 요트'라고 조롱해왔다.
이스라엘에서 추방된 스웨덴 기후활동가 그레타 툰베리. 사진=이스라엘 외무부 엑스 캡처
활동가 12명 중 툰베리를 비롯한 4명은 이스라엘에서 출국했으며, 8명은 추방 서류에 서명하지 않아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추방을 발표한 지 몇 시간 후 경유지인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골 공항에 도착한 툰베리는 기자들에게 “이스라엘은 국제 수역에서 우리를 납치하고 우리 의사에 반해 이스라엘로 데려갔다”고 비난했다.
툰베리는 “우리는 국제 해역에서 인도적 지원 물품을 실은 민간 선박을 타고 항해하는 12명의 평화로운 자원봉사자였다”며 “우리는 법을 어기지 않았고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특히 가자지구 사람들이 겪고 있을 일에 비하면 (활동가들의 상황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이스라엘에 피랍된 동료들이 매우 걱정된다. 그들을 즉각 석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툰베리는 공항에서 전날 자신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난한 사실을 전해 들었다. 이에 대해 “솔직히 말하자면 세상에는 더 많은 '분노하는 젊은 여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지금 이 모든 상황에서 그렇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그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2019년 기후변화 문제를 두고 툰베리와 설전을 벌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해서 또다시 그에 비난을 쏟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포 당일 백악관에서 한 기자가 툰베리에 대해 질문하자 “툰베리는 이상한 사람이다. 분노에 찬 젊은이. 그는 확실히 다르다. 분노 조절 강의를 들어야 할 것 같다. 그에게 가장 먼저 권고할 것은 그런 강의”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납치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에 “그레타 툰베리를 납치하는 거 말고도 이스라엘은 충분히 (골치 아픈) 문제가 많다”고 답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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