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웹툰 종주국 '20년' (上)
[편집자주] 한국의 원조 콘텐츠 '웹툰' 산업이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웹툰은 웹+카툰을 더한말로 해외에선 웹코믹스라 불린다. 웹툰의 인기는 드라마, 게임, 영화 등 다양한 K콘텐츠의 핵심 IP로 떠올랐다. 한류 바탕이 된 웹툰 생태계를 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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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20만원→수천억 매출 대박…조석 "웹툰으로 먹고 살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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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 작가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예전엔 웹툰 그려서 돈 벌 생각을 못했어요. 유명해지면 바이럴 광고를 하든지 책 내서 돈 벌어야겠다고 생각했죠. 고료 대신 5만원짜리 문화상품권 비슷한 쿠폰을 받은 적도 있어요. 이제는 웹툰만 그려서 먹고 살수 있다는게 대단한 것 같아요."
지난 26일 한국 1세대 웹툰 작가인 조석 '마음의 소리' 작가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2006년 9월 '마음의 소리' 연재를 네이버에서 시작한 후 벌써 19년째 네이버웹툰과 동고동락하는 사이다. 웹툰이 한국 고유의 디지털 만화를 일컫는 용어가 된지 20년, 그는 초기 '웹툰'이라는 단어조차 낯설던 시절부터 웹툰 산업에 몸 담았다.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연재하던 만화가 입소문을 탄 것이 계기가 돼 정식 웹툰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웹툰 1세대, 웹툰 대중화를 이끈 주역으로 네이버웹툰을 그가 키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마음의 소리'에서 언급한 단어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차도남' 등의 유행어가 탄생할 정도의 파급력을 지녔다. 최장수, 최고 인기 만화 타이틀을 동시에 보유했다.
현재 국내 웹툰 시장은 연매출 2조원 규모의 어엿한 산업으로 성장했다. 플랫폼에만 웹툰을 연재해도 평균 연봉 6000만원을 넘게 받는 시대다. 그러나 초창기엔 작가 월급 20만원 수준에, 때론 현금 대신 대용품을 받을 정도로 열악했다. 그가 맡았던 네이버 화요 웹툰은 작가가 2명이었는데, 다른 사람이 연재 도중 잠적해 한달 간 혼자 연재하기도 했다. 이제는 요일별 각기 다른 100여명의 작가가 웹툰을 연재한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힘들었지만 '판을 키운다'는 사명감과 즐거움으로 버텼던 시절이라고 그는 회상했다. 조 작가는 "초반에 작가들끼리 의기투합해서 여행가고 여행 웹툰을 그리기도 했다"면서 "고료가 따로 나오지 않았지만, 반응이 좋아 그것만으로 신이 났다"고 말했다.
◇웹툰 작가, 부와 명예를 얻는 선망의 직업…중국에서 영화화돼 수천억원대 매출 올려
조석 작가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네이버웹툰이 웹툰을 한국식 디지털 만화를 일컫는 용어로 공식화하며 시장을 공격적으로 확장한 지 20년, 웹툰은 K콘텐츠의 핵심 축이 됐다. 흥행한 웹툰은 드라마, 게임, 영화로 변신해 전 세계를 누빈다. 웹툰 작가는 부와 명예를 얻는 선망의 직업이 됐다.
"20년 전만해도 웹툰은 만화학과에 그림 제일 못그리는 애들이 했고 잘 하는 애들은 게임회사 일러스트레이터로 갔거든요. 요새는 제일 잘하는 친구들이 웹툰 작가가 되고 싶어해요. 그때 인기를 실감해요."
조석 작가 역시 그의 웹툰 '문유'가 중국에서 영화화돼 수천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경험을 했다. 대표작 '마음의 소리'도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으로 형태를 바꿔가며 새 생명을 얻는다. "웹툰이 명예와 수익을 가져다주는 시대가 됐어요. 이제는 만화 자체로 가치가 생기고, 웹툰만 잘 그려도 충분히 먹고 살죠."
다작을 했지만 초기작인 '마음의 소리'는 지금도 그의 곁을 지킨다. 2020년 시즌1 마무리 후 3년을 쉬었다. 그리고 시즌2를 시작한지 다시 2년이 흘렀다. 십수년을 연재하다보니 창작의 고통은 필연적이다.
