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하수기반 감염병 감시 주간분석 보고’
바이러스 농도 2주 연속 증가…“재유행 초기 신호”
고위험군 이달 말까지 백신 무료 접종…물량 부족 지적도
전국 17개 시·도별 하수처리장 (99개소) 기반 감염병 감시 현황./질병관리청
지역사회 감염병 유행 징후를 조기에 포착하는 생활하수 감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 농도가 2주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태국, 싱가포르 등 인접 국가에서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재유행 가능성이 제기된다.
질병관리청이 최근 발표한 ‘제22주차(5월 25~31일) 하수기반 감염병 감시 주간분석 보고’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 농도는 3주 이동평균 기준으로 전주 대비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보고서는 전국 17개 시·도 하수처리장 99곳에서 채취된 시료를 분석한 결과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농도는 지난 4월 초(14주차) 최고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이어오다가, 21주차(5월 18~24일)부터 반등하며 2주 연속 상승했다. 이를 두고 지역사회 내 바이러스 확산이 다시 시작될 조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하수 감시는 실제 환자 수보다 앞서 지역 내 유행 상황을 보여주는 간접 지표”라며 “주변국처럼 바닥을 찍고 다시 상승하는 흐름은 재유행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코로나19 대유행기에 하수도 침전물을 분석하면 인구 밀집 지역에서 언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할지 일주일 전에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미국 예일대 연구진은 지난 2020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러지’에 “인구 20만 명의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시에서 10주간 하수 침전물에서 나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 물질(RNA) 양을 분석한 결과, 나중에 코로나 검사로 나타난 확진자 증가 추세를 일주일 정도 앞서 예측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재갑 교수는 “정확한 추세는 이번 주 금요일 발표될 23주차(6월 1~7일) 데이터를 봐야겠지만, 지금은 고위험군이 백신 접종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현재 65세 이상 고령자뿐 아니라 생후 6개월 이상 면역저하자, 감염취약시설 입원·입소자는 이달 30일까지 코로나19 백신을 무료 접종할 수 있다. 일반인은 비용을 부담하면 접종이 가능하다.
다만 문제는 접종 수요에 비해 백신 물량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가 보유한 백신 재고는 약 85만명분에 불과하다. 이 교수는 “고위험군 중 미접종자가 약 500만명인데, 정부가 비축한 백신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의료 현장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서 유행 중인 코로나19 변이는 LP.8.1과 NB.1.8.1이다. 정부는 이보다 앞서 유행한 JN.1 변이 대응 백신을 접종하고 있으며, JN.1 백신이 새 변이에도 일정 수준의 예방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LP.8.1을 비롯한 새로운 변이형에 맞춘 백신은 올가을 도입할 예정이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인접국에서 코로나19가 증가하고 있어 다가오는 여름철 국내 유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중국, 태국, 싱가포르로 여행할 예정인 고위험군은 출국 전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고 했다.
참고 자료
감염병포털, https://dportal.kdca.go.kr/pot/bbs/BD_selectBbs.do?q_bbsSn=1010&q_bbsDocNo=20250605130532613&q_clsfNo=4
Nature Biotechnology(2020), DOI:. https://doi.org/10.1038/s41587-020-0684-z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