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차백신·유바이오 등 '재조합백신' 개발 도전
세계 1위 '싱그릭스' 독주…세계 시장 진출 기회 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대상포진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싱그릭스'가 독주하고 있는 국내외 대상포진 백신 시장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싱그릭스 경쟁 '재조합 백신' 개발 도전
GC녹십자가 개발전에서 가장 속도를 내고 있다. GC녹십자는 미국 관계사인 큐레보(Curevo Vaccine)를 통해 미국에서 대상포진백신 '아메조스바테인(Amezosvatein, 프로젝트명 CRV-101)'를 개발하고 있다. 임상3상 진입 전 최적 용량을 확정하기 위한 임상2상 후속 연구에 돌입, 최근 첫 환자 등록을 마쳤다.
아메조스바테인은 임상2상에서 국내외 대상포진 백신 시장 1위를 기록하고 있는 GSK의 싱그릭스와 비교했을 때 효과는 비슷함에도 부작용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효과와 안전성은 이미 확인한 만큼 내년 임상3상 진입도 수월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차바이오텍 계열사 차백신연구소는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 'CVI-VZV-001'의 국내 임상1상을 마치고 올해 임상2상 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다. CVI-VZV-001은 차백신연구소가 자체개발한 면역증강제 플랫폼 '리포팜(Lipo-pam)'을 이용한 대상포진 백신이다.
대상포진 백신 국내 개발현황 및 글로벌 시장 규모 전망. /그래픽=비즈워치
차백신연구소는 오는 16일부터 19일까지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바이오 행사'바이오 USA'에 참가해 CVI-VZV-001의 기술이전과 공동개발을 모색할 예정이다.
유바이오로직스는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 'EuHZV'의 국내 임상1상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1상에서 만 50세에서 69세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8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하는 방식으로 저용량과 고용량 백신의 안전성을 확인하게 된다.
안전성·예방률 높은 '싱그릭스' 국내외 시장 1위
대상포진은 수두를 일으키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신경을 타고 피부에 발진과 심한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을 말한다. 대상포진은 신경 손상, 안면 마비, 시력 감퇴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과 발병시 신속하게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대상포진 백신은 약독화 생백신과 재조합백신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약독화 생백신은 살아있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화시켜 만든다. 대표적인 대상포진 약독화 생백신은 세계 최초로 개발된 MSD(미국 머크)의 '조스타박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한 국산 백신인 '스카이조스터'가 있다.
두 제품은 1회 접종으로 투약 편의성이 높고 접종비용도 15만원 전후로 가격이 싼 것이 장점이다. 다만 면역력이 약한 사람은 사용할 수 없고, 노인 환자일 수록 예방률이 떨어지는 것이 단점이다.
재조합백신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의 특정 단백질을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만들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다. GC녹십자와 차백신연구소, 유바이오로직스 3개사가 개발하는 대상포진 백신이 모두 재조합백신이다.
재조합백신은 세계적으로 GSK의 '싱그릭스'가 유일하다. 국내에 2022년 출시한 싱그릭스는 2회 접종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가격도 40만~50만원으로 약독화 생백신 보다 3배 가량 비싸다. 반면 면역력이 약한 사람도 접종이 가능하며 예방율도 높은 편이다.
이로 인해 싱그릭스는 세계 대상포진 백신 시장을 장악했다. 이러자 경쟁사인 조스타박스는 미국에서 2020년 판매를 중단한 데 이어 지난해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철수했다. 지난해 국내 대상포진 백신 매출은 싱그릭스가 420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스카이조스터와 조스타박스는 각각 187억원, 174억원에 그쳤다.
세계 시장 규모 2034년 129억 달러 전망
대상포진은 대게 면역력이 떨어지는 50세 이상에서 발병하며 65세 이상 고령층은 젊은 연령층에 비해 발생률이 8~10배 가량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스트레스, 수면부족 등으로 20~30대 젊은 연령층에서도 면역력 저하로 인한 대상포진 발병률이 높아지는 추세다.
이에 세계 대상포진 백신 시장 규모도 매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대상포진 백신 시장 규모는 49억 달러(6조7000억원)에서 연평균 10.1% 성장해 2034년에는 129억 달러(17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싱그릭스에 대적할 국산 재조합백신이 개발되면 가격도 한층 낮아질 수 있어 향후 약독화 생백신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해외에서도 대상포진 백신 시장에서 싱그릭스 비중이 약 90%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국산 재조합백신이 개발에 성공하면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세계 시장에 진출할 기회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권미란 (rani19@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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