"50화 넘어서면서부터 헛구역질까지 할 정도로 괴로웠고 (시즌1 마무리할 때) '평생 개그만화는 안 그리겠다'고 다짐할 정도였어요. 그런데 막상 쉬어보니 복을 걷어 찼구나 싶더라고요." 한결같은 독자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했다. "마음의 소리는 '조석 뭐하고 사나' 싶어서 정으로 봐주는 독자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빼어나진 않아도 오래 연재하고 싶어요."
의외로 '마음의 소리'는 최애 작품이 아니다. 조 작가는 "'마음의 소리'는 제 잘난 부분만 모은, 행운과도 같은 존재에요. 힘들 때 '도와줘!' 요청하기도 하고, 때론 다른 만화가 잘 안되면 얘가 옆에서 비웃는 느낌도 들어요."라고 말했다. 오히려 흥행하지 못한 웹툰에 더 마음이 쓰인다고. "예전에 모 선배가 꿈에서 실패한 만화 캐릭터들을 만나 일일이 사과했다고 하던데 이해가 가요."
◇"챗GPT, 웹툰 작가 대체 우려 보단 웹툰 퀄리티 향상에 도움"
조석 작가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화제를 바꿔 챗GPT 이야길 꺼냈다. AI(인공지능)가 웹툰 작가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그는 '기우'라면서 "흐름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의외의 답변을 내놨다. "웹툰도 '종이 아니면 만화가 망한다'는 식의 거센 저항을 겪으며 받아들여지기까지 20년이 걸렸어요. AI가 오타 수정, 이야기 개선 등 웹툰 퀄리티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작권 문제 같은 것이 생길 수 있지만, 아예 사용을 금지하기보단 웹툰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끌고 가면 돼요. 파도가 오는데 몸으로 막을 순 없죠."
웹툰 플랫폼이 네이버·카카오로 고착화되면서 장르가 획일화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맞기도 틀리기도 하다"고 답했다. "'마음의 소리'가 '일상툰', '개그툰' 장르를 개척했다고 생각하시는데 흥행 정도의 차이일 뿐 그때 유행이었다"며 "시대에 따라 인기 장르가 달라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웹툰 작가 데뷔를 희망하는 후배들에겐 "겁내지 말고, 흔들리지 마라"는 묵직한 조언을 남겼다. 물론 올해 웹툰 작가 19년째인 그도 여전히 댓글 수나 내용에 일희일비한다. "내 만화가 중국에서 영화화될 때보다 독자 반응에 더 두근거려요 . 그런데 독자들은 그냥 하는 말일 수 있거든요. 남들 말에 휘둘리거나 겁먹는 순간 내 가능성, 특별한 면들이 하나씩 없어질 수 있어요."
무엇보다 웹툰 산업 발전을 위한 시각 개선을 당부했다. "한국 만화는 돌이켜보면 항상 힘들었어요. 게임이랑 만화는 무슨 일만 있으면 문제아 취급을 당합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한국 만화를 보게 한다는 건 엄청난 일이거든요. 한 걸음씩 가도록 응원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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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으로 슥슥, 이젠 일본도 따라해"…K 수식어 필요 없는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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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웹툰산업 규모/그래픽=윤선정
대한민국은 웹툰 종주국이다. 빠른 인터넷과 스마트폰 보급이 전에 없던 콘텐츠 '웹툰'을 만들어냈다. 웹툰은 스마트폰 화면에 최적화된 세로로 긴 형태의 디지털 만화로, 한국 고유의 장르가 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웹툰산업 매출액 규모는 2조1890억원으로 첫 2조원 시대를 열었다. 매년 성장률도 두 자릿수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위상도 높다. 지난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을 통해 큰 인기를 끈 K드라마, 영화의 절반 이상이 웹툰 원작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지옥', '스위트홈' 등이 모두 웹툰 원작이고, '나 혼자만 레벨업'은 아시아를 넘어 북미, 유럽에서도 큰 인기를 끌면서 '웹툰'을 세계인의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2000년대 초반, 초고속 인터넷망 개설과 함께 웹툰 개화…단어, 누가 만들었지?
웹툰의 역사/그래픽=김지영
웹툰의 역사는 길지 않다. 1990년대 만화책, 스포츠신문 등 출판물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가로 형태의 만화를 2000년대 초반 세로형으로 바꿔 온라인·모바일에서 유통한 것이 시작이다. 초고속 인터넷망 개설과 함께 라이코스, 야후, 다음, 파란, 네이버 등 검색 플랫폼이 앞다퉈 온라인 상에 만화를 연재했다.
조석(네이버), 강풀(다음)로 대표되는 젊은 창작자들이 출판 만화에서 찾기 힘든 B급 감성 콘텐츠로 독자들과 실시간 소통하며 웹툰 문화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버스나, 출퇴근 시간 만원 지하철 안에서도 손가락 하나면 쉽게 읽을 수 있어 청소년이 아닌 모든 남녀노소를 만화 읽기의 주체로 끌어냈다. 출판 만화의 몰락과 함께 사장되는 듯했던 한국 만화도 웹툰 덕에 새 생명을 얻었다.
웹툰은 인터넷(Web)과 만화(Cartoon)라는 단어를 조합한 말이다. 어원은 불분명하다. 2000년, 천리안이 먼저 웹툰 코너를 마련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지금은 사라진 인터넷만화방송사이트에서 1999년 먼저 사용했다는 보도도 있다.
현재 웹툰 플랫폼 양대 산맥은 카카오(다음)와 네이버웹툰이다. 다음 만화속 세상이 2003년 세로 스크롤 형태의 디지털 만화를 처음 선보였다. 그리고 2005년 네이버웹툰이 합류하면서 한국 웹툰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다. 네이버웹툰은 가장 빠르게 해외 시장에 진출, '웹툰'이라는 단어가 한국 디지털 만화를 일컫는 고유명사가 되도록 이끌었고, 국내에선 요일제 웹툰을 도입했다.
◇네이버웹툰, 일본어·영어 서비스로 '웹툰' 세계화 기여…지난해 나스닥 상장
세계 만화 시장에서 앞서갔던 일본과 미국, 프랑스 등도 디지털 만화를 선보였다. 그러나 만화책 사진을 찍어 웹에 올린 수준으로 조악했다. 그 틈새를 네이버웹툰이 잘 파고들었다. 네이버웹툰은 2013년과 2014년 각각 일본어와 영어 서비스를 선보이고 2016년 웹툰 엔터테인먼트(이하 웹툰엔터)를 미국에 설립, 한국의 웹툰 종주국 입지를 다졌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만화책 스캔본인 '웹 코믹스'와 다른, 세로 스크롤 형태의 '웹툰'이 한국 고유 장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일본 '망가'에 대응하는 개념이다. K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일부는 'K웹툰'이라는 표현을 쓰지만 잘못된 표현이다. 웹툰 자체가 한국 고유의 디지털 만화 콘텐츠를 의미하기 때문에 'K' 수식어가 붙을 필요가 없다. 한국 대중가요는 'K팝'이지만 미국은 그냥 '팝'인 것과 같다.
네이버웹툰은 이어 2021년 글로벌 IP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왓패드'를 인수하고 지난해에는 웹툰 엔터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이후 '여신강림', '지금 우리 학교는', '지옥', '스위트홈' 등 다양한 웹툰의 드라마화와 해외 공략에 힘썼다.
다음은 2003년 '만화 속 세상'을 론칭해 네이버웹툰보다 빨랐다. 다만 당시에는 웹툰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모바일 앱을 출시하면서 '웹툰'이라는 명칭을 쓰기 시작, 2015년 '다음웹툰'으로 브랜드를 통일했다. 현재는 카카오웹툰이다.
카카오는 현재 국내에서는 카카오웹툰(옛 다음 만화 속 세상)과 카카오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일본에는 카카오 픽코마, 북미에는 웹소설 기업 래디쉬 미디어와 합병한 타파스 엔터테인먼트, 동남아는 지역별로 개별 플랫폼이 있다. '무빙', '경이로운 소문', '사내맞선' 등이 글로벌 OTT에서 드라마화됐고 '나 혼자만 레벨업'은 미국서 큰 인기를 누렸다.
양지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만화의 모바일화는 일본도 했는데 세로 스크롤 방식은 한국이 최초"라며 "이제는 일본이 한국을 따라 해 세로 스크롤 방식으로 만화를 연재하고 '기다리면 무료' 등 비즈니스 모델도 따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웹툰의 세계화를 위해 네이버웹툰의 해외 아마추어 작가 등용문 '캔버스'처럼 현지 IP(지식재산권) 발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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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에서 게임까지"…K콘텐츠 글로벌 성공 비결은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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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형태로 확장되는 웹툰 IP/그래픽=윤선정
"애니메이션 출시를 요청하는 첫 청원을 쓰게 될 정도로 이 만화에 매료됐습니다. 이 작품은 거의 모든 사람이 사랑할 겁니다."
2019년 1월 국제 청원사이트 체인지닷오알지에 카카오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이하 나혼렙)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작성지는 몰도바. 21만명에 달하는 글로벌 팬이 이 청원에 서명했다. 나혼렙은 전 세계 누적 143억뷰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에서 큰 성공을 거둔 웹툰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나혼렙 IP(지식재산권)를 기반으로 제작한 애니메이션은 지난달 25일 '크런치롤 애니메이션 어워즈 2025'에서 최고상 '올해의 애니메이션' 등 9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국 IP 기반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최초 최고상 수상, 최다 부문 수상이다. 이외에도 나혼렙 IP로 제작한 게임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도 글로벌 21개국 매출 1위, 글로벌 105개국 매출 톱 10 등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7월, 한국에서 핫한 건 다 모여든다는 서울 '더현대'에서 나혼렙 팝업스토어가 열리기도 했다.
20주년을 맞은 웹툰은 이제 한국 콘텐츠 산업의 한 축이 됐다. 동명의 네이버웹툰을 기반으로 제작된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는 지난 1월 공개 후 글로벌 비영어권 TV쇼 부문 시청 시간 1위를 기록했다. 네이버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이 원작인 넷플릭스 시리즈 '더 에이트 쇼'는 같은 부문 1위, 동명의 카카오웹툰이 원작인 '악연'은 2위를 기록했다.
K 콘텐츠의 글로벌 선전에는 웹툰의 해외 진출이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한국 만화·웹툰 산업 수출액은 2020년 6271만달러에서 2022년 1억714만달러까지 70.8% 증가했다. 2023년 상반기에는 8985만 달러로 반년 만에 전년 연간 수출액의 84%를 넘어섰다. 전체적인 웹툰 작품 수준이 상향 평준화된 덕이다. 웹툰 업계 관계자는 "웹툰의 글로벌 진출로 웹툰 IP에 친숙한 글로벌 시청자가 늘어난 덕분에 드라마 진입장벽이 낮다"며 "좋은 각본을 쓰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이미 검증된 원작 스토리가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웹툰 플랫폼 양대 산맥은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AI도 탑재
웹툰 플랫폼 양대 산맥인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는 웹툰 산업 전반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연재직행열차'와 '독자PICK' 등 데뷔 시스템을 신설했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웹툰 신작 수는 400개로 전년(349개) 대비 14.6% 증가했다. 네이버웹툰은 지난해 베스트도전과 지상최대공모전을 통해 발굴한 정식 연재 작품 수가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고 밝혔다.
카카오엔터는 오프라인 행사를 적극적으로 개최한다. 카카오엔터는 2023년 5월 더 현대에서 '데뷔 못하는 죽는 병 걸림' 팝업스토어를 개최했다. 당시 약 2주간 총 1만5000여명이 방문해 1인당 평균 50만원의 팝업 굿즈를 구매했다. 오픈 첫날인 11일에는 '오픈런'을 위해 2000여명의 인파가 입구에 몰려 기다리기도 했다.
AI 기술도 도입한다. 네이버웹툰은 특정 작가 그림체의 캐리커처로 사진을 바꿔주는 '웹툰 캐리커처', 만화 속 주인공과 1대1 대화를 나누는 '캐릭터챗' 등을 선보였다. 캐릭터챗은 지난해 6월 출시 후 평균 접속자 수 335만명 이상, 메시지 7000만건 이상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인기다. 이외에도 네이버 웹툰은 'AI 큐레이터'로 이용자 취향을 고려한 작품을 추천하고 있다.
카카오엔터도 '헬릭스 푸시', '헬릭스 큐레이션' 등 AI 추천 시스템을 출시했다. 카카오 엔터는 헬릭스 큐레이션 적용 첫날 거래액이 전일 대비 150% 증가했다고 밝혔다. 처음 론칭한 지난해 4월29일~8월1일 헬릭스 큐레이션 적용 그룹의 추천 탭과 웹툰 탭, 웹소설 탭 클릭률도 비적용그룹보다 각각 96%, 42%, 138% 높았다.
김정환 고려대 글로벌엔터테인먼트학부 교수는 "웹툰 원작 영화·드라마 등이 글로벌에서 성공하는 건 다양한 취향의 소비자가 플랫폼에 모이면서 수준 높은 이야기를 확보했기 때문"이라며 "지금처럼 현지에 웹툰 플랫폼을 구축해 재미있는 이야기가 모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면 글로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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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그리면 밥 굶어" 그 말 뒤집고 잭팟…20주년 웹툰 산업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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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웹툰 산업의 명과 암/그래픽=김지영
웹툰 업계에서는 네이버웹툰의 등장으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을 만화의 양지화로 꼽는다. 초창기 만화가 일부 덕후들이 즐기던 문화였다면 웹툰은 전 국민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라는 취지다. 웹툰의 등장으로 배고픈 직업이라던 만화가에 대한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 6월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하며 SEC(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 소속 수익 상위 1~100위 작가의 2023년도 연평균 수익은 100만달러(약 14억원)에 달했다. 같은 해 연 수입이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인 작가 수는 483명이고 네이버웹툰, 라인망가 등 웹툰엔터테인먼트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작가의 연 평균 수입은 4만8000달러(약 6565만원)로 나타났다.
웹툰 산업 전반적으로도 상황은 나아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4 웹툰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웹툰 작가의 연 평균 수입은 4268만원으로 나타났다. 웹툰 산업 매출액 규모는 2조1890억원으로 전년 대비 19.7% 증가했다. 작가 중에서는 연평균 3000만~5000만원의 수입을 거두는 작가가 39.3%로 가장 많았고 5000만원 이상 수입을 거두는 작가가 24.7%로 뒤를 이었다.
작가의 꿈을 이루기도 전보다 쉬워졌다. 과거에는 직접 그린 원고를 들고 출판사를 찾아다니거나 기성 작가 밑에 문하생으로 들어가 수련받았어야 했다면 지금은 누구나 온라인 플랫폼에 작품을 올려 독자로부터 평가를 받아볼 수 있다. 네이버웹툰의 경우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은 직접 연재 계약을 체결해 정식 연재를 지원한다.
웹툰 산업이 이처럼 활발해지면서 과거에는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던 플랫폼과 작가 간 계약도 표준화됐다. 웹툰뿐만 아니라 웹툰을 기반으로 한 영화, 드라마, 굿즈 등 IP(지식재산권) 비즈니스가 활발해지면서 네이버웹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플랫폼과의 계약에는 2차 저작물 저작권 관련 내용까지 담겼다. 과거 도제식으로 일했던 보조작가도 최근 표준계약서로 권리를 보호받는다.
◇'장르 획일화' '불법유통' 등 어두운 면도 부각
이처럼 웹툰 산업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가운데 어두운 면도 서서히 부각하고 있다. 네이버웹툰 등 플랫폼의 등장으로 가장 두드러진 점은 장르 획일화다. 이는 최근 웹툰 업계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작가들이 플랫폼 정식 연재 및 IP 비즈니스를 염두에 두고 작품을 그려 웹툰이 특정 장르에 치우치고 있다. KDI(한국개발연구원)가 네이버웹툰 장르를 분석한 결과 △로맨스 △판타지 △드라마 장르가 전체의 69.7%를 차지했다.
또 다른 문제는 불법 유통이다. 종이책에 비해 복제가 쉽고 웹툰은 무료라는 인식이 퍼져있어 불법 유통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콘진원에 따르면 2023년 웹툰 불법복제로 인한 피해 규모는 약 4465억원이다. 웹툰 독자 중 20.4%가 불법 유통 콘텐츠를 접했다고 응답했다. '2023 웹툰 작가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 54.6%가 '저작권 침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서범강 만화웹툰협회총연합 회장은 "네이버나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이 생기면서 트렌디하고 유행하는 장르에 편중되는 현상이 생긴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플랫폼도 더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독자에게 다가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작가나 스튜디오도 여러 장르의 작품을 그릴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인기 작가가 웹툰 산업을 견인해 나가는 것도 좋은 현상이지만 웹툰 산업이 계속 성장하려면 중간 지대가 더욱 확대돼야 한다"면서 "상중하 구조를 없애기는 힘들지만 중간 지대를 폭넓게 확보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이찬종 기자 coldbell@mt.co.kr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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