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기자회견
'메가 트렌드' 인공지능, 영화제 전면 내세워
AI 제작인력 양성 계획… "5년 내 1만 명 육성"
신철 집행위원장 "'AI 스텝2' 통해 한층 진화"
장미희 조직위원장 "모든 노력 결실 보일 것"
[이데일리 스타in 윤기백 기자] ‘장르영화 축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올해도 메가 트렌드인 인공지능(AI)을 전면으로 내세웠다. 지난해 국내 영화제 최초로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을 신설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AI로 시나리오를 쓴 ‘그를 찾아서’를 개막작으로 파격 선정했다. 또 AI 영화제작 워크숍을 상설화하고 AI 국제 컨퍼런스를 이어가는 등 AI를 접목한 영화의 미래와 방향성을 제시하겠다는 각오다.
10일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서 신철 집행위원장이 영화제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0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 1층 대회의실에서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장미희 조직위원장, 신철 집행위원장, 김관희·남종석·박진형·이정엽 프로그래머, 박보람 XR 큐레이터 등이 참석했다.
신철 집행위원장은 “지금 우리는 영화의 추락과 몰락을 경험하고 있다”며 “영화가 망하고 있다는 말은, 정확히는 ‘극장용 영화가 나빠지고 있다’ 혹은 ‘극장이란 플랫폼에 큰 문제가 생겼다’로 정리할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나라는 극장 개봉에 70~80% 정도 의존하고 있는데, 극장이란 플랫폼이 안 좋아지면서 영화 전체가 안 좋은 상황에 놓이게 됐다”며 “대단히 많은 기술의 발전 때문에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향후 5년간 AI 필름메이커 1만 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올해 ‘AI 스텝2’를 선언하며 한층 진화한 AI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부천을 수도권 첨단 영화창작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신 집행위원장은 “작년 BIFAN+를 신설했다. BIFAN이 영화인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이 임무라면, BIFAN+는 미래 영화인 육성을 임무라고 생각한다”며 “영화산업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AI 필름메이킹에 대한 대비는 반드시 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년 대비 작품 수가 줄어든 점에 대해서는 “일단 영화제 예산이 줄었고, 영화를 많이 상영한다고 해도 우리가 케어 할 수 있느냐에 대해 고민했다”며 “두 가지를 고려해 적정 수를 맞춰 약간 줄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5년 만에 폐막작으로 선정된 한국영화 ‘단골식당’에 대해서는 “제작자 마동석이 부천을 방문하길 기원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장미희 신임 조직위원장은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부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수많은 영화를 국내에 소개해온 장본인이다.
장 신임 조직위원장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예측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한 준비, 창의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독창적인 영화제를 목표로 준비했다”며 “감당할 수 없는 영화는 없다고 생각한다. 창의적인 감각과 열정을 더해 구현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의 결실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10일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서 장미희 조직위원장이 질문을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는 41개국 217편(장편 103편, 단편 77편, AI 11편, XR 26편)이 상영된다. 월드 프리미어(WP) 53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IP) 10편, 아시아 프리미어(AP) 31편, 코리안 프리미어(KP) 48편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2021년부터 내건 슬로건 ‘이상해도 괜찮아’를 유지, 비주류의 재능을 응원하는 장르 영화제로서의 정체성을 이어간다. 공식 포스터는 배우 겸 화가로 활약 중인 박신양과 스튜디오프리월루전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영화제의 포문을 여는 개막작은 ‘그를 찾아서’다. 독일의 감독 베르너 헤어조크가 “4500년 후에도 컴퓨터는 내 영화만큼 훌륭한 영화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남긴 말에서 시작되는 작품이다. 피오트르 감독은 어쩌면 AI 기술과 가장 대척점에 있을 헤어조크 감독의 영화 시나리오를 AI에 학습시켰고, AI가 창작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이 영화를 완성했다. AI 기술이 점차 주도하는 오늘날의 창작 환경 속에서 인간성과 기술의 균형에 대해 심도있게 성찰하는 작품을 선정, AI 영화시대를 선도하는 부천국제영화제의 균형 감각과 지향점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폐막작은 ‘단골식당’(감독 한제이, 제작 마동석)이다. ‘엄마의 실종’이란 묵직한 사건이 중심에 있지만 이야기는 ‘코지 미스터리’ 형식을 취하며 가볍고 따듯한 분위기 속에서 전개되는 작품으로, 부모의 한결같은 사랑을 당연하게 여겨온 자식의 시선을 돌아보게 하며 그 고마움을 다시금 일깨우게 하는 작품이다. 동시에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 타인과의 소통, 믿음, 공동체의 가치를 함께 조명한다. 주현영, 김미경 등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가 압권이라는 후문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시그니처 섹션인 ‘부천 초이스: 장편’ 부문에서는 알베르토 시아마 감독의 ‘하늘나라로 가요’ 등 8작품을 소개한다. 상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세계관, 독창적 스타일, 장르 문법의 실험과 진보를 보여주는 작품을 소개한다.
국제단편경쟁 부문인 ‘부천 초이스: 단편’ 부문에서는 올해 아시아, 미주, 유럽 지역에서 출품된 987편 중 11편이 선정돼 관객들을 만난다. 정석을 따르는 장르 영화는 물론, 인간과 동물·자연간의 유대감을 섬세하게 담아낸 작품과 함께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미장센과 명작에 대한 장르적 해석이 돋보이는 작품을 소개한다.
올해 두 번째로 선보이는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인 ‘부천 초이스: AI 영화’는 영상, 시나리오, 사운드 영역에서 AI 기술을 창의적으로 사용해 영화 제작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작품들을 엄선해 상영한다. 350편의 작품이 출품한 가운데 장권호 감독의 ‘고해성사’ 등 11편이 선정됐다. AI 영상 전문가와 영화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들이 작품상과 기술상, 관객상까지 3개 부문을 시상한다.
한국장편영화 경쟁부문인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은 한국 장르영화의 현재와 미래의 가능성을 만나는 자리다. 서은영 감독의 ‘미망교실’ 등 8편이 선정됐다.
‘코리안 판타스틱: 단편’은 단편 영화이기에 가능한 12편의 재기 발랄한 작품이 경쟁을 벌인다. 서보형 감독, 안병래 프로듀서, 임오정 감독 등이 예심위원으로 참여했다.
배우 특별전으로는 ‘더 마스터:이병헌’이 진행된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 이름을 각인시킨 ‘한국 영화의 진정한 얼굴’ 이병헌의 대표작을 만나볼 수 있다. ‘공동경비구역 JSA’,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10편이 상영될 예정이다.
이밖에 특별 섹션으로 ‘매드맥스’, ‘아드레날린 라이드’, ‘메탈 누아르’, ‘메리 고 라운드’, ‘저 세상 패밀리’, ‘스트레인지 오마쥬’, ‘엑스라지’, ‘보디 호러: 나의 몸은 당신의 판타지다’, ‘B 마이 게스트:외유내강’, ‘김태용, 시선의 온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갈릴레오 : 실로 재미있는 천재’ 등이 마련돼 관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제2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내달 3일부터 13일까지 11일간 부천시 일대에서 개최된다.
윤기백 (gibac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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