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웹툰 종주국 '20년' (下)
[편집자주] 한국의 원조 콘텐츠 '웹툰' 산업이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웹툰은 웹+카툰을 더한말로 해외에선 웹코믹스라 불린다. 웹툰의 인기는 드라마, 게임, 영화 등 다양한 K콘텐츠의 핵심 IP로 떠올랐다. 한류 바탕이 된 웹툰 생태계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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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오가 전부 아냐"…틈새로 시작, 글로벌 넘보는 중소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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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이용하는 웹툰 플랫폼(1+2+3순위)/그래픽=이지혜
웹툰 플랫폼 시장에서 네이버와 카카오 계열 플랫폼의 위상이 공고하지만 벤처·스타트업들이 운영하는 중소 플랫폼들도 빅테크 계열 플랫폼이 제공하지 않는 장르물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약진하고 있다.
29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4 만화산업백서'에 따르면 웹툰 이용자들이 주로 이용한다고 꼽은 서비스(1+2+3순위)는 △네이버웹툰 87.1% △카카오페이지 37.6% △네이버시리즈 27.6% △인스타그램 20.9% △카카오웹툰 20.8% 등 1위부터 5위까지가 모두 빅테크 계열 플랫폼으로 조사됐다.
중소 플랫폼들도 존재감을 보여준다. 레진코믹스가 9.5%로 6위, 탑툰이 8.8%로 7위를 기록하며 빅테크 플랫폼을 뒤쫓고 있다. 두 플랫폼은 각각 키다리스튜디오의 자회사인 레진엔터테인먼트와 탑코미디어가 운영한다. 콘진원은 백서에서 "레진코믹스, 탑툰 등은 2021년부터 꾸준히 순위에서 사라지지 않는 웹툰 서비스"라고 적었다.
◇'성인용 웹툰'으로 틈새 공략…CP 역할도 겸해
두 기업의 특징은 빅테크 플랫폼이 제공하지 않는 성인웹툰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성적 묘사 수위가 높은 웹툰이나 동성애물 등이 대표적이다. 레진코믹스는 다양한 장르의 성인웹툰을, 탑툰은 남성향 성인웹툰에 집중한다. 키다리스튜디오는 레진코믹스 외에 여성향 웹툰 플랫폼 '봄툰'을 운영한다.
이들이 성인웹툰에 특화된 것은 빅테크가 점유한 웹툰 플랫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다. 레진코믹스와 탑툰이 출범한 2013년과 2014년에도 웹툰 시장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 포털사이트들의 점유율이 상당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빅테크가 시장에 공고한 점유율을 차지한 상태에서 틈새시장을 공략해 이만큼 성장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웹툰을 공급하는 플랫폼이면서 동시에 웹툰 제작·기획·유통을 관리하는 제작사(CP)의 역할도 겸한다. 이에 제작한 웹툰을 자사 플랫폼 외 다른 플랫폼에 공급하기도 하고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드라마, 영화 등 다른 콘텐츠로 활용하는 OSMU(원소스멀티유즈) 전략을 사용하며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그밖에 리디(3.6%), 투믹스(3.6%), 포스타입(1.5%) 등 스타트업들이 웹툰 플랫폼을 이용한다는 응답도 1% 이상을 꾸준히 기록한다. 특히 리디의 경우 웹소설·웹툰을 동시에 제공하며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고, 포스타입의 경우 누구나 웹툰을 올릴 수 있는 오픈플랫폼으로 서비스를 차별화했다.
◇레드오션 한국 대신 해외 공략하는 웹툰 스타트업
특히 중소 웹툰플랫폼들은 최근들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다. 국내 시장이 네이버, 카카오 등의 영향력이 공고한 만큼, 블루오션인 해외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해외에서 웹툰이 이제 성장세에 들어선 만큼, CP의 역할을 겸하는 게 이들의 무기가 되고 있다. CP로서 현지에 특화한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 플랫폼 영향력을 높여가는 방식이다.
레진코믹스는 미국, 일본, 프랑스 태국, 캐나다에서 서비스한다. 모회사인 키다리스튜디오도 프랑스 웹툰플랫폼 '델리툰'을 인수하고 일본에 여성향 웹툰 플랫폼 '벨툰'을 출시하며 시장을 성장시키고 있다. 키다리스튜디오는 지난해 연결 매출액이 2052억원으로 전년대비 20% 늘었는데 "일본, 미주, 유럽 플랫폼의 성장과 수익성 개선, 일본 내 콘텐츠 유통 확대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탑툰은 일본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탑코미디어는 2022년 7월 일본에 '탑코 재팬'을 오픈해 올해 초 누적 가입자수 400만명을 기록했다. 채윤석 기업리서치센터 연구원은 "탑코미디어는 일본에 자체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일본의 문화와 정서를 반영하면서도 자체 작품 제작 노하우를 적용해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며 "콘텐츠 경쟁력이 성장을 견인하는 주요 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리디도 글로벌에서 활약하고 있다. 리디는 글로벌 웹툰 플랫폼 '만타'를 통해 170여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리디는 글로벌 성과를 중심으로 지난해 12월 기준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리디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332억원으로 전년 대비 3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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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프랑스 공략 가속화…한국의 디즈니·넷플릭스가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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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수 웹툰엔터테인먼트 CSO. 2025.05.28./사진=네이버웹툰
웹툰의 글로벌 콘텐츠화에 첨병 역할을 하는 회사가 있다. 네이버의 자회사로 지난해 6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웹툰엔터테인먼트(이하 웹툰엔터)'다. 현재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휩쓰는 K콘텐츠의 절반 이상이 웹툰에서 시작됐고, 그 핵심에 웹툰엔터가 있다.
