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총·한림원, 과학기술인재 긴급 포럼
과기인재 유치 전쟁 치열한데
전략적인 준비 못하고 있는 한국
“범부처 컨트롤타워로 제대로 준비해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화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19일 국회에서 과학기술 인재 긴급 포럼을 개최했다. 앞줄 왼쪽부터 김견 현대차그룹 HMG 경영연구원 원장, 어윤희 ETRI AI인재양성실장, 최해천 서울대 석좌교수, 조길원 포스텍 석학교수, 홍용택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학부장. [사진=최원석 기자]

모두가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막상 과학자의 처우는 좋아지지 않았고, 우수 인재들이 유출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과학기술 인재를 양성하고 유치하기 위해서는 ‘인재 전담 컨트롤타워’를 만들고 전략적으로 유치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은 19일 국회에서 공동 긴급포럼을 열고 우수한 과학기술인재를 유치하는 전략을 논의했다. 이원홍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인재정책센터장은 이날 “단순히 인재를 유치할 게 아니라 우리가 어떤 인재를 원하고, 어떤 수요와 경쟁력이 있는지를 냉정하게 진단해야 한다”고 했다.

세계적으로 과학기술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은 과열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하고 연구자들이 대거 미국을 떠나면서, 그들을 유치하려는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의 경쟁이 뜨겁다.

유럽은 올해 ‘유럽을 선택하세요’ 이니셔티브를 출범하고 높은 수당과 장기 계약을 제안하고 있다. 캐나다도 고급인재를 위한 취업‧이민 서비스를 개편했고, 영국과 호주 등도 국제 연구자를 유치하기 위한 보조금을 별도로 편성했다. 일본은 10조 엔(약 95조 원)을 들여 세계 정상급 연구자를 채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정부 차원에서 어떤 걸 준비해야 하는지 전략이 세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센터장은 “어떤 정상급 연구자를 데려와야 하는지 미리 계획을 세워야 하지만, 우리는 수준을 확인하고 목표로 삼는 일에 신경을 별로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해외 인재를 유치하는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뿐만 아니라 교육부, 외교부, 법무부, 고용노동부 등 범부처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런 연계는 부족하다. 비자, 대학 규제, 일자리 등 한 부처의 업무가 아님에도 과학기술 인재를 함께 논의하는 협의체조차 없다.

이 센터장은 “인재 정책은 탁상공론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여러 부처를 움직일 수 있는 과학기술 인재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재는 데이터와 각종 법제도가 분산되어 있어 전략적인 준비와 계획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이 헤매는 사이 우수한 해외 인재를 놓치는 것은 물론, 국내의 우수 인재까지 중국에 빼앗기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정상급 연구자라고 할 수 있는 과기한림원 정회원 중 61.5%가 최근 5년 내에 해외 연구기관이나 대학의 영입 제안을 받았으며, 제안의 대부분은 중국발이었다.

중국은 압도적인 처우를 내세워 실력있는 연구자들을 유치하고 있다. 김근수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는 “좋은 논문을 내고 나면 중국의 제안이 들어오는데, 연봉 7~8억 원에 수십억 원의 연구비, 아파트 지원 같은 엄청난 조건들이 붙어있다”며 “한국도 과학자의 소명의식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제대로 대우해야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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