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겠다'던 에스파(aespa)가 실험성과 대중성이라는 양극단의 벽을 허물고 있다. 이른바 '쇠 맛'으로 불리는 에스파의 음악이 가요계에 의미 있는 파장을 남기고 있다.
27일 오후 1시 싱글 '더티 워크(Dirty Work)' 발매를 앞두고 에스파의 신곡 '더티 워크' 퍼포먼스 비디오가 지난 9일 자정 베일을 벗었다. 애플과의 협업을 통해 깜짝 공개한 1분 50초 분량의 이 영상은 공개 하루 만에 에스파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1000만 뷰를 돌파하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영상에는 쫀득하면서도 나른한 카리나와 윈터의 보컬이 담겼다. 여기에 힙합 사운드가 가미, 한층 섹시한 분위기의 퍼포먼스가 더해져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후렴구만 공개됐음에도 에스파 전작들처럼 강한 중독성을 띈다.
미국과 유럽 주요 외신도 반응했다. 외신들은 '쇠 맛' 음악의 확장판이자 K팝의 경계를 한 번 더 넓힐 수 있는 컴백이 될 것이라 예견하고 있다. 영국 음악 전문지 'NME'는 '에스파는 '쇠 맛' 기반의 기계적이고 미래적인 스타일로 돌아오며, 퍼포먼스 영상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는 강한 에너지가 있다'고 표현하며 기대를 내비쳤다. 미국 음악 매체 빌보드는 '더티 워크'에 영어 버전을 수록하는 것을 두고 '미국 및 유럽 등 영어권 시장에서 스트리밍과 차트 진입을 공략하려는 의지'로 평가했다.
에스파는 지난 1월 '제39회 골든디스크어워즈' 디지털 음원 부문 대상 수상 후 진행한 백스테이지 인터뷰에서 신곡에 대해 일찌감치 스포했다. 당시 멤버들은 '쇠를 녹인 느낌' '용광로'와 같은 키워드로 신곡을 표현했다. 특히 윈터는 '이번에는 정말 선을 넘어보려 한다. 회사에도 '우리 선을 좀 넘고 싶다'고 의사를 전달했다'며 한층 과감하고 파격적인 컴백을 예고했다. 그리고 그 기대대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더티 워크' 퍼포먼스 영상을 통해 다가올 에스파의 컴백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에스파의 음악은 '쇠 맛'으로 불린다. 이는 금속성의 신스 사운드, 과감한 노이즈, 미래지향적인 EDM 요소가 결합한 독특한 음악 스타일을 일컫는다. 2020년에 발매한 데뷔곡 '블랙 맘바(Black Mamba)' '넥스트 레벨(Next Level)' '새비지(Savage)' '드라마(Drama)' '걸스(Girls)' 등은 강렬한 비트와 실험적인 구성을 통해 기존 걸그룹 음악의 틀을 과감히 벗어났다.
에스파의 이런 실험정신은 지난해 절정에 달했다. 정규 1집 활동 곡 '슈퍼노바(Supernova)'와 '아마겟돈(Armageddon)'은 아이돌 그룹이 쉽게 소화하기 어려운 사이버 펑크 장르의 음악이었다. 이어 발표한 '위플래시(Whiplash)'는 데뷔 이후 처음으로 도전하는 EDM 기반의 테크노 장르의 곡이다. 퍼포먼스도 단순하지만 파격적인 동작을 통해 곡명을 직관적이고 임팩트 있게 표현한 것이 특징이다.
주목할 점은, 이 실험적인 사운드가 단순한 컨셉트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로 음원 차트 정상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지난해 에스파는 '슈퍼노바' '아마겟돈' '위플래시'로 3연속 메가 히트에 성공했다. 그중 '슈퍼노바'는 지난해 음원 사이트 멜론 톱100 차트 10위권에 가장 오랜 기간 머문 히트곡으로 선정되며 각종 음악시상식 대상 트로피를 싹쓸이했다. 또 '아마겟돈'은 멜론 핫100 차트에서도 일간 1위를 기록했고, '위플래시'도 멜론 실시간·일간·주간 차트 모두 1위를 달성했다.
대중의 귀에 낯설 수 있는 음악을 통해 팀의 독보적인 브랜드를 구축한 에스파의 성공은 실험적인 음악 스타일로도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지난 1월 '위플래시' 뮤직비디오가 유튜브 조회수 1억 뷰를 돌파하며 '슈퍼노바' '아마겟돈' '위플래시'까지 세 곡 연속 1억 뷰를 달성하며 많은 관심을 증명했다. 또 현재까지도 '위플래시'가 음원 플랫폼 멜론 톱 100 9위(10일 오전 10시 기준), 5월 월간차트 7위에 오르며 롱런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에스파의 도전은 K팝 걸그룹 음악이 단순한 소비성 콘텐트를 넘어, 장르적으로도 확장 가능하다는 걸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는 게 아닌, 그룹 고유의 세계관과 사운드를 일관되게 구축해온 전략의 결과”라고 말했다.
과감한 사운드, 유니크한 세계관, 그리고 치밀한 기획력을 기반으로 차트 정상에 오른 에스파의 행보는 현재진행형이다. 대상급 그룹으로 발돋움한 에스파가 들려줄 새로운 음악에 많은 글로벌 음악 팬들의 기대가 향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JTBC 엔터뉴스에 '에스파는 다중우주라는 세계관 안에서 앨범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스토리라인을 기반으로 에스파만이 할 수 있고, 에스파가 제일 잘할 수 있는 음악과 컨셉트를 하는 것을 목표로 나아가는 만큼, 많은 분께서 에스파 그 자체를 독자적인 브랜드로 봐주시는 것 같다'며 '에스파는 이번 '더티 워크'로 에스파 특유의 당당하고 쿨한 매력을 선보이는 동시에, 색다른 바이브의 보컬 색을 감상할 수 있는 곡으로 또 다른 도전을 시도했다. 에스파만의 방식과 표현으로 고유의 영역을 지키면서도 또 새로운 모습으로 변주를 줄 이번 신곡에도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정하은 엔터뉴스팀 기자 jeong.haeun1@hll.kr
사진=JTBC 엔터뉴스,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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