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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애플 CEO가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서 열린 'WWDC25'에서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개발자는 모든 플랫폼에서 라이트, 다크, 틴트, 투명 모드로 렌더링되는 '리퀴드 글래스' 아이콘을 제작할 수 있다. 애플 제공

애플이 인공지능(AI) 혁신 경쟁에서 한 발 뒤처지면서 '기술 제국' 입지에 금이 가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앞세워 플랫폼 패권 다툼에 뛰어든 사이 애플은 기대를 모았던 '세계개발자회의(WWDC)25'에서도 뚜렷한 AI 전략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더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타격까지 이어지면서 애플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9일(현지시간)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본사에서 열린 WWDC25에서 12년 만에 대대적인 운영체제(OS) 개편을 발표했다. '리퀴드 글래스'로 명명한 반투명 인터페이스를 접목하고 세부적인 사용자인터페이스(UI)를 도입했다.

유리의 광학적 특성에 유동적인 감각을 결합한 형태로 주변 콘텐츠에 따라 달라지며 밝거나 어두운 환경에 맞게 적용한다. 실시간 랜더링을 사용해 거울 반사 효과로 움직임에 동적으로 반응한다. 예를 들어 알림창은 배경 화면이 가려졌던 것과 달리 반투명으로 뒷배경 화면이 그대로 살아난다.

이는 아이폰 운영체제 iOS7이 출시됐던 2013년 이후 12년 만에 이뤄진 대대적인 소프트웨어 변화다. 아이폰뿐 아니라 아이패드, 애플워치, 애플TV,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 등 애플 전 기기에 적용된다. iOS18, 아이패드OS18, 워치OS11, 비전OS2 등 제각각이었던 이름도 출시 회계연도에 맞춰 'iOS26'으로 통일한다는 방침이다.

앨런 다이 애플 휴먼 인터페이스 디자인 부사장은 "이번 소프트웨어 디자인 업데이트가 적용되는 영역은 역사상 제일 광범위하다"며 "콘텐츠나 맥락에 따라 변신하는 리퀴드 글래스는 유리의 광학적 특성에 유동적인 감각을 결합한 형태로, 애플만이 구현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디자인 개편이 스마트 안경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를 출시한 애플은 이르면 내년 자체 스마트 안경을 내놓을 것으 로 전망된다. 투명한 디자인은 외부 세계와 연계하는 확장현실(XR) 경험을 제공하는 스마트 안경에 적합할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 WWDC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지난해에는 애플의 첫 AI '애플 인텔리전스'를 발표한 것과 달리 이번 WWDC에서 눈에 띄는 AI 혁신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증시에도 영향을 끼쳤다. 주가가 1.2% 하락하며 시총 3조달러를 턱걸이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애플은 전거래일보다 1.21% 하락한 201.45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시총도 3조460억달러로 줄며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에 뒤진 3위로 밀렸다.

실제 올해 출시 예정이었던 애플 '시리' 업그레이드 버전도 이 자리에서 공개되지 않았다. 새로 추가한 AI 기능은 통화·메시지 '실시간 번역', 젠모지와 '이미지 플레이그라운드' 업그레이드, 카메라나 화면 속 사물을 인식해 정보를 제공하는 '비주얼 인텔리전스' 등에 그쳤다. 이는 구글 안드로이드나 삼성전자 '갤럭시AI' 등 기존 업체의 도입 서비스를 따라가는 데 머물렀다는 평이 나온다. 미국 빅테크 경쟁사가 AI 기술 출시와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에서 'AI 대전'에 소극적인 행보를 보인 애플에 대한 이용자들의 실망감도 커지는 모양새다.

뉴욕타임스(NYT)는 "대부분의 기술 업계가 새 AI를 기기에 탑재하고 있는 시점에 애플은 제품을 더 예쁘게 보이게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행사 자체에 큰 놀라움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애플이 언어 번역 도구와 대대적인 소프트웨어 재설계를 발표했지만, 일부 AI 업그레이드는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며 "애플의 AI 본격 복귀는 아직 멀었다"고 분석했다.

장기적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정책으로 애플의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애플은 전체 아이폰 생산 물량 해외 생산 비중을 유지해오는 만큼 관세 충격이 고스란히 제품 가격과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관세 여파로 올해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율이 4.2%에서 1.9%로 줄어들 것으로 관측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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