웹툰엔터의 브레인 김용수 CSO(최고전략책임자)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웹툰이 아시아를 넘어 서구권 주류 콘텐츠로 자리잡게 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웹툰의 글로벌화를 위해 현지에서 창작된 강력한 IP(지식재산권)를 유치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김 CSO는 "미국, 프랑스 등 비아시아 시장에서의 규모 있는 성장이 현재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미국과 프랑스 등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MAU(월간활성이용자수)를 보유했으나 인구 대비 침투율은 아직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 프랑스는 최근 NHN과 카카오가 잇따라 웹툰 사업을 철수하는 등 공략이 쉽지 않다. 이에 웹툰엔터는 현지화 전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그는 "현지에 잘 알려진 IP와 협업해 콘텐츠 라인업을 확장하는 한편, 대규모 사용자 확보가 가능한 채널을 찾아 웹툰을 소개하고 콘텐츠를 경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에서 성공했던 영상화 전략을 해외에서도 펼치겠다는 것이다.
김 CSO는 또 다른 핵심 전략으로 플랫폼의 글로벌 최적화를 꼽았다. 그는 "지난해 4분기부터 글로벌 앱 전면 개편에 들어갔고 올해 상반기에는 순차적으로 주요 업데이트를 공개했다"면서 "북미를 중심으로 단순히 웹툰을 읽는 앱이 아니라 스트리밍 플랫폼처럼 콘텐츠를 탐색하고 몰입하는 앱으로 진화시키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2022년 네이버웹툰에 합류한 김 CSO는 "창작자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더 많은 콘텐츠가 나올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서 매력을 느꼈다"면서 "이 생태계가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 전반에 구축돼 있다는 점에서 큰 가능성을 봤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3년 간 웹툰엔터테인먼트의 IP 비즈니스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는 '로어 올림푸스'를 꼽았다. 아마추어 작가 발굴 플랫폼인 '캔버스'를 통해 등장한 이 작품은 영어 웹툰 플랫폼에서 줄곧 1위를 기록했고 글로벌 조회수는 17억회를 넘겼다. '만화계의 아카데미'로 불리는 미국 윌 아이스너 어워드와 하비 어워드, 링고 어워드 등 주요 만화상도 3년 연속 수상했다. 현재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중이다.
웹툰엔터의 주가가 다소 지지부진하지만 이는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성장에 초점을 맞춘 여파라고 설명했다. 김 CSO는 "웹툰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선순환 구조를 안착시키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아직 진출하지 않은 시장으로 확장 가능성, 글로벌 광고 시장에서의 기회, 인기 IP의 글로벌 확장 등 여러 가지 성장 가능성을 본다"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로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디즈니, 넷플릭스, 슈에이샤처럼 세계적인 콘텐츠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이 목표"라며 "웹툰이라는 포맷이 글로벌 스토리텔링 산업의 중심에 당당하게 서도록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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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웹툰 패권' 안 내준다…AI부터 저작권까지 전폭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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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윤선정 디자인기자
정부가 우리 웹툰을 차세대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속도를 낸다. 산업·수출 규모를 2배 이상 확대하고 대형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일본 망가와 미국 코믹스 등 세계적 수준의 콘텐츠와 어깨를 견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진다.
28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정부와 유관기관은 2027년 산업 규모 4조원, 수출 규모 3조 4000억원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원 규모와 사업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목표치는 지난해 웹툰 시장(2조 1980억원)의 약 2배에 달하는 규모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수렴해 IP 경쟁력 강화를 돕고 교육 과정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문체부 장·차관의 웹툰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지난해 '만화·웹툰 산업 발전 방향'을 발표하고 세계적 수준의 웹툰 플랫폼을 키우겠다는 계획을 공개하고, "(웹툰 발전을 위해)문체부가 가용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겠다"고 말했다. 용호성 문체부 1차관도 지난달 '애니메이션 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통해 2029년까지 1500억원 규모의 특화 펀드를 구성하겠다는 방안을 밝혔다.
AI(인공지능) 기반의 제작 지원도 확대한다. AI를 활용하면 신인 작가들의 진입이 용이해질뿐만 아니라 보다 효율적인 작업이 가능하다. 지난 22일에는 AI 기술로 웹툰 등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업과 창작자에 추경예산 165억원을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3~5월 본예산(80억원)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연내 AI 콘텐츠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새 제도 마련을 목표로 관련 준비에도 속도를 낸다.
지속 추진 중인 해외 진출 지원 사업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문체부는 올해부터 중화권과 동남아의 주요 애니메이션 마켓에 한국공동관을 설치하고, 번역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요 플랫폼이 해외 진출을 늘리는 추세여서 주요 언어의 번역이나 홍보 등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국제 행사나 현지 채널 홍보에서 정부 차원의 지원은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콘진원에 따르면 불법 복제로 인한 웹툰산업의 피해는 연간 4465억원(2023년 기준)에 달하며, 해외에서 불법으로 유통되는 우리 콘텐츠 중 약 70% 이상이 웹툰이다. 문체부는 전담 신고창구를 만들고 수사에 착수하는 한편 웹콘텐츠에 적합한 표준식별체계(UCI) 도입을 추진 중이다. 불법 유통 방지는 물론 효율적인 저작권료 정산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문체부 관계자는 "올해 웹툰·웹소설 부문의 창작자, 업계 관계자들과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해 시스템을 보완해 나가고 있다"며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국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석용 기자 gohsyng@mt.co.kr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오진영 기자 jahiyoun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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