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내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 및 연평균 수익률 추이/그래픽=윤선정
퇴직연금의 패러다임이 저축에서 투자로 바뀌고 있다. 세액공제 등 각종 세제혜택에 더해 금융회사들도 미국주식 위주로 수익률이 높은 상품을 선보이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진다. 투자 중심의 퇴직연금 문화가 정착되면 수익률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란 분석이다.
10일 고용노동부와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431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2.9% 증가했다. 퇴직연금은 매년 10%초중반대 증가율을 기록하며 가파르게 성장하는 중이다. 2019년 221조2000억원이던 적립금은 5년만에 약 2배로 늘어났다.
눈 여겨 볼 지점은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처럼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매년 증가 추세라는 점이다. 지난해 실적배당형 적립금은 75조2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3.3% 급증했다. 전체 적립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전년 대비 4.7%포인트(p) 상승한 17.5%를 기록했다.
10년 전인 2015년 실적배당형 비중은 6.9%에 불과했지만 2019년 10.4%로 처음 두자릿수 비중을 기록한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적배당형 적립금은 10년 전 8조7000억원 대비 8.6배 불어났다.
퇴직연금은 운용방법에 따라 원리금보장형과 실적배당형으로 나뉘는데 그 동안 대부분 가입자들은 원리금보장형을 선택해 왔다.
퇴직 시점의 급여에 따라 퇴직금이 정해지는 확정급여형(DB형) 비중이 높았던 영향도 있지만 직접 운용이 가능한 확정기여형(DC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경우에도 90% 이상이 원리금보장형이었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안정지향적 성향과 퇴직연금에 대한 무관심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저금리 기조의 영향으로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수익률은 연 1~2%에 그쳤고 퇴직연금 전체 수익률도 연 평균 2%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실적배당형 상품 비중이 늘어나면서 수익률도 4~5%대로 개선되는 추세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이 주로 투자한 실적배당형 상품들은 대부분 두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투자가 가장 많았던 ETF는 미국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었다. 1조9000억원의 적립금이 투자됐으며 지난해 수익률은 41.64%를 기록했다.
이어 적립금 투자 상위에 오른 ETF의 수익률은 △미국나스닥100 44.31% △미국테크TOP10 INDXX 73.43% △미국S&P500TR 44.03% 등으로 나타났다.
공모펀드 중에서는 빅테크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글로벌테크놀로지펀드에 가장 많은 1조3000억원의 적립금이 투자됐으며 지난해 수익률은 18.5%를 기록했다. 생애주기형 상품인 전략배분TDF2045와 전략배분TDF2025에는 각각 1조원, 9000억원의 적립금이 투자됐다. 지난해 수익률은 각각 18.11%, 10.73%였다.
투자중개형 가입이 가능한 증권사 IRP의 경우 수익률 상위 10% 가입자들의 지난해 평균 수익률은 29.4%를 기록했다. 이들은 실적배당형 비중이 92%에 달했다.
퇴직연금 계좌는 각종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관심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IRP의 경우 납입액 연 900만원 한도로 13.2~16.5%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간 총 급여가 5500만원 이하 가입자가 IRP에 900만원을 납입했다면 연말정산에서 148만5000원을 공제 받는다. 공제를 통해 확정된 세액이 세금 납부액보다 작으면 그 차액 만큼 환급을 받을 수 있다.
IRP는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 이연과 연금 수령시 저율 과세 혜택도 적용된다. IRP 계좌로 투자할 경우 배당소득에 부과되는 15.4%의 세금은 부과되지 않으며 연금으로 수령시 3.3~5.5%의 연금소득세를 납부하게 된다.
세종